작품실에서 별장 여자와 난 진한 육신으로 감격 했다.
그녀 가슴의 불이 도수를 점차 높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둘은 작품실을 나와 따로 따로 잠자리를 하기로 했다.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아랫사람들에게 입방아의 대상이 싫다는 그녀의 의향 때문이었고 나도 그게 부담이 없었다.
"잘 주무세요"
안방 곁에 침실전용으로 꾸민 방이다. 불을 끄니 완전 암흑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왜 이리 잠이 오지 않을까...
뒤척이는 사람들은 대개 지나온 날들을 더듬게 마련이다.
다들 건전하게 살고 있는데...
사지가 멀쩡해 가지고 이렇게 빌붙어 먹는 인생을 살다니. 후회스러웠다.
지나온 날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지나 간다. 어릴적 추억들로 접어 들면 민아가 가장 그립다.
그런데 오늘 따라 웬지 그런 모습들이 후회스러워 지는걸까...
어릴적 교회에 다닐때 선생님 생각이 난다. 은희라는 여선생이 들려 주던 이야기가 늘 내 맘이 비어 있을 때 생각 나곤 했었다. .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여 지구에 살게 하던 중에 너무도 죄악이 범람하여 보실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다 쓸어 버리기로 작정하고 노아라는 사람에게 120년 후에 이 땅을 물로 심판하겠다며 살아 남을 배를 만들라고 했는데 그 배가 바로 노아의 방주란다.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 되는 배와 그 배가 어느 산에 다다랐는지는 연구 대상이지만..
드디어 예정된 날이 차고 40일간 주야로 비를 내려 모든 산이 덮이고 생물은 멸종하게 되었것다. 살아 남은 건 노아의 식구와 한쌍씩의 씨 동물들이었는데 그 중에 비둘기와 까마귀가 있었단다.
얼마간 기간이 지나고 땅에 물이 얼마나 말랐나를 측정하기 위하여 까마귀와 비둘기를 내 보냈는데 까마귀는 돌아오지 않고 비둘기만 돌아 온 것이었다. 제 주인을 배신하고 방주를 떠난 까마귀는 물위에 떠다니는 동물의 썩은 고기를 먹느라고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의 인생 발걸음을 되짚어 본다.
바로 내가 까마귀가 아닌가..
썩은 고기를 파 먹느라 정신 없이 집도 생각지 않고 주인도 생각지 않고 무턱대고 썩은 냄새 진동하는 그 탐욕의 고기를 놓치지 않으려 발버등치지 않았는가.
모든 것을 육신의 썩은 눈으로 바라보며 모든 대상을 고기 덩어리로만 생각하고 판단 했지 않았는가..
사람의 마음은 무엇인가? 그 속에는 선과 악의 무수한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이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연계의 인물들과 사건을 통하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마음속에서 무수한 성전을 세우기도 하며 또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무너뜨린다는 표현은 사실 시공간적으로 허물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질의 변화를 가리키는 상태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 저마다 진리라는 돌로 높은 탑과 높은 산을 마음속에 건설하여 그것을 자신의 신앙이라 여기지만 그들 중 잘못 쌓아진 것은 종국에 무너져 내리는 날이 올 것이며, 그 때에는 그 동안 쌓은 자신만의 진리가 악과 거짓으로 변질될 것이 확실한데...
눈에 잠이 붙을 것 같지 않다.
조용히 일어나 무릎을 꿇어 본다. 어디다가 빌어야 할까? 이제부터라도 내 인생이 좀 달라지려면 어디에다 기대야 할까?
절을 다녀..내키지 않는다.
그러면....아무래도 내 맘속에 자리잡은 향수 같은 것은 교회가 아닌가.
한참 뜨거울 때에는 은혜를 받았노라고 여러사람 앞에 나가서 간증이라고 떠벌대던 나였다. 그 때의 나는 누구였을까..
앞에 놓인 문갑에다 두 손을 모아 본다.
정말 이제라도 철좀 들어라. 사람답게 살아 봐라. 어디선가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 봐도 아무도 없는데....
머리를 되 숙인다.
오래도록 난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초라한 나에 대한 항변의 눈물이랄까....
아버지, 어머니, 형제, 친구들의 눈이 다가 온다. 모두들 혀를 끌끌 찬다.
장가가야지. 애 낳고 살아야지 뭐하는 짓이여!
결혼 안한 놈은 인생을 반쪽뿐이 몰라...
창조섭리가 뭐여 생육하고 번성하려면 결혼을 해야지 날마다 홀애비로 사냐..
야, 세상 불효가 뭐여. 부모 앞에 혼자사는거지!
제 생각만 하는 이기주의..
별별 소리가 나의 귀에 쟁쟁거린다.
나는 발버등을 쳐본다. 그래 나보고 어쩌란 말여...
야이놈아, 불구의 몸으로도 그 아름다운 사랑을 하잖아 내가 보여 주었잖아..봐라 봐라 봐라
부패한 고기를 파먹는 내 모습이 보였다. 더러운 고기를 꿀꺽 먹고 히죽거리며 웃는 나의 속사람, 마음을 보았다. 입이 벌건채로 피를 탐닉하는 나의 표효가 보인다. 더러운 구정물 통에서 고기 찌꺼기를 찾는 돼지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아냐, 난 어쩌수 없었어. 이게 다 내책임은 아니잖아.. 그들도 원했잖아"
왜 이러는줄 몰랐다. 왜 갑자기 내게 이런 것들이 환영으로 다가 오는지 알 수 없었다. 난 지금 행복하지 않은가. 이제 여자도 있고, 돈도 있고, 잘만하며 명예도 얻을 것이 아닌가...
난 머리를 쳐 박았다. 자꾸 지나가는 생각들...
거짓말을 하며, 히히 낙락하고 돈 몇푼을 주며 여자의 육신을 제공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거들먹 거리던 내 몰골이 왜 그렇게 썩은 고기를 파먹느라 제정신이 아닌 까마귀의 꼴인가....
이 나이에 철이 드는건지, 아니면 나이를 먹으면서 다가오는 회한이겠지. 돌이킬 수 없는 제 인생을 후회하며 사는게 어리석은 인간의 한계라더니...
무엇에 사로 잡힌양 난 자꾸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것에 대한 사과를 하고 싶었다. 보상이라도 해 주고픈 마음이 일어 났다.
정말 이젠 내가 사람이 되려고 이러나 참으로 알 수 없는 밤의 시간이 초침 속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계속 머리를 쳐 박았다. 그리고 더러워진 내 옷들을 빨고 싶었다. 과거의 그 옷들을 어디가서 빠나....
갑자기 한 구절이 나를 스친다. 정말 외우고 있지도 않았는데.. 주일학교에서 그렇게 방학때마다 외치던 한마디생각 났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
글쎄..나 같은 더러운 놈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깨끗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눈이 빨개질 것 같았다. 새벽으로 갈 수록 눈이 더 초롱초롱 해진다. 참으로 괴로운 긴 밤이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사후에 쿨쿨 자던 그 날들은 어디가고...혹, 내가 늙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