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박사는 준비한 원고를 들었다. 란같은 여자가 옆에서 그를 돕고 있다. 2급 장애인이라는 그의 얼굴에는 장애자란 ?정이 없다. 늘 자신에 차 잇고 부끄럽지 않다.
주시하는 사원들의 표정이 자못 긴장 되어 있다.
란같은 여자는 쉬임 없이 사장을 격려하며 돕는다. 그 눈빛 속에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진하고 잔잔한 사랑이 배어 있다.
이윽고 약간 어눌한 성사장의 말이 시작 되었다..
"여러분을 이렇게 모이라고 한 것은 그동안 우리회사가 걸어온 과정 속에 잘못 되었거나 오류를 범한 문제점들에 대해서 숙고한 결과를 주인인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고, 앞으로 우리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선포하기 위하여 입니다. 그동안 우리 회사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즐거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연구하고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회사는 남녀간의 사랑에 대하여 육신적인 문제점들로 인한 핸디캡을 극복해 주므로써
보다 즐거운 남녀의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몰두한바 있습니다. "
장내는 쥐죽은듯 그대로였다. 소금을 뿌려 놓은 미꾸라지의 숨죽음과도 같은 모습이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제,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의 향락 위주의 사업에서 탈피하여 지금까지의 모든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건전한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운영하여온 4개소의 연구소는 진정으로 사람에게 신성한 감격을 부여하고 신이 우리에게 준 생명을 살려내며 인간 승리에 이바지 하는 연구 기관으로 거듭 날 것입니다."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것인지... 획기적으로 회사를 바꾸어 면모를 일신 한다는 계획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의 성기능 개선제의 개발과 공급에 주력하던 사업을 생명공학이나 유전자 공학을 연구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로 전환한다는 것이려니.....
" 여러분, 여러분의 노력으로 짧은 기간 동안 우리 회사는 많은 발전을 해 왔습니다. 다만 여러분중에 일부는 우리 회사에 대한 정체성에 대하여 걱정을 하거나 의구심을 갖고 계실줄 믿습니다. 처음부터 여러분은 그렇게 미래에 대한 불안도 가지고 있으셨을 줄로 압니다.
이제, 지금까지의 생각들을 다 털어 버리고 새로운 페러다임으로 진일보된 도약의 기회를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 지금까지의 안일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과감히 자리를 박찬다 해도 결코 만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뭔 소린가...
쓸모 없는 사람은 나가고 시험용으로 들어 왔던 사원들은 물러 나가라는 얘기인가?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가...나보고 나가라는 것인가..?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 했다. 무슨 말인지 의도파악이 안된다는 표정들이다.
"혹, 여러분이 오해를 하실 것 같아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것은 개혁과 혁신의 의지 입니다. 그동안 저는 일을 해 오면서 무척 고민 했습니다. 세상의 만물중에 죽기 위해 노력하는 동물은 유독 사람뿐임을 알았습니다. 사람말고는 다 생명을 유지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람만이 죽을 짓을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을 이제 실천에 옮기며 명실상부한 회사의 진로가 생명을 귀히 여기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나갈 것입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신 여러분과 더불어 이제 자랑스러운 회사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힘을 모아 주십시오."
더러는 제2의 창업이라도 한다는 건가...
내일 신문에 아마도 우리 회사의 기사가 날 것 같았다.
아무래도 회사가 구조 조정을 할 모양으로 가고 있음이 분명 했다.
소용돌이 치는 회사는 지금 무엇을 위하고 있을까?
내부적으로 격변하고 있음은 분명한데...
나는 지금 무엇으로 대처해야 하나.. 마음이 좀은 불안해졌다. 그러고 보니 나도 회사가 주는 돈을 먹고 편히 지냈던 것이 분명하다. 그 달콤함을 잃을까봐 당황하고 있음이 분명 했다.
모두들 머리를 갸웃거리며 회의장을 나온다.
성박사를 밀고가는 란같은 여자가 보인다. 벽돌색보다 좀 옅은 색깔의 스커트를 입었는데 왜 내 눈에 어른거리는 것은 초록스커트일까.. 소리 나는 하늘을 보니 헬리콥터 한 대가 창공을 돌아 나간다. 어딜 왔다 가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