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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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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회의


BY 김隱秘 2002-12-31

회의가 열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무언가 중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이 왔다갔다 분주하다.

"뭔일이야?"
"글쎄요..중대 발표가 있다고 했어요.."
"중대발표.. 누가 그래?"
"그냥 들었어요."

M이라는 코스닥의 벤처를 대표하던 회사가 부도가 난적이 있었다.
욱일승천 일취월장 그렇게 잘나가던 잘나가던 회사가 부도가 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천정부지로 매물이 없어 주식을 못사서 안달하던 개미들에게 어느날 매물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신문마다 회사의 앞날이 밝다던지, 세계 유수의 기업과 비교하여 기술력에서 월등히 앞서 간다느니, 해외 로드쇼로 기업이미지를 제고 한다는니 하면서 M회사의 앞날에 대해 장미빛 전망을 내놓는 에널리스트들로 메스콤마다 난리를 쳤다.

그러기를 한 이십일 하고 나서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한가 이틀이 사흘이 되고 산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수십만주의 팔자 물량이 쌓인다. 개미들은 겁이 났다. 공시를 요청한다. 무슨일이 있으면 주주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는냐는 항의가 빗발친다. 증감원이 나선다. 특별한 변화가 있으면 공시하라고 채근한다.
그러나 공시는 별게 없다 < 동 회사는 주가에 크게 변화를 줄 공시 내용이 없음> 이었다.

주가가 좀 오를 것 같았다. 워낙 많이 떨어졌으니 곧 오를거라며 개미들이 사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이건 작전세력의 뒤풀이라는 거였다. 회사 내부 사정을 아는 세력과 작전세력이 물량을 모두 개미에게 떠넘기는 수법인 것을....

설마 우리 회사가 그짝 나는건 아니겠지..
난 회의실로 갔다. 대리급이상 직원들이 다 모여 있었다. 그동안 회사가 많이 컷다는 증거가 모인 사람들로 증명 되었다.

이윽고 회의가 시작 되나보다.
연단으로 이어지는 문을 통해 먼저 비서진들이 나타나고 곧이어 란 같은 여자가 휠체어를 밀고 미소를 지으며 들어 온다. 휠체어에는 그 남자가 앉아 있다.
성박사. 이 회사를 대표하는 사장. 더러는 그를 회장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그의 직함은 역시 대표이사 사장이다.
마이크가 사장에게 알맞게 맞추어 진다. 무슨 발표를 하는걸까?
모두들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중대한 발표인가봐...
긴장이 흘렀다. 물을 끼어 얹은듯 조용하다. 란같은 여자가 박사에게 싸인을 준다. 말을 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성박사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모인 사원들을 내려다 본다.
어서 말씀하세요. 모인 자들은 다 그렇게 원하고 있었다.
이 사람 성박사. 대한민국이 낳은 훌륭한 의학계의 혜성이라던 성박사는 과연 무얼 말하려는걸까....침묵이 지루하게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