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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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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같은 여자의 이력


BY 김隱秘 2002-12-31

아담과 이브는 나뭇잎을 걸쳤다. 사랑의 씨가 해방되고 나면 사람들은 늘 제정신(?)을 차리지 않던가. 뒤로 돌아 앉아 매무새를 복기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남자들은 만족을 느낀다지..그녀가 고친 매무새로 나를 보고 돌아 앉는다. 그리고 가슴속으로 넘어져 온다.
그녀를 난 꼬옥 안았다. 전에는 그녀가 나를 안아주고 다독여 주었는데...
그녀가 좀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엇다. 나의 허리를 감싼 그녀의 손이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는 것인지...아니면 늘 같이 있자는 것인지..아니면 아직도 남아 있는 정염의 표시인지 잘 알수 없었지만, 그녀가 나를 꼬옥 잡은 손은 바로 신뢰의 표시가 아니겠는가...

사랑을 딴 남녀는 무엇을 생각 할까? 세상 속으로 돌아갈테지...

"사모님은 전에 뭐하던 분이지?"
"네?"
"응, 우리를 이렇게 만나게 해준 사모님 말야?"
"아...응.."
"순미의 친한 친구라면서."
"그 친구 집안이 참 은혜로운 집안이예요.."
"은혜로운..?"
"네, 할머니가 교회 권사님이셨고...할아버지는 아마 장로님은 아니셨어도..."
"그럼, 집사 정도 됐겠네.."
"여하간 그럴거예요. 그 어머니가 대단하신 분이죠.."
"대단하신 분이라니..."
"면장님의 딸이었는데 정말 인자하신 분이었어요. 보기만 해도 은혜가 되는 그런 분 말이예요 "
"그래 정말 좋으신 분었나보네.."
"그럼요, 지금도 눈에 선해요. 평생 사랑을 실천하신 분이었죠. 6.25때 인민군을 피해 피난 못간 목사님이 산속에 숨어 지내시는데 1년반 동안을 나물캐러 간다고, 고사리 뜯으러 간다며 주먹밥으로 봉양을 하셨다고 했어요...목사님이 평생의 예수님 다음 가는 은혜를 입었다고. 보은의 기도를 얼마나 드렸던지 돌아가시는 날 아침까지도 그 어머니 이름을 부르셨다고 했어요.."
"그렇겠지. 아무도 없는 산 속 동굴이나 암자에 생명의 끈이 되어 밥을 날라다 주는 여자가 얼마나 고마웠겠어.."
"그렇겠죠..?"
"그럼, 정이 들어도 폭 들었겠네.근데 사모님 아버지는..?."
"네, 전쟁통에 행방불명이 됐다던데..아마도 돌아 가셨겠지요.."

그랬다. 순미의 얘기를 빌면 란 같은 여자의 가문은 기독교 가정이었다. 나름의 들은 풍월대로 한다면 기도의 씨를 뿌린 가정이랄까..여하간 선한 행적이 뚜렷한 가정이고 선한 행실이 넘치는 가정이며, 착한 사람들이 세워온 가문임이 틀림 없었다.

어쩐지 하는 행동이 그렇더라니...
순미와 난 소곤댐을 멈추고 일어 섰다. 촛불을 끄고 작품실을 나선다. 어둠 속으로 보는 작품들이 여러 형상으로 스친다. 나와 그녀는 손을 잡았다. 손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이 와중에 왜 초록스커트를 입고 나비춤을 추던 란같은 여자가 생각 나는걸까..?

조용한 안채로 돌아 온다.
작품을 다 감상한 우리는 평화를 얻은걸까..
둘만의 추억이 하나 더 쌓인 밤의 작품실은 아마도 영원히 기억될 아름다운 영상이겠지....
그녀가 나의 허리를 감싸 걷고 있었다. 너무 다정하여 견딜 수 없다는 듯 그녀가 안방문을 열고 까치발을 하고 뛰어 들어 간다. 나도 덩달아 까치발을 하고 뒤를 좇아 갔다. 그리고는 우린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자빠지고 있었다. 천장이 보이지 않았지만 꽃색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