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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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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실


BY 김隱秘 2002-12-30

000 작품실 000

"가봐야겠어.."
"네? 가신다고요?"
"식사도 맛있게 했고.."
"얘기좀 더 하고 가세요.."
"지금 금방 간다는 건 아니고.."
"그림을 좀 보고 가세요.."
"그림...?"
"네에.."

다소곳한 그녀의 입술이 유난이 고와 보인다.
그림을 보고 싶었다 나도..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났다.
차를 저어 내놓는 그녀의 움직임 속에 그윽한 기다림 같은게 배어 보이는 것은 내 마음 탓인지도 몰랐다.
찻잔을 물린 난 그녀를 바라 보았다. 아래로 시선을 내리는 그녀의 온유한 모습이 포근한 이불솜 같이 느껴진다.

"갑시다"

작품실로 우린 향했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우리 작품좀 보고 올께요"
그녀가 밥짓는 아줌마에게 소리치자 "네"라는 대답이 메아리처럼 들려 온다.

가슴이 붉어진다. 난로가 점화 되기 위하여 소리를 내는 것이다. 곧 불이 켜지기 위하여 점화 심지가 기름기 있는 불을 찾고 있는듯 했다.

작품실로 들어가는 우리의 감회는 무엇일까?
첫 가슴을 열었던 곳이지 않는가. 조심스레 연을 날리려 얼레의 실을 풀었던 영상이 우리의 발걸음을 따라오며 침묵했다.

작품실로 들어서며 그녀는 전등을 켜지 않는다. 그리고 앞서서 조심조심 걸어간다. 어둠을 음미하며 앞서가는 그녀의 치마자락이 나를 얼른다. 참으로 남녀간의 비밀스런 시간은 신께서도 침범하지 않는 영역이라 했던가..

제일 안에 위치한 그 작품실에 우리는 다다랐다.
그녀가 촛불에 불을 붙이려나 보다. 빨간색 초에 불이 붙는다.

"하나만 켜!"

그가 나를 힐끗 돌아 본다. 그리고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다.
불이 조금씩 커지고 촛농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이리와!"
"선생님!"

우리는 꼬옥 안았다. 그녀의 살이 나에게 붙어 왔다. 내 품안에서 그녀가 버등댄다.

"고마워 순미!"
"아니예요..선생님을 만난건 제 인생의 행운이예요"

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녀가 엄마 젖을 찾는 목마른 아기 사슴처럼 내 입술을 찾고 있었다.

"음...순미!"
"음..."

촛불의 온도를 높이려고 불꽃이 더 커지고 있었다. 아주 크게 자기를 태우려고 일렁이고 있었다.

"선생님! 같이 살아요 날마다.."
"여기서 날마다 같이 살자고.."
"네..여기 작품실에서 날마다 저를 위해 작품을......"
"순미....내가 그렇게 좋아..?"
"네..이젠 못살아요 선생님 없으면...."

나는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녀의 몸이 쓰러지고 있었다. 나도 그를 따라 쓰러져 갔다.
숨소리가 온도를 높인다. 맥박이 점점 빨리 뛰기 시작한다. 로켓트가 발사되려나 보다. 가장 억센 힘을 내기 위한 준비가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다..
ten-슬리퍼 벗겨지는 소리, nine-.머리띠가 떨어진다. eight-침묵하며 기다리는 그녀의 숨소리가 감당하기 어렵다. seven-스커트 벗겨지고, six- 옷하나 또 하나, five-남자도 옷을 벗는다 빠른 속도로.., four-마지막 남은 문명들이 떨려 나간다. three- 마지막 나무잎이 거추장스럽다. two- 모든 장식은 이들에게 필요 없는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작품실은 불이 붙었다.
장업한 연기를 뿜으며 하늘을 박차고 오르는 저 로켓을 보아라. 새가 아니야, 독수리보다 더
장엄한 인생의 작품이야...달나라를 갈꺼나, 화성으로 갈꺼나....

아무도 모르는 작품실엔 지금 작품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누가 저다지 아름다운 작품을 그리는가.. 사람들은 다 그런 그림을 그리면서도 스스로가 예술임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우주의 한 아름다운 생명체로 날마다 예술의 대상이고 성스러운 사랑의 표현인줄도 모르고, 작품 속에서 늘 부정적인 부분만 지적하면서 색깔과 조화가 형편 없다느니, 구도가 좋지 않다는 둥, 불평을 하지 않던가. 그러다 보니 상대만 보아도 짜증이 나고, 결국 작품이 엉망이 되어 파멸된 모습으로 신음하지 않는가...

그녀의 몸이 정말 더 뜨거워 졌다. 조심스런 모습에서 훨씬 앞질러 이제는 갈기를 세우고 함께 질주하는 애마의 기쁨을 준다. 표현 할 수 없는 환희의 광장을 우리는 힘차게 달린다. 구름이 지나 간다. 우린 그 위로 올라 탓다. 구름 아래로 세상이 보인다. 세상이 너무 보잘 것 없게 느껴진다. 이런 곳이 있었네...구름 위의 바람맛이 너무 좋았다. 雲上風의 참 즐거움!

결국 로켓트는 굉음을 내고 창공을 지나 우주 공간을 뚫어야 하나 보다.
오! 정말 애 쓰셨습니다. 여러분! 박수 소리가 들려 왔다. 이런 갈채는 처음이다.
성공! 그랬다. 성공이었다. 그녀의 이름이 로켓트 꽁무니에 휘날리나 보았다. 그녀가 소리를 치고 있었다. 감격해 하고 있었다. 울고 있는지도 몰랐다.

++++성공! 순미씨의 비행 성공을 축하합니다. 여자의 이름을 찾으신 순미씨 경축++++

거리에 거리에 프랑카드가 걸렸나 보다. 내가 그 프랑카드 쓰여진 거리에 무개차를 타고
유유히 손을 흔들고 여유롭게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참 행복한 순간이었다.
곧 세상이 조용해 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