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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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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BY 김隱秘 2002-12-28

000 이튿날 0000

곧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윤식이는 가버렸다.

회사로 출근을 한다. 초록스커트를 입었던 란같은 여자가 보고 싶었다.
어떤 모습을 할까? 하기야 아무것도 모르잖아....

"이사님, 오시래요"
"응, 거기로?"
"네.."

란같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이내 차가 들어 왔다.

"정말 잘 하셨어요.."
"네...?"
"아...순미한테 전화가 왔었거든요.."

난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의 스커트 아래 드러난 마네킹 같이 긴 다리가 눈으로 들어 온다. 얼른 시선을 돌렸지만 동영상의 모습이 업 된다.
나는 무슨 말이든 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뭐라고 하던가요?"
"뭐라긴요..좋은분이라고, 너무 좋아해요.."
"그래요..쑥스럽네요.."

그녀의 용건은 단지 별장여자의 호감을 전하고자 한 것 같았다. 결혼을 했으면 어떻겠는냐는 식의 은근한 우회 질문이 있었지만 난 즉답을 피해 갔다. 다만 순미의 개인전을 도와 주고 싶다는 말로 신뢰의 표현을 했다.

"참, 이사님 저 어때요 오늘.."
"네..?"
"오후에 저하고 드리이브나 하시지요?"
"네, 어디 가실때가 있으신가요?"
"그냥 가시기만 하면 되요."

사무실로 돌아오니 결재함이 올라와 있다.
거래처의 이름들이 적혀 있고, 각종 데이타들이 들어가 있다.
뭔소린지 잘 모르지만 싸인을 해 댄다. 공람이지 결재는 있을리가 없다.

담배를 하나 빼어 문다. 어디를 가자는 건가. 영 불안하다. 내가 란같은 여자와 다니는게 모두 찍힐텐데..
몸이 오싹했다. 그 여자의 반경 속에 내가 들어 간다면 난 완전히 모든게 노출 되는거 아닌가...연달아 담배를 서너대 죽이고 나도 영 마음이 꺼림찍하다.
속이 더부룩한 것 같다. 마음이 편하지 않구만...
란 같은 여자의 동영상이 이제 짐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다.
누가 이런 사슬을 만들어 가두는지...스스로 가두는 것이겠지...

남들은 내가 점점 발전하고 잇다고 한다. 이사가 되고, 보수가 많아지고, 곧 가진 것 많은 여자와 결혼도 할 수 있고....잘만하면 윤식이를 통하여 더 많은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고...너덜거리던 윤리 밖의 여자들도 다 정리되어 가지 않는가...
그러나 왜 이리 마음이 편치 않을까..
스스로 옭매져 목이 답답해지는걸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나오시래요"
"어디로?"
"현관.."

이제 곧 란같은 여자와 드라이브를 갈 시간인가 보았다. 난 양복을 고쳐 입었다 그리고 정말 조심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관생도처럼 절도 있게 현관쪽으로 걸어 갔다.
란같은 여자, 아니 초록스커트를 입고 자기 남편을 위해 숭고한 춤을 추던 여자가 거기 햇살처럼 서 있었다.
저 여자의 진정한 정체는 무얼까...구름이 계족산 위에 구름 두어점 뿜어 놓은 것을 보니 이 오후는 좀 나를 할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까만차는 금새 비래동을 지나 톨케이트를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 따라 그녀의 치마가 짧아보였다. 아니, 그녀의 나신이 내 머릿속에서 민방하게 어른거리고 있었다. 내 마음이 음란의 주인에게 잡혀 있는 것일까..난 머리를 자꾸 가로 저었다. 참으로 본 것을 지울 수 있다면 지워버리고 싶은 후회로 나는 머리를 숙이고 기도하는 자세로 돌입 했다. 미심쩍은지 기사가 나를 흘끗 쳐다본다. 어디 편찮으냐고 눈으로 묻는다. 난 아니라고 눈으로 답하고 턱으로 계속 가라는 신호를 했다.
참으로 란같은 여자와의 시간이 이토록 나를 괴롭게 한 적은 없었건만...
못볼것을 본 것의 괴로움을 이런 것인가? 그래, 정말 잘 봐야해. 볼 것 만 봐야해!
내 가슴에다 대고 누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듯 햇다. 청주 시내가 눈에 들어 왔다. 상당공원이 보였다. 햇살이 아까보다 더 남루하다. 침묵을 깨고 그녀가 말을 한다.

"다 와가요, 이사님. 지루하시죠?"
"아.아닙니다. 눈을 좀 붙였어요. 노곤 하네요."

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내릴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나도 매무새를 고?다.
길이 점점 좁아진다. 정말 낮익은 길인데...여기가 어디지.......난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