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지워지지 않는 기억 00
동영상은 그쳤다.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끝으로 한편의 진지한 신뢰와 사랑은 끝이 났다. 몰카라는 함정 속에서 우린 더럽고 추잡하고 난잡하고 인생이기를 거부하는 영상들을 즐기며 탐닉하지 않는가...
초록스커?를 입은 란같은 여자의 율동과 성박사의 황홀해 하는 짝짓기(?)는 정말 봉황의 모습으로, 때로는 고고한 새 황새의 모습으로, 부처가 변신한 살보시의 모습으로 뇌리에 인박였다.
"다야?"
"응, 아직 안나왔어.."
"왜?"
"그건 처음이어서 그런지 질이 떨어져 보완을 한 다음에 준다고 했거든"
옥순이의 동영상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의 것을 보고 싶었는데..
"근데, 이런것 만들어서 뭐하지?"
"응, 시험용이야.."
"성공하면..?"
"응, 정치가들이나 아니면 파파라치나, 기자들에게 억수로 돈을 받고 팔겠지."
그럴만 했다. 괴상한 몰카비디오가 수만개 복사되어 전국에 배포된 예는 많지 않은가. 지금도 어디에선가 몰카를 촬영하여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 때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B양의 비디오나, O양의 동영상으로 우리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양 분개하기도 하고 아우성을 치기도 하면 거품을 물지 않았던가..
"옥순이꺼 보고 너 후회하면 어쩔껴...?"
가져온 장비를 챙기는 윤식이를 향해 내가 던진 말이었다.
윤식이는 말이 없었다. 침묵이 의미하는 건 아마도 나와 같이 우려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야, 술이나 먹을래?"
"그만 먹지 뭐, 피곤하네. 좀 누워야겠어.."
"그래, 맥풀린다 그지.."
우린 발아래에다 술상을 그대로 놓고 얇은 이불을 각자 하나씩 덮고 비스듬히 누웠다.
윤식이가 금새 코를 곤다. 본래 머리만 땅에 대면 자는 버릇이 있어서 내가 그렇게 부러워하던 짓인데 여적 세상살이 찌들었어도 잠버릇은 그대로 간직한 것이 용하다.
나도 눈을 감아 본다. 란같은 여자의 영상이 눈앞에서 계속 어른 거리고 율동이 보여진다. 성박사의 좋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내가 그 여자의 밑에 갈려 신음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기야 사춘이 눈뜨는 시절에 대부분의 소년들은 맘에 드는 여자를 머릿속에 그리며 자위행위를 하는 것으로 성적 쾌감을 맛보지 않는가. 때로는 옆집의 누나가 환상속의 여자가 되기도 하고 언젠가 길에서 스쳤던 다방 아가씨의 선정적 매무새에다 사정을 했던 기억을 대부분의 남자들은 겪지 않았던가.
자위는 아무도 모르는 영역이다. 상상할 수 없는 사랑을 혼자 이루어 가는 어쩌면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랑의 한 단면이라면 너무 비약적이겠지.....
초록스커트를 입은 란 같은 여자의 영상속을 헤메면서 혼돈속을 비틀대며 걸어가는 나를 본다. 별장 여자 순미와의 사랑 영상이 여운으로 아름답게 남았었는데..그 위에 ?C칠해진 초록스커트의 영상이 자칫하면 순미의 달콤함을 먹어치우고 있는지도 몰랐다.
좀 창피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어린시절의 포말 같은 기억이 있다.
우리마을 제일 위쪽 두집매(두채의 집이 있어서 부르는 이름) 양직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어는 여름방학 때인가 서울에 사는 정말 영화배우 윤정희 같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네 총각들은 물론, 어린 우리까지 희귀한 미인, 서울아씨의 충격은 대단했다.
"야! 정말 이뻐!"
"근데, 언제 간데..?"
"몰라, 누가 그러는데 병치료하러 왔다는데.."
"무슨병?"
"폐병이라하대.."
결핵치료를 위해 이모네 집으로 내려 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까이 가면 병 옮겠네..?"
"아니, 그런거는 아니라카데"
"그래도...."
친구들과 어울리면 우린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두집매 앞 개울가에서 사촌오빠들과 고기를 잡는 그녀를 발견했던 것이다.
이런여자도 있구나! 정말 너무 예뻣다. 백옥이 바로 그 얼굴이었다. 폐병 환자라면 뼈만 앙상하게 남앗다고 생각 했는데 그러히 않았다. 정말 너무 매력적으로 살이 붙어 있고 누가 봐도 그녀가 환자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명랑함까지 곁들이고 있었다.
그후로 난 그 경숙이라는 아가씨를 머릿속에 넣고 가끔 사랑ㅇ을 나누었었다. 그녀의 엉덩이에다 주체할 수 없는 사춘의 동정을 쏟았던 기억이 난다.
그후에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좀더 살이 쪄 있었다. 사람들 얘기로는 결핵환자가 살찌는 것은 다 낳은 증거라고 했다. 지금도 그녀의 환상이 가끔 떠오르면서 그녀에게 품었던 나의 사춘기 시절의 행위가 떠오르면 야릇한 무안으로 그냥 머리를 젖곤 했었다.
윤식이는 게속 코를 골고 있다. 밤으로 가는 프로그램 속에 야한 여자들이 토크를 한다. 저 여자 참 풍만하네..남자들은 혼자 있을 때 인격이 나온다. 진정한 인격자는 혼자 있을 때나 여럿이 있을 때가 똑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난 술을 부었다 혼자. 자작으로 두어잔 마셨다.
몸이 노곤해 진다.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전화나 해 볼까..
할데가 그리 마땅치 않다. 수첩을 뒤적거린다. 여기 저기 넘겨도 그렇고 그렇다. 추억속의 이름들이 넘겨진다. 떠나버린 이름들 기약 없는 얼굴들이 스치고 지나 간다.
이상한 전화번호가 하나 있다. 누군가 적어 준거 같은데..
<<바람불면 전화해~">>
난 피식 웃었다. 어느 영감하고 잘 놀겠지. 이모의 전화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바람불면 전화해! 알 수 없는 말이다. 아니 조금은 알 것도 같고.....그래 끼가 있는 여자였어... 실은 이모라고 했지만 남남이었던 여자의 노오란 차림의 모습이 순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머리를 흔들고 수첩을 넘긴다. 그리고 수첩을 덮었다. 잠이나 자자....
(10회정도 남았거든요. 속히 마치고 다음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