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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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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성 여인


BY 김隱秘 200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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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보면 예수를 만났던 여성들중에 수가라는 성의 남편 없는 여자와 만나는 장면이 있다. 예수가 말씀을 가르치며 순행할 때 사마리아에 있는 수가라 하는 동네에 이르러 목이 마르므로 우물가로 갔는데 한 낮에 우물을 길러 나온 여인과 마추치게 된다. 제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러 동네로 들어 가고 단둘이 마주치게 되었었다.

"사마리아 여자여, 내게 물을 좀 달라"
"당신은 유대인인듯 한데 어찌 이방 여자인 사마리아 사람인 내게 물을 달라고 합니까?"
"무슨소리.. 그대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그대에게 물좀 달라고 하는 내가 누군인줄 알았더면 그대가 나에게 구하였고 그인 내가 네게 생수를 주었으리라"
"무슨말씀이신지요?. 당신을 지금 보니 물 기를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무슨 수로 나에게 물을 주겠습니까? 우리의 조상 야곱이 이 우물을 우리에게 주었고 여기서 모든 사람과 육축이 먹고 살았거늘 그렇다면 당신이 야곱보다 위대하단 말입니까? "

예수가 누구인지 몰랐으니 당연히 조소의 말을 했던 여인은
아래와 같은 대화를 통하여 자신의 죄를 용서하실 예수를 알게 된다. 그리고 목마르지 아니하는 생명수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이 물을 먹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여자가 가로되 주여 이런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러 오지도 않게 하옵소서
가라사대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오라
여자가 대답하여 가로되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가 남편이 없다 하는 말이 옳도다
네가 남편 다섯이 있었으나 지금 있는 자는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참되도다
여자가 가로되 주여 내가 보니 선지자로소이다 ◇

인간 본성이 환경에 지배 받으며 이상한 짓을 할 수 밖에 없기에 아무리 자신 스스로 정결해 보고자 하나 늘 또다른 범죄와 유혹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마는 우를 범하지 않는가. 대개의 종교는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자에게 피할 방편을 주고 있음을 본다

고대 사회에서도 일정한 지역을 정해 놓고 아무리 큰 죄를 지은 살인자일지라도 그 곳에 들어가면 끌어내어 벌주지 못하는 제도가 있었던 것처럼, 구약성서 속 이스라엘 민족도 성막으로 들어가 제단(제사지내는 곳)의 뿔을 붙잡는 자는 처벌하지 않았던 것이다.

원조소녀는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그리고 어서 의무방어전(?)을 마치게 해 달라는 모습을 몸을 맡긴다. 비스켓을 바라 보았다. 어쩐지 그 비스켓 속에 음흉한 모습의 귀신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무서움이 나를 움찔하게 했다. 난 원조소녀를 그냥 포근하게 안았다.

"미안해. 난 용기가 없어.."
"네, 용기요? 여긴 아무도 없구요. 나도 아무렇지 않아요. 할아버지들도 오는데.."
"여기에.."
"아니요...여긴 첨이고..."

갑자기 맥이 풀리기 시작했다. 원조가 한심하다는 생각 보다는 내가 한심해 보였다. 무슨 거룩한 성자나 된듯 꼬치꼬치 묻고 있는 꼴이 한심 했다. 그렇게 안타까우면 이런 짓을 말아야지... 이사 감투 쓰고 돈도 받고, 머리속에는 머리카락까지 꽉찬 음란의 피리소리에 춤을 추는 망나니 아닌가...

"그럼, 집은 어디지?"
"집..? 집 없어요. 애들과 그냥 지내요.."
"본래 집 말이야.."
"네...우리 엄마 아버지는 이혼 했어요. 할머니하고 살다가 할머니 죽고.."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아직 원조의 속에 살아 있는 조그만 성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것일까..?

"학교는..?"
"중학교 다니다.."

나는 원조의 육신을 점령할 점령군이기는 싫었다. 쥐약이 투약 되기전의 쥐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귀신의 홀리지 않은 때문인지, 혹 아직도 네게 살아남은 사회 부정을 향한 반발심 때문인지 구분은 안되었지만 오늘만은 원조소녀를 보호(?)해 주고 싶었다.

"너, 이름이 뭐지.?"
"이름 없어요.."
"이름이 없어?"
"응..이름이 없어..이름을 내버리기로 했어"

약간 슬퍼하는 원조는 반말을 해댔다.
짓밟지 않은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 했을까.. 글쎄 모르지...

"혹시 갈데 없으면 나한테 올래?"

나는 그냥 그렇게 말했다.

"집이 어딘대요?"

조금은 환해지는 원조의 얼굴에 희망이 번뜩이는 건지 그냥 건성인지 모를 미소가 지나 갔다.

"집...오정동.."
"아줌마 한테...?"

그렇다. 아내 있는 남자들이 그 짓을 한다고 했다. 아내 없는 남자들은 원조는 좋아하지 않는다. 남의 아내를 좋아하거나 포근한 연상의 과부를 좋아하는게 혼자사는 남자 심리라는 것이다.

"나 혼자거든.."

소녀의 얼굴에 야릇한 표정이 지난다. 기대와 걱정..아마도 같이 살기는 너무 기울고, 그렇다고 이 아저씨가 성자도 아닌바에 아마도 그런 심정이겠거니 짐작이 갔다.

"나중에 보고 싶으면 전화할께요..."

진심 아닌듯한 소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난 옷을 입혀 주었다.
고분고분 나 하자는대로 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이런 딸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누가 이 아이에게 돌을 던질까?

아무도 수가성 여인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다고 돌을 던지지 못했지 않은가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

예수가 그렇게 군중에게 말 했을때 모두들 돌을 놓고 하나씩 둘씩 예수를 흘끔거리며 돌아 갔던 그 수가성 사람들....

"꼭 와!"

나는 소녀애의 작은 손을 잡아 주었다. 무슨 예수나 된 것처럼. 되지 못한 동정일까...
원조가 날 빤히 쳐다본다. 콧등 밑에 하얀 솜털이 송송 거린다.

빌어먹을!
난 종료 종소리를 따라 유리문을 열고 되돌아갈 버스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 애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궁금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여기 저기서 일(?)을 마친 사람들이 여러 표정으로 버스를 오르고 있었다. 아까 그 도우미가 엉덩이를 흔들며 버스로 올라 온다. 그리고 하얗게 사무적으로 웃는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텐을 젖히고 밖을 내다 본다. 엉덩이가 매력적이엇던 도우미는 여전히 거기 팔등신의 미모로 우리의 화살을 받으며 국화처럼 손을 흔들고 있었다. 수척한 나무 잎이 이제 머지 않아 다 떨어질것 같았다. 또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