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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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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햐기


BY 김隱秘 2002-11-30

공주 연구소의 나무들은 많이 수척해 있었다.
안내 도우미의 꽁무니를 따라 각자의 룸으로 안내 되는 모습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무슨 연유에선지 도수장깐으로 들어가는 금수와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가슴 깊은 곳에 잔재한 양심의 반항 때문이겠지..

음흉한 전등이 안내도우미의 엉덩이를 예쁘게 만든다. 음란한 생각이 머리 속으로 들어와 상상과 기대의 옷을 입고 춤을 춘다.

친구가 죽은 상가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친구의 아내를 보았었다. 나와는 죽마지우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같이 다니면서 술꾀나 퍼마시던 개똥철학 친구. 서라벌 예고에 다니며 소설을 슨다 시를 쓴다 껍석대더니 깡소주 먹는 실력만 늘었다가 결국 식당 용품을 대주는 회사에 취직하여 몇년을 다니다가 어느날 갑자기 간경화 판정으로 죽은 그녀석.

중학교 다니는 딸 하나를 낳고 남편은 떠나고 열살 아래인 마누라는 훌적거리는데 문상을 하면서 미친놈처럼 하얀소복을 입은 여자의 목덜미를 감상한 것이 비록 나뿐일까...한심한 동물..

왜 거기서 그여자 생각이 난걸까? 도우미가 오늘 따라 하얀 옷을 입은 탓인것 같았다. 나는 엉덩이에서 시선을 억지로 떼면서 골목길 같은 곳을 따라서 룸으로 들어 갔다. 안내 도우미가 공손히 인사를 한다.

"몇살이지..?"
"네(놀라며)! 이사님 3/2요 ㅎㅎ"
"나를 알아?"
"그럼요. 봤어요. ㅎㅎ"
"뭘 봐"
"그냥 ..그럼.."

문이 닫힌다. 그리고 아방궁 같은 불빛속에 나타난 상대를 본다.
너무 놀랍다. 이럴 수가..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원조교제...
아무리 내가 혼자 살아도 이런 짓은 안했지 않은가.
열대여섯이 되었을까 아무리 잘봐줘도..

"안녀세요, 아저씨.."

아저씨..?

"왜, 기분 나쁘신것 같으네..?"
"응, 아냐..그냥 "

나는 얼른 표정을 바꾸었다.
원조가 나의 앉을 자리를 가리킨다. 그리고 참 앳띠게 웃는다.
빌어먹을 몇살이야...

"아저씨, 이거 드세요."

그녀가 내민 것은 쥬스는 아니었다.
비스켓 한 장을 내게 내민 원조의 손은 정말 가늘다.

"몇살이지..?"

나는 그렇게 묻고 말았다.
눈이 동그래진 원조가 조금은 의아한 눈으로 말을 받는다.

"아저씨, 그런거 묻지 마세요. 그런거 물어서 뭐해요."
"그냥 알고 싶어서..."
"다들 그래요 첨에는.."
"다들..?"
"네, 그런게 뭐예요. 그냥 끝나면 그만이지.."

나는 자리에 앉아 비스켓을 받았다. 이게 쥬스를 대신하는 그런거겟지. 말하자면 잠시잠깐의 남자와 여자를 달구는 불쏘시개가 아닐까
나는 비스켓을 한쪽에 놓았다. 그리고 그를 가만히 앉혀 본다.

"여긴 언제왔지...그냥 알고 싶네.."
"귀찮은거 묻지 마시고 어서 과자나 드세요"
"안먹으면 안되나?"
"그러면 기분이 별로잖아요.."
"기분이 별로..?"
"네, 그러니까 여러가지 묻지 마시고 그냥 드시고..."

그 다음 말은 옮길 수가 없다.
얼굴을 자세히 본다. 솜털이 송송하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 처음 연정을 느끼었던 한학년 아래 여학생이 있었다. 유독 눈이 크고 얼굴이 가무잡잡하였던 소녀. 걔가 내 첫살이었는데....
원조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그애 모습이 떠오른다.

"벗으세요...시간 되면 가야잖아요.."

원조는 나를 제촉한다.
살며시 끌어 당겨서 안아 본다. 애완견 강아지처럼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 호기심이 발동을 한다.
어지해야 할까..망설임이 나를 제어하려 한다. 아직도 내게 일말의 브레이크가 남아 있단말인가...?

자신이 점점 없어졌다. 이런걸 아는 사람은 세상 밖에는 없잖아. 나와 그리고 원조. 헤어지면 그만이고 자기 역할로만 끝나는 것이잖아 어짜피 세상은 거대한 하수구 잖아 들먹거리면 다 썩은내가 왕동을 하잖아..나는 자꾸 허물어 지고 있는걸까..
원조의 숲으로 내 관심이 가고 동산으로 손이 옮아 갔다. 아직 토끼도 사슴도 살기에는 부족한 듯한 냇물과 숲이 거기 있음이 확인 되었다. 이런 때 배고픈 사자는 어지 행동할까? 가슴속에서 붉은 깃발이 서서히 응원을 하나보다. 이겨라 이겨라. 정말 누가 이길지? 승자가 누구일지? 나도 나 자신을 알 수 없는 찰나 속으로 난 발을 디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