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는 아쉬운 눈망울로 나와 이별을 하고...
옥순이는 작은 총에서 발사된 무시 광선이 배꼽부위에 바코드로 새겨진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윤식이는 우리가 한 일에 대하여 소식을 접하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 갔다.
이튿날 사무실로 출근하니 근사한 건물 못지 않게 가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집무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연구이사" 라는 직함이 찍힌 명함과 책상에 놓여진 명패가 참으로 나를 실소하게 만들었다.
"참 알 수없는 장난이네"
난 그렇게 뇌가렸지만 미소를 짓고 있었나 보았다.
"이사님, 이제 우리 회사가 자리를 좀 잡나봐요. 10시에 중회의실
로 모이시래요"
"누가?"
"네, 총무과에서"
"총무과.. 그런과가 언제 있었나?"
"네, 새론운 직원들이 속속 들어 오거든요. 회게사도 있고..뭐 박사도 있다던데.."
미스박이 친절하게 말해 주는걸로 보아 저도 별 아는게 없다는 투였다. 여하간 꼬락서니나 보자. 10시에 모이면 또 뭔짓을 하는 건가..
아예 공주 연구소에나 갔으면 좋겠네 몸도 그렇고....
음란한 생각이 마음을 채운다. 거지는 늘 배고프다지...
중회의실에 들어서자 란같은 여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 오는 직원 수가 상당하다. 처음 왔을 때는 열명 남짓하던 판자 회사 규모였는데 이제는 제법 면모가 구비된 젊은이들도 많다.
란같은 여자의 짧은 스커트와 어제 만낫던 옥순이의 배꼽이 함께 업된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배꼽쪽을 훑었다. 아는지 그 여자가 생긋 웃는다. 무안해진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지만 처음 란같은 여자를 만날때의 아름답다는 감정이 빵빵하다.
저 여자 남편은 꼽추에다 불구자인데 뭐에 반했지...?
깊은 뜻을 알 수 없지만 돈이 많은가 아니면 앞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지적 재산권을 지닌걸까...?
여하간 의문이 많이 가는 여자다.
옥순이와 란같은 여자.. 무언가 베일 속에 숨겨진 비밀이 있을텐데...
윤식이가 준 총으로 옥순이에게 쏘아 붙인 그 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숨겨진 사실을 알 수 있는 장치라면 이 여자에게도 그걸 붙여..?
"전부 앉으십시오. 저희 회사가 이사를 하는라고 분주하고 정신이 없습니다. 특히 연구이사님들의 예우에 깊은 관심을 쏟지 못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모두 모이라고 한 것은 우리회사가 앞으로 해야 될 일과 방향을 주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새파란- 설흔은 좀 넘어 보이는- 젊은이가 나와서 개막을 한다. 그리고 곧 이어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보고서의 브리핑이 시작 된다.
"잰장, 뭐야 고리타분하게."
속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이사가 되었으니 무슨 용기로 물러설 수 있으랴. 더구나나 먹고 즐기고 재미(?)만 보는 직책인데...
좀 지루한 설명이 계속된다. 눈을 돌려 본다. 란 같은 여자의 미소가 내 눈속으로 또 들어 온다. 눈이 마주친다. 여자가 아가처럼 똑같이 웃는다. 어? 이상하네...하기야 어릴적부터 누가 웃기만해도 나를 좋아하는지 알았던 쑥맥의 근성 때문인가도 몰랐다.
"그래, 나도 모르지. "
나도 그녀를 향해 작은 미소를 보냈다. 참 웃기는 작대기라는 생각이
들어 픽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