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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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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하루


BY 김隱秘 200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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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차를 몰아 찾아간 곳은 강원도 평창에 자리한 가산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의 고장 봉평이었다.
을씨년스럽게 널려 있는 돌자갈과 메밀꽃이 그렇게 아름답게 피었다던 면소재지의 벌판
여기를 왜 데리고 온 것일까?

"오빠, 사실 여기는 제가 지금의 남편과 처음 만난 곳이에요. 저기 저 아래 묵집 있는 마을에서 그이가 살았거든요. 오늘 제가 여기를 모시고 온 것은 오빠가 너무 사는게 무절제하고 게획 없이 산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더 큰 꿈을 가져 보라는 의미로 온 거예요."
"큰 꿈..?"
"네, 민아에게 들었어요. 오빠는 본래 신동소리를 들었다더군요.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흔들 리면서 결혼도 안하고 되는대로 세상을 살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시를 잘 쓰셨다는 얘기 를 들었는데.."
"괜한 소리지. 민아는 원래 오빠인 나에 대해서는 맹종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저는 그냥 선생님을 돕고 싶어요. 제 남편은 이제 머지않아 돌아갈 것이고 그러면 저도 누군가 의지 해야할 사람이 필요한데."

너무도 황당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됐다.

"민아에게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좋은 분이라는 걸. 남편 있는 여자가 이런 맘을 먹는다는건 죄스럽지만 그렇다고 오빠에게 부담되는 일은 안할거예요. 그냥 돕고 싶고.. 혹 지금이라도 글을 쓰신다면 열심히 옆에서 돕고 싶어서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냥 그 여자 나름대로의 꿍꿍이가 있겠지..
멍청하게 끌려 여기까지 온 나. 그리고 그녀의 의도는 알 필요도 사실은 없는거고..
겁없이 사는 나로서야 무엇이 두려울까만...

이효석 문학관에 들렸다. 산 위에 지어 놓은 문학관에서는 입장료를 받는 아가씨와 관리자인듯한 사람이 서너명 보였다.
돈좀 들인 건물이었다. 단일 인물에 대한 자료 치고는 너무도 많이 수집해 놓은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정말 이 여자 말대로 내가 지금이라도 글을 써야하나..?

아래로 내려오니 사랑의 정염을 불태웠던 물레방앗간과 살던 집들이 재현되어 있었다.
서산에 해는 뉘엇뉘엇지는데 어디로 가서 잠을 잘까.. 혹시 이여자와 동침을...기대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건 기우(?)였나..
서너시간 둘러 본 봉평은 정말 촌스러우면서 효석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어서 나름대로 무의미 하지는 않았다. 이런 박토에서 메밀꽃 필무렵이라는 한국의 대표 단편이 나왔다니...

그녀는 명운이 다된 남편을 생각하며 나를 여생의 반려자로 생각하고 헌팅을 하는건가..?
오락가락 하는 상념이 기분을 혼돈시켰다.

"이제 가야지요..?"

묵집에서 묵을 먹고 나서 재촉하는 나에게 여자답게 눈웃음치는 그녀가 웬지 미워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외로움에 너무 오래 지쳐 있기 때문일까..

되짚어 대전으로 오는 길에 차는 별로 없었다. 평일인지라 도로도 한산 했다. 몇시간이 흘렀을까. 청원이라는 푯말이 보이고 인터체인지를 나와 조금 달리니 울긋 불긋한 밤의 건물들이 우리를 부르는 듯 했다.

"오빠, 오늘은 제가 차를 태워 드렸지요.."
"그래요.."
"집에까지 잘 모셔 드릴께요. 그리고 머지 않은 날 제가 또 태워드릴께요. 제 모든걸요"

그녀는 생글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서로 피곤하고 생각할 여유도 필요하고...제가 오늘 오빠와 함께 한 시간의 이유는 설명이 되었으니까.."

무슨 설명이 되었다는 말인지 이해가 갈듯 말듯 하지만...
어쨋든 나는 영문도 모르고 민아 친구 골목길 여자와 오리무중의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교육을 받고 얼떨결에 강원도까지 다녀온 정말 우수운 하루가 담배연기 속에서 눕고 잇었다.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