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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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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마케팅과…


BY 김隱秘 2002-11-24

미숙이 그 여자-골목길 과일행상 그 여자는 정확하게 2시 10분전에 와서 벨을 눌렀다.
문을 열어주자 거침없이 들어와서는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내 신경은 그녀의 의도파악에 있다.
입술이 매우 빨갛다. 눈화장도 진하고 입은 옷이 상당히 신경이 간다.
화장을 한 여자는 좀처럼 정체(?)를 알아보기 힘들다.

"어디를 가자는 거지요?"
"네, 가보시면 알아요. 말씀드린대로 희망이 있는 곳이죠"

여자가 가자는데 안갈 남자는 없는 법이다.
그녀의 차는 예상외로 참 좋았다. s사의 520이었는데 워낙 깔끔해서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제 여동생이 이번에 대전지검에 검사로 왔어요. 오백X호 검사이거든요. 설흔살인데 혼자 살아요. 제가 혼자 있으니까 어렵다고 타던 차를 줬어요"
"아, 그러시군요.. 여동생이 검사시라면 좀 무섭네요..ㅎㅎ"
"그애가 원래 공부를 좋아 했거든요 취미가 공부였으니까.."
"그럼 거기는 취미가 뭔데요?"
"저요..저야 본래 소설가가 되는게 꿈이었는데..."
"소설가요..?"
"네..3류 소설가요. 사람들은 3류 소설을 우습게 보고 업신여기지만 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고고한척 하면서 그런걸 보고 싶어 하잖아요.
B삿감과 러브레타 왜 그런 소설속의 주인공 처럼요.."
"네, 이해가 갑니다"

엉뚱한 방향으로 화제가 흘러 가다보니 차가 멈?다. H대 후문에 위치한 노촌빌딩 앞이었다.

"저기, 4층이예요. 올라가세요"
"네..네"

그녀를 따라 안내된 곳은 교육장인듯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탁자에 둘러 앉아 대화하면서 무언가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자, 들어 오세요. 앞자리가 좋습니다."

안내자가 그렇게 앞자리를 권한다
앉아 잇는 많은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여자가 2/3정도 된다. 어떤 남자가 나와서 강사를 소개한다. 곧 이어 강사가 나오고 박수를 치고 무언가 궁금해 하는 초보자들과 그들을 안내해온 사람들이 귓속말을 주고 받는다.

"안녕하세요. XXXX 루비 XXX 입니다. 여러분 정말 잘 오셨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만큼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너무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변화해야 할 시기에 변화를 두려워 하였던 지난날의 저의 전철을 밟지 마시고 오늘 저의 강의를 통해서 나라도 구하고 여러분의 미래도 구하는 진정한 인생의 획기적 변화를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먼저 우리 회사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그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빠졌다는 다단계. 그들은 네트워크 마케팅이라 했다. 세계의 시장이 네트워크로 얽혀져 얼마 남지 않은날에 세상에는 네트워크 밖에 존재할 수 없는 날이 온다는 것이고 이를 조속히 수용해야 뒤떨어지지 않고 안위와 영화를 누린다는 그런 내용의 강의였다. 자신은 이런 계기로 이곳에 몸담게 되었고 지금은 월 500만원의 수익이 통장으로 꼬박꼬박 들어 오고 있으며 얼마 안가서 최고의 지위에 올라 2천만원의 월수익이 보장 된다는 것이었다.
상당한 경제식견과 국제정세며 현실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까지 다 꿰고 있는 강의가 좀은 맘에 닿았지만 다단계라는 선입관이 내게 부담이 되었다.
그녀는 내 표정을 주시하면서 가끔씩 도와주려는 시늉을 했지만 그녀도 나보다 많은 것을 아는 것 같지는 않았다.
1시간 반정도의 강의가 끝나고 사업자로 가입을 해야 한다며 입회원서(?)와 몇가지 문서를 작성하자고 했다.
나는 다음으로 약속을 미루려고 여러가지 변명을 했지만 우유부단한 성격탓에 내 카드번호와 주민번호 그리고 통장 번호를 적어 주고 또한 6개월에 걸쳐 60만원 정도를 할부로 지급하고 물건을 사는 것을 승락하고 말았다.
그래 날려봐야 기십만원이고 또한 물건을 받는 것이기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긴 했지만 그녀의 질긴 설득과 강요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더욱 없어서였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그녀는 날 차에 태웠다.

"오늘 제가 모실께요. 오빠하고 같이 가고 싶은데가 있거든요.."

그녀는 갑자기 나를 오빠라고 호칭했다.
아마도 민아 오빠이니까 나를 그렇게 부르기로 한 것이라고 판단 되었다.

'어딜 가는거죠..?"
'네, 좋은 곳이예요. 오빠 같은 분은 꼭 한번 가봐야 할.."
"나 같은 사람이...가야할 곳.그런데가 있나요..?"
"네, 오빠가 문학을 좋아 한다고 민아에게서 들었거든요."

무슨 말인지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운전하는 그녀의 볼이 참으로 고와 보였다. 차는 벌써 경부고속도로에서 갈라져 중부고속도로를 접어 들고 있었다.

<참나원, 도깨비에 홀렸나 귀신에 홀렸나..>

독백하는 나에게 그녀는 재미 있게 쳐다보던 그녀가 깔깔거리며 말했다.

"오빠, 겁먹지마요. 설마 오빠 잡아먹겠어요 ㅎㅎㅎ"

붉게 웃는 그녀의 미소를 보면서 내가 자꾸 짙은 안개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일말의 불안이 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