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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 강물 불어 오르고


BY 김隱秘 2002-11-20

000 양심의 강물은 불어 오르고 000

특별히 서비스한 술은 그 술이었다.
참으로 이상하다. 연구소에서 마셨던 쥬스의 향이 배어 있는 술이라니...
술과 더불어 있었던 시간은 불꽃놀이로 하늘에 휘황찬란한 순간순간을 그려 놓고 타락한 천사와 같이 모든 가증스런 옷을 벗어 던지고 원초작인 본능에서만 보낸 찰나 였다.
본능의 욕구 앞에서 모두 무너지고 싶어 했던 성인군자도 결국 그가 태어난 뿌리에는 정말 향락하려는 인성이 하나도 없다면 어찌 태어 날건가...
어떤이들은 3류 소설이라 하여 남루한 이야기를 거두라 하고 자신들의 숭고한 이념과 형이 상학적인 부분만이 참다움이라 하지만 사람의 몸 자체가 어찌 숭고한 부분만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머리는 생각하고 지시하고 그러나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순간순간의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아가페적 사랑만을로도 세상을 살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영혼과 육체가 동행하지 않는 사랑은 집념에 의하여 제어되기는 하지만 고통과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 아니던가...

민아는 많이 망가져 있었다. 민아뿐만은 아니었다. 나역시 정상을 떨쳐버리고 난 범죄자의 심리랄까..
탐욕과 죽어도 좋을만큼 나락으로 떨어져 피를 마시는 향연을 맛보고 싶어 하는 낙타의 울부짓음 같이 정분에 취하고 목숨이라도 버릴 것 같이 허전한 가슴을 채우려 채우려 해 보아도 불이 지나간 자리는 새까맣게 재가 되고 초록빛은 보이지 않는것을...

맨살로 누운 마음은 너무 허전하다 공허했다 슬프다 우회스러웠다.
남편몰래 바람핀 여인이 아이를 쳐다보고 후회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 겠다고 맹세를 하지만 날이 지나고 시간이 가면, 속에서 차오르는 유혹의 피를 억누르지 못해 다시 그 짓을 하고 만다는 어느 상담소의 고백처럼 우리도 결국 그렇게 폐지로 변해가는걸까..

민아의 남편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아도 등을 돌리고 새우가 되었다
밤은 자정으로 가는데...
담배를 더듬거려 본다. 옷을 찾아 입어 본다.
살며시 일어 나 문을 연다. 민아는 자는척 하나보다.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별이 빛나는 자리를 찾아 호수가로 갔다.
담배에 불을 부치고 코로 힘껏 연기를 내본다. 속이 좀 뚫리는 것 같다.

미친놈 어찌타 인생이 이렇게도 거지 신세가 되었냐?
이 사람 저 사람 동정을 받으며 살보시(?)라도 받는 꼴이 스님이라도 되냐..?

그래, 안되지 이러면 안되지 더이상은 안되지...
말끔한 물파문위로 여자의 얼굴이 스쳐 갔다.
이모의 그 잔잔한 얼굴
민아의 애처러워 하는 얼굴
란같은 여자 은은한 여자
이모 또래의 중년 여자
나이든 예순의 아주머니인지 할머니인지...

쓰레기 더미로 변하는 나를 본다. 파리가 우글대고 그 속에 누워
썩은 고름을 빨아 먹는 비천한 몰골의 내가 보였다.
이렇게 살려면 한 여자에게 매여 사는게 좋겠지..구해봐야지 변변치 못하더라도 내가 위해주고 보살펴줄 사람을 구해보는거야
그리고 지금까지의 일들을 그에게 사죄하는 거야..

에스더의 집이라는 장애자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외모는 멀쩡한데 정신적으로 미숙아였던 아가씨를 만났었다. 나를 그렇게 좋아하고 말도 안되는 국민학생 같은 질문을 하던 모습이 왜 이순간 떠오르는걸까.?
그때는 정말 혼자 살더라도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아름답게 살려고 했는데..망가져버린 나의 현실이 너무 밉다.

그래, 이젠 안되지 아무라도 사정을 해서라도 외로운 사람을 만나 살아야겠어. 더 이상은 안되. 더 이상 물러서면 절벽이잖아 낭떠러지잖아.

나는 담배 한대를 더 피고 되짚어 올라와 방문을 열었다.

"오빠, 어디 갔다와?"
"응, 담배좀.."
"오빠, 우리 그만 가자.."
"어딜 가..?"
"응, 나 오빠 데려다 주고 밤 늦게라도 집에 갈래.."

민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나처럼 후회 했겠지..
자정이 곧 될것 같았다.
우린 혼이 복귀한 사람처럼 그 방을 나오고 있었다
출입문 벽쪽에 기대 앉은 프론트여자는 볼일 다보고 가는냐는듯 싱긋이 웃는다.
민아의 머리가 많이 헝크러져 있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나의 발길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앞서가던 민아가 나를 쳐다보며 울상이 된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민아는 슬퍼하는게 분명했다.
어디선가 우리를 보는 신이 벌 줄것이라는 무서움이 일어 났다.
죄받을 거야...
마음 속에서 불어오르는 가책의 강이 나를 침몰할 듯이 가슴에서
맹렬한 소용돌이를 치기 시작하나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