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0 오누이라는 모텔 간판이 유난이 눈에 띄는 길 00000000
보은 읍내를 벗어나 수한면 쪽으로 한참 달리면 문티대가 나온다. 옛날에는 벚나무가 많았는데 길 확장으로 모두 새로운 애기 가로수들이 줄지어 있었다. 문티재 날망에는 휴게소가 있다. 문티 휴게소는 조용하다.
"좀 쉬어가자 커피 한 잔 마시고.."
"그럴까.. 차안이 따스한게 졸리네."
하품을 하는 민아의 하얀 치아가 햇살에 드러나면 섹시한 보조개가 가슴에 찍힌다.
자판기에서 커피 두잔을 빼서 들고 오면 민아도 웃고 나도 웃고 재미난 우리들은 과연 이런 사이를 언제 마칠건지 모르지만 너무 천진난만하고 태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저 아래좀 봐, 십자가가 참 을씨년 스럽네"
산아래로 조그만 예배당이 보인다. 건장한 청년 한 사람이 교회로 올라가고 그 뒤를 소녀인여학생의 발길이 따라 간다. 우리의 어린시절에는 교회를 연애당이라고 했었다. 유교에 철저히 물든 어르신들은 자녀가 특히 딸들이 예배당에 가는 걸 무척 싫어 했다. 나도 어린 시절에 심심풀이로 교회를 갈때마다 아버지 몰래 갔다와서는 시침을 뚝 떼다가 혼난적이 있었다. 민아도 역시 그랬다. 그러나 늘 내가 보호하고 다니는 걸 아신 작은 아버지 내외는 다른 분들 보다는 극성스럽게 막지는 않는 편이었다.
성경속에 보면 자기의 누이를 사랑하다가 몸쓸짓을 한 인물이 있는데 성경을 읽다가 그 구절에 닿을때면 늘 나는 민아에 대해서 눈치를 살피곤 했었다.
그 내용은 이러한데..
◆ 다윗의 아들 압살롬에게 아름다운 누이가 있으니 이름은 다말이라 다윗의 아들 암논이 저를 연애하나
저는 처녀이므로 어찌할 수 없는 줄을 알고 암논이 그 누이 다말을 인하여 심화로 병이 되니라
암논에게 요나답이라 하는 친구가 있으니 저는 다윗의 형 시므아의 아들이요 심히 간교한 자라
저가 암논에게 이르되 왕자여 어찌하여 나날이 이렇게 파리하여 가느뇨 내게 고하지 아니하겠느뇨 암논이 말하되 내가 아우 압살롬의 누이 다말을 연애함이니라
요나답이 저에게 이르되 침상에 누워 병든체하다가 네 부친이 너를 보러 오거든 너는 말하기를 청컨대 내 누이 다말로 와서 내게 식물을 먹이되 나 보는데서 식물을 차려 그 손으로 먹여주게 하옵소서 하라
암논이 곧 누워 병든체하다가 왕이 와서 저를 볼 때에 왕께 고하되 청컨대 내 누이 다말로 와서 내가 보는데서 과자 두어개를 만들어 그 손으로 내게 먹여 주게 하옵소서
다윗이 사람을 그 집으로 보내어 다말에게 이르되 네 오라비 암논의 집으로 가서 저를 위하여 음식을 차리라 한지라
다말이 그 오라비 암논의 집에 이르매 암논이 누웠더라 다말이 밀가루를 가지고 반죽하여 그 보는데서 과자를 만들고 그 과자를 굽고
그 남비를 가져다가 그 앞에 쏟아 놓아도 암논이 먹기를 싫어하고 가로되 모든 사람을 나가게 하라 하니 다 저를 떠나 나가니라
암논이 다말에게 이르되 식물을 가지고 침실로 들어오라 내가 네 손에서 먹으리라 다말이 자기의 만든 과자를 가지고 침실에 들어가 그 오라비 암논에게 이르러
저에게 먹이려고 가까이 가지고 갈때에 암논이 그를 붙잡고 이르되 누이야 와서 나와 동침하자
저가 대답하되 아니라 내 오라비여 나를 욕되게 말라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마땅히 행치 못할 것이니 이 괴악한 일을 행치 말라
내가 이 수치를 무릅쓰고 어디로 가겠느냐 너도 이스라엘에서 괴악한 자 중 하나가 되리라 청컨대 왕께 말하라 저가 나를 네게 주기를 거절치 아니하시리라 하되
암논이 그 말을 듣지 아니하고 다말보다 힘이 세므로 억지로 동침하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근친상간의 애매함은 늘 존재하였던 것일까?
성스러워야 할 성경 속에서도 벌어지고 말았던 오빠와 누이의 일이 늘 마음에 걸려 민아의 눈치를 보았던 것이 여기까지 왔고 정말 우린 이제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도 헤어지기 싫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함께 몸을 의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정말 깊이 생각하기 싫었다. 민아는 무슨 상념에 잠겼는지 묘한 웃음을 웃으며 나를 힐끗거렸지만 난 느긋한 외양으로 달리는 창밖으로 들어오는 대청호를 건성으로 훑고 있었다.
우린 암논과 다말이란 말인가...?
우리의 결국은 정말 헤피엔딩으로 끝날 것인가?
불쾌한 잡념들이 성을 쌓는다.
"저기 저 갓길에서 좀 쉬어서 가자"
"대청호를 바라보고 싶었다. 우리 고향을 다 먹어버린 대청바다의 물을 바라보고 싶었다.
내가 누구라도 만나서 장가를 갔다면 민아에게 이런 짐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후회가 몰려 왔다.
"민아, 미안해"
갑작스런 내 말에 민아는 당황했나보다
"왜? 왜그래 오빠? 뭐가 미안해..?"
"그냥 미안하지 정말 미안하다 네게 짐이되서 너무 미안하다 정말"
마음이 가라 앉는다. 작은 내가 저 절벽아래 떨어져 아무도 보이지 않는 미로에서 허덕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빠, 나 대전 안갈께.. 부담 되면..?"
민아의 눈 속에도 애처러운 나를 어떻게 하면 위로할까 하는 동정이 고여 있었다.
"그래, 우리 오늘만 같이 가자"
오늘만 같이 가자고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오늘은 꼭 같이 살자고 하는 것 같았다.
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가와 어지러워 하는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아기를 달래듯이..
비둘기 같은 평안이 내려온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그래, 사랑하는데..무슨 상관이야..우린 서로를 원했잖아..슬프지만 아무도 모르잖아.."
"오빠, 우린 지금 나쁜짓을 하는게 아냐. 그냥 좋아서 우린 서로를 필요해서 만나는 것이잖아..오빠, 걱정마 언제든지 오빠가 원하는대로 난 할 수 있어 울지마."
석양에 대청호가 붉게 취하기 시작했다. 산도 취하고 호수도 취하고 밤도 취한 곳에 검은 커텐을 치려나 보았다.
민아의 섹시한 몸매가 점차 눈으로 들어와 나를 미혹하기 시작했다.
그래, 민아의 남자가 구국 할 때까지 우리는 그냥 그렇게 함께 있는거야.. 그렇게 위로하고 싶었다. 에덴 동산에서 ?겨난 아담이 금단의 사과를 누가 먹으라고 하더냐 하나님이 물었을 때 당신이 만들어 내게준 여자가 먹으라고 해서 먹었나이다 변명한 것처럼 나도 그렇게 민아와의 관계를 마음에서 변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빠, 어서가자 집에가서 술한잔 쫙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하루종일 차타고 옥순이 언니 생각때문에 기분이 가라 앉았나봐 그지.."
"응, 그래. 가자..너와 있는 날인데 내가 왜 기분이 가라 앉아..야후..!"
우린 몸과 마음의 심지를 돋우고 있었다.
민아의 환한 미소가 창으로 덮어오는 석양 속에서 정말 아름답게 곡선을 꿈틀대며 황혼의 불꽃을 쏘아 올리고 어두워진 길가에 오누이라는 야릇한 모텔의 간판이 유난히도 눈에 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