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멈추자 옥순이가 뒤를 돌아 보았다
"아니, 옥순이 언니.. 여기 웬일이야..?"
"야, 정말 오랜만이네...이런데서 만나다니..여긴.?"
옥순이는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초록스커트에 붉은 블라우스를 입은 모습이 정말 이채로웠다.
"언니, 타. 어디가서 얘기좀 하자.."
옥순이는 의외의 만남에 당황하는 빛을 애써 감추면서 손을 잡아 주었다. 다만 예전처럼 미소만 지을뿐 말을 아낀다.
내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느낀 것은 그녀가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슨일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윤식이가 옥순이를 찾으라고 한 이면에는 옥순이의 지금의 모습과 연관이 있을텐데...
"윤식이 더러 만나?"
나는 윤식이와의 관계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냥 넌지시 물어 보았다.
다.
"응..? 윤식이.. 아니 잘 못만나.."
"그래..."
차에 오르지 않으려는 그녀 옥순이를 데리고 장안의 그 토종닭집에 도착하니 조용하고 사람들은 거의 없는 때였다.
"어찌 지내는거야?"
"언니, 언니가게 빵집에 어제 찾아 갔더니 없더라. 여기 왔었구나.."
"응, 꼭 올일이 있어서..."
아직까지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그녀를 본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먹거리가 나왔다.
"언니, 우리 내일쯤 한번 들릴께..오늘은 언니가 좀 불안해보이네.."
"응, 그래 미안해. 지금 내가 시간약속이 있어서..."
"그래, 그럼 얼른 가봐 우린 좀 있다가 갈께.."
그녀는 우리에겐 관심이 전혀 없어 보였다. 너무도 변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오랜 세월의 끝에 만났으니 조금은 열어 보고 싶은 것이 있으련만 침묵하는 그녀가 좀 안쓰럽기도 하고 의구심이 증가 되기도 하였다.
옥순이를 먼저 보내고 우린 그녀에 대한 예측가 억측을 하면서 식사를 마쳤다. 건너편 쪽으로 아흔아홉칸 대궐 집인 문화재가 보인다
"오빠, 나 오늘 대전 오빠네 집에가서 자고 갈까.?"
"그래도 되겠어?"
"글쎄..망설여지네 ㅎㅎㅎ"
우린 차를 몰고 보은 읍내 쪽으로 쪽으로 달렸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옛 미류나무 가로수가 더러더러 남아 있었다.
"어, 오빠, 저기좀 봐 옥순이 언니네 초록스커트 분홍 블라우스
맞지..?"
"그러네..산 길로 가잖아..."
우린 초록스커트를 입고 걸어가는 옥순이의 먼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차를 멈췄다.
그녀도 우리를 의식한 것일까..홱 돌아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우리도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참 희안한 일이네.."
우린 동시에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추수한 논배미에 참새 떼들이 후루룩 날아가고 있었다. 짐짓 생명다한 허수아비가 하늘을 보고 누웠는데 민아는 시동을 다시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