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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의 립스틱2


BY 김隱秘 2002-11-14

몸을 씻고 나왔다. 그리고 텔레비젼을 괜히 틀어 본다.

"이모, 저 나왔어요."
"알았어. 나도 좀 씻어야지.."

이모가 화장실로 들어 갔다. 먹다 남은 소주잔에 아직 반잔의 술이 남아 있었다. 상을 번쩍 들어 싱크대에 올려 놓으며 그 남은 술을 홀짝 마셔 본다.
뭔가 아쉽다. 이모가 다른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간다는 거다. 그것도 늦으막에 새 남자를 만나 재혼을 한다는 고백이지 않은가. 하기야 여자가 혼자 살기에는 세상의 남자들이 놔두지 않기도 하고 더우기 이모처럼 고고하고 청초한 여자야 더더욱 그렇지만 혼자 사는 나에게는 늘 위로가 되주고 챙겨 주던 이모를 이젠 잃어 버릴 수 도 있다는 애절함이 너무 절여 오나보았다.

이모의 씻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기를 한참만에 맨얼굴을 한 이모는 안방으로 들어 간다. 정말 익을 만큼 익은 아름다움이 포근함과 안정감을 그리고 평안한 그리움이 가득한 여자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소식이 없는 이모. 난 궁금했다.
아마도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모, 아직 안 끝나셨어요?"

빨좀히 열린 안방문을 열었다.

"어, 들어와 다 끝났어."

이모는 그 고운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립스틱은 왜 바르세요..?"

할말이 없어 나는 불쑥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응, 여자가 여자가 립스틱을 왜 바르는지 조카는 알아..?"
"네..?"
"나, 오늘 립스틱을 바르고 싶네."
"......"
"이 립스틱 누군가 지워줘야 하는데.."

이모와 난 동시에 서로를 빤히 쳐다 보았다.
갑자기 이모의 립스틱을 내가 지워줬으면 좋겠다는 충동이 가슴을 심하게 요동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