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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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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사모


BY 김隱秘 2002-11-12

외할아버지에게는 두 여자가 있었다. 말하자면 우리 친 외할머니는 역병으로 일찍 돌아 가시고 두번째 부인을 맞았단다. 그때 아이 있는 여자를 맞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지금의 이모다. 어쩐지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많이 차이가 나고 해서 좀은 의아해 했었는데 아무도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난 몰랐던 것이다.
우리집에서는 이 이모를 내수 이모라고 불렀다. 그것은 충북 청원의 내수라는 동리로 시집을 갔기 때문이다.
이모는 내게 자초지종을 다 얘기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모와 난 남남이라면 남남이었다.
본래 싹싹하던 이모는 우리 어머니를 언니언니 하면서 많이 따랐다. 그것은 우리 어머니가 덕심이 있었거니와 늘 내수 이모를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어쩐지 좀 검연쩍어졌지만 불쑥 이런 비밀을 얘기해 준 이모가 다시 보였다.
불쑥 내뱉은 말이기는 하나 후회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이모, 드세요. 고기가 참 맛있네요."
"원래 이집엔 토종닭을 기르거든 조카 많이 먹어"
"네, 많이 먹어야 이모님이 좋아하실것 같아요"
"그럼, 따뜻한 밥한번 제대로 못먹는 조카가 안탑깝지"
"아직은 괜찮아요. 더구나 요즈음은 참 행복해요. 이모가 오셔서 밥지을 때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

진심이었다.
이모는 늘 따스한 여자다.
혼자이면서도 궁한 기색 없고 늘 고고하고 남을 이해하려하는 그 마음씨가 너무 사람을 기쁘게 하였다.

넉넉히 식사를 마치고 우린 서켠으로 다가오는 창을 바라보며 노곤해 진다.

'일어 나시죠."

음식 값을 치르고 차로 간다. 식곤증이 몰려 온다. 차창안에 공기가 참 온후하다.

"잠이나 잤으면 좋겠네.."
"글쎄요. 먹고 나니까 만사가 다 귀찮네요"
"그럼, 집으로 가지 뭐 조카 피곤할텐데 푹 쉬어"
"네 그러지요"

이모는 찰르 몬다 집이라야 얼마의 시간이면 닿지 않는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거실에도 햇살이 깔려 있다.
언제나처럼 겉옷을 벗어 걸고는 생긋이 웃는 이모의 모습이 꽃이다 참 아름다운...

"여기서 자. 난 방에서 좀 쉴께"
"네, 푹 쉬세요. 오늘은 그렇고 내일은 출근하거든요. 이따가 저녁에 요앞 석갈비 하는 곳 있는데 가서 먹죠.."
"무슨, 좀 있다가 저녁은 내가 할께.."

눈을 감았다. 잠이 어디로 달아난걸까...
이모가 친이모가 아니란 말이지...잡념이 상기된다. 그러면 우리는 남남이네.
그래도 그렇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아냐 이모는 왜 그런 말을 내게 했을까?
참으로 모르겠네. 담배를 한대 물었다.
무엇하고 계실까.
망설이는 도둑괭이
이모가 누운 안방이 궁금하다.
들어가 볼까 주무시나..
머리를 탁 쳐본다. 짐승 같은 놈!

텔레비젼을 틀엇다. 이것 저것 체널을 바꿔본다.
고ㅇㅇ 변호사가 나와서 주식에 대한 강의를 한다. 파동원리에 대해서 그리고 쌍바닥 이론에 대해서 설명한다. 챠트가 그려지고 이때 사야 된단다. 기본 펀더맨탈로 투자하는 우리나라의 개미투자 방법은 당하는 거란다. 늘 파동원리 분석법에 따라 쌍바닥 상승을 확인한 후 매수하고 아떻한 보조자료라도 쌍바닥이 무너지면 팔아야 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한때 나도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고 그 책을 사본적이 있기에 고개를 끄덕여 보았지만 주식시장은 본래 예외가 판치는 전장 아닌가

커피가 생각 났다. 주방으로 가서 주전자에 물을 얹어 놓는다.
불을 켠다. 파란 불꽃이 일어 오른다.
커피가 어디에 있더라 냉장고 문을 여니 언제 이모가 사다 놓았나보다. 프림과 설탕과 커피가 나란하다. 2대2대2로 탄다. 자판기에 물든 내 입맛이 만들어낸 배합이다.

물을 붓는다. 그리고 찻스픈으로 젖어 본다. 뭉쳤던 알갱이가 풀려 난다. 색이 난다. 은은한 향이 날아 온다. 커피를 들고 돌아 섰다. 쇼파를 향하여..
근데 내 발길은 안방족으로 가고 잇었다. 문고리에 손을 댄다. 가슴이 떨린다. 무슨 ?ㅅ는 사람처럼. 전에 이러지는 않았는데 오늘따라 왜인지 이모가 누운 방 문을 여는게 이렇게 긴장 될까...

"어, 들어와 나 다 잤어."

안에서 소리가 들려 왔다. 내가 서성이는 것을 알았네.

"네 커피 한잔 드릴까요?"
"응, 그래 아까 고기를 먹었더니 그러네..."

문을 열었다. 침대위에 일어 앉은 이모는 창박을 보고 있었다.
머리를 길게 느린 이모. 인어 같다는 생각이 가슴에 북을 친다.

"여기 있어요."

난 내가 먹으려 탄 커피를 내 밀었다.
손이 떨린다.
찻잔을 받으며 반히 날르 쳐다보며 속내를 아는 것처럼 생긋이 웃는다
시선이 마주칠까봐 얼른 돌렸다.

"잘 먹을께...이리 앉아"

나는 시키는대로 옆에 앉았다.
커피잔을 입에다 대고는 떼어서 내 입에 대준다

"춥지, 외롭지, 너무 오래 혼자 있으면 추워...정말 추워.."

이모가 어벙벙한 나를 당긴다. 그리고 나를 안는다. 따스하다.
포로가 된것같은 내몸이 불덩이로 지지는 뜨거움이 하기가 되어 얼굴이 붉어진다. 아마도 속까지 다 붉어지나보다.

"괜잖아, 이리와 내가 안아줄께.."
이모가 나를 비스듬히 눕혔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 당겨 덮는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 슨다.
"조카 참 어린애 같네...어릴때나 지금이나.. 그러니 장가를 못가지 남자는 용기가 있어야지
.."

이모의 살내가 코에 닿는다. 너무도 오랜만에 스며오는 내음이다. 금산연구소나 공주 연구소에서 풍겨오는 그런 냄새가 아닌 정말 그리운 고향의 누이 같은 내음..

"자, 좀 누워 있어. 밥 지을께.."

애완견처럼 된 나를 다독이고는 이모는 벌떡 일어 난다.
나는 이모를 곡 잡았다. 그리고 그의품으로 막 덤벼 들었다. 이모는 가만히 있었다. 조용히 내가 하는대로 내버려 두었다. 나는 엄마의 동생이라는 생각 보다는 한 여자라는 생각이 앞선채 막 이모를 더듬거렸다.

"됐지, 엄마 생각 많이 나는가보네."

이모는 내 이마에 입을 쪽 맞추고는 문을 활짝 열고 주방쪽으로 가며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 `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지...
난 이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모가 나의 연인이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으로 억지 같은 생각이었지만 그것은 순간에 나타난 나의 진실이었다.
"이모, 사랑해요!"

나는 그렇게 외쳤다.

"나도 조카 사랑해!"

이모가 힐끗 돌아보며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향에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너무 곱게 만개한 감당할 수 없는 꽃이었다. 정말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이모!"

나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