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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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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의 일성


BY 김隱秘 2002-11-12

○ 제 26화 이모의 일성 ○

이모의 차를 타고 옥순이를 보았다던 오류동 근처로 갔다.

"저 건물 앞이었는데.."

부룡건설 사옥이 있고 모회사의 오피스텔이 있는 골목이었다.

"옥순이는 왜 찾아?"
"네, 만나서 할 얘기가 있어서요."
"전화번호 모르나..?"
"네, 전에 있던 번호는 아닌가봐요.."

우린 어떻게 해야 될지 망설였다. 음식점에 일단 들어가 물어볼까..?
그러나 누가 그를 알겠는가..
그래도 무언가 끄나풀이라도 잡아야 할텐데..

"잠깐 기다리세요 제가 가보고 올께요. 저기 저 식당에서 나왔다는 말이죠"
"응, 그랬어 저 식당 맞어. 어떤 아가씨하고 둘인가 셋인가 그랬어"

차에서 내린 나는 식당쪽으로 걸어 갔다. 오른쪽을 쳐다보니 은행이 있다.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혹시 저 안에...
우연을 기다리며 은행문을 열고 들어 갔다. 현금출납기에 사람들이 줄줄이 서 있고 번호표를 든 사람들이 각양의 모습으로 기다린다.

"그렇지..."

카드를 꺼냈다. 달랑 한장인 카드.
돈을 넣었다는 윤식이의 전화 목소리가 생각 났다.
줄을 서본다. 하나씩 둘씩 사라지고 꼬리를 늘리면 내 차례
카드를 꽂는다 그리고 예금조회를 누르고 비밀번호를 누른다.

"엉, 이게 얼마야!"

평생 처음의 금액이었다 나로서는... 3하고 동그라미가 7개.
정말 기분이 너무 좋다. 돈이라는 요사스런게 사람에게 기를 살려준다. 그리고 목을 세우게 한다. 힘이 나게 한다. 품위를 지켜준다. 대우를 받게한다. 검정고무신을 신어도 돈있는 사람은 떳떳하다. 남루한 옷을 입어도 슬프지 않은게 돈있는 자의 여유랄까...

돈을 좀 뺏다. 이게 내 돈이란 말인가. 내가 써도 되는 돈인가.....!
그래 이정도면 되었지. 야! 여하간 신난다. 야호!~ 마음속에서 그런 소리가 나니 몸이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여기 왜왔지? 아, 옥순이를 찾는다는게...
은행에는 옥순이가 없었다.
지갑을 채우고는 식당으로 갔다. 옥순이를 보았다는 그 식당
그렇고 그런 대중 음식점이었다
동태찌개를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들어 선 나를 혼자냐는 투로 주인이 쳐다본다. 그러나 난 당당하다. 왜 그럴까.. 돈이 있으니까..
물어 보았다. 옥순이에 대해서 그러나 전혀 알지 못하는 대답이었다. 겉인사를 하고 이모가 기다리는 차로 되왔다.

"이모, 쉽지 않네요. 어디가서 맛있는 것 좀 사 드릴께요 어디 아시는데 있으시죠"
'그래, 밥먹고 또 찾기로 하고 밥이나 먹고 생각해봐"

차는 보문산 뒷쪽에 위치한 뱃골로 접어 들었다. 이모의 친구가 하는 백숙집이 있단다.
미리 전화를 넣고 아늑한 방까지 부탁한다. 산으로 오르는 길엔 은행나무 잎새가 노오랗게 물들었다. 운전을 하는 이모의 모습을 흘끔 쳐다보니 왠지 생기가 나 보인다.

뱃골농장이라고 간판이 붙어 있었다. 반갑게 맞아주는 이모 친구라는 여자의 안내를 받고 아늑한 방에 이모와 마주 앉았다.
이모의 얼굴이 상기 되어 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 파문이 일고 있었다. 알듯 모를 듯한 기운이 확 일었다가 가라 앉고 가라 앉았다 일어나고...

"이모, 이거 받으세요."

난 불쑥 지갑을 꺼내 돈을 한웅큼 꺼냈다. 그리고 이모에게 내 밀었다.

"아니, 이게 뭐야? 웬 돈을 줘!"
"네, 진즉 이랬어야 하는건데 워낙 제가 주변머리가 없어서요. 실은 돈을 벌지도 못했고요.
얼마 안돼요. 그냥 쓰세요.,. 친구분들하고 좋은데도 가고 하세요.."

이모는 감격했다. 덥썩 내손을 잡았다.

"이렇게 날 생각해 주다니 정말 고마워. 친이모도 아닌데..."
"네?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망치로 얻어 맞은것 같은 소리였다.

"이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모는 놀라는 나를 쳐다보며 말을 주어 담으려는듯 아니면 후회하는 얼굴로 말했다.

'아, 아, 아 그거 그게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