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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이래-주린남자의 혼돈


BY 김隱秘 2002-11-08

산이 술에 취하더니 이내 나무들이 잎을 떨고 장작불에 몸을 녹이고 싶은 사람들은 아랫목을 찾는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스면 사람들은 학문을 연구하거나 남을 위해 봉사해야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다. 난 오랜 세월 굶주린 사람이다. 육신을 위해 무언가 죽어주지 않으면 몸이 살 수 없듯 남자를 위해 어떤 여자가 몸을 부벼주지 않으면 굶주림은 해소 되지 않는 것을..
스스로 억제하며 절제하다가 무너지고 마는 것은 폭우에 견디지 못하는 저수지의 둑과 같은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인가
포근한 이부자리위에 누워버린 여자. 사과 빛으로 속살드러낸 여인의 아름다움 앞에 선 나는 어쩔줄 몰랐다. 목마른 늑대는 샘을 넘보다가 물 맛을 보면 어떠한 위험도 무릎쓰고 샘을 찾는단다.

"저 어째요. 너무 추워요. 안아주세요. 정말 너무 오래 떨었거든요."

그녀는 내 맘을 알것 같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어서 다가 오라고 손짓을 했다.
폭설이 내렸나보다 하얀 눈위를 달리는 사슴 한마리 고리를 사랑거리며 깡총깡총
그 뒤를 달려가는 뿔달린 숫사슴 한마리. 힘을 다해 달리면 암사슴은 더욱 재미 있다는 듯
나잡아봐라를 연속하고

"어쩌죠.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요. 이제 제힘으로는 안돼요"
"그렇지 너무 추웠지.. 어이고 불쌍한.."

나는 그녀를 잡아야 했다. 폭죽이 터지는 순간을 어찌할 수 없었다.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나의 눈 속으로 들어 와서는 이글거리는 불덩이를 들고 그녀를 향해 돌진한다.
미쳐버려도 한번은 질주하고 싶어 견딜 수 가 없다. 술이 화약이 된다. 브레이크 없는 차는 아래로 질주한다. 누군가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건데... 아무도 파열된 브레이크를 잡을 수 없다.

"어......어.."

언뜻 언뜻 황색선이 보이지만 그걸 의식할 처지가 아니다.
사과빛 여인의 젖가슴을 헤쳤다. 정말 너무도 오랜만에 만져보는 꿈동산..
입술을 포갠다. 향긋한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 온다 입술에 배어오는 단물이 나의몸을 떨게한다.

"음응~"

그녀가 내 몸을 받으려나보다
끈이 풀린다 내려간다 따스한 나라가 보인다 망아지가 되려나 보다

"나도 너무 지쳤어. 이러면 안돼지만 어쪄~"
".... 미안해요 죄송해요.."
"아냐, 어쪼면 이걸 기다렸는지도 모르잖아..아무도 없어 여긴 둘 뿐이야.."
더듬이를 늘리고 어디에 나의 혼이 들어가야 하는지 더듬이질을 한다. 방향이 잡혀 온다. 그래 이곳이야 강이 이쯤에 있었지. 내가 원하는 강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쩐대. 사람이 아니지만 어쩐대 정말 이러면 안돼잖아..."

바람이 강물을 소용돌이 치게 한다. 구름위로 올라간다. 포근한 솜털들이 잔잔하게 깔려 있고 거기에 내 몸을 얹으면 샘이 보인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구름위의 나라 옹달샘.

"아~ "나는 신음하였다
"이....모.."

갑자기 현관문이 확 열린다. 누구야!
아니 엄~마! 돌아가신 엄마가!

꿈이었다. 꿈이었구나. 미친놈! 속에서 나온 말이다.
눈을 떳다. 쇼파에 옴초롬이 기대 잠이 들었었나보다.
이모는 어디 갔나...
몸을 일으켜 두리번 거린다.
안방문을 연다.

"어, 잠들었었네. 방이 따스하니까 졸리네. 좀더 자지 않고"

난 무엇을 들킨사람처럼 얼른 문을 닫았다. 그리고 얼른 담배를 꺼내 물고 라이터를 켜 댔다. 참으로 황당한 시간이었다.
혼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