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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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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BY 김隱秘 2002-11-07

<< 브레스톤 연구소의 DTMF 가이드 >> 를 찬찬히 읽어 내려간다 . 윤식이가 준 총의 모양이 그려져 있고 동그란 테이프로 보호된 붉은 색 탄환의 명칭과 용도에 대하여 적혀 있었다.
<<물건은 22세기를 열어갈 선도적 상품으로 100년후에 우리 인류가 필요로하고 또한 이루려 하는 선진국의 기능을 자체적인 노하우로 제작한다>>변과 이는 실험용이라고 쓰여 있었다. 총을 꺼냈다. 냉장고 아래에 살며시 밀어 놓았던 총은 여전히 의문이었지만 분명 내막이 복잡한 총인 것은 틀림 없다고판단 되었다.

대충 훑어보며 내일은 윤식이에게 전화를 하자고 맘먹었다. 이 책과 총 그리고 설명서 탄환... 이걸 가지고 나는 무엇을 하라는 건가.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라고 했고 꼭 부탁을 들어 주어야 한다고 다짐을 했것다. 총과 나머지를 만져 본다.
"그놈이 본래 성질배기가 더럽긴 하지. 잔치집에 가서나 초상집에 가서나 절대 남의 숫갈로 밥먹는 놈이 아니잖아"
윤식이를 두고 하는 내 말이다.
청간쟁이였다 윤식이는 아무도 그에게 함부로 말을 부치는 일은 없었다. 논리에 맞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놈이다. 뻔히 보이는 것인데도 돌아서 가려 하지 않는 결벽증이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총/누구나 총을 가지면 마음이 울근거리는거다. 남이 없는걸 가졌으니 무언가 이루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나 할까..총이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남을 굴복시키고 침몰시키며 뜻을 이루는 도구로 쓰는 목적달성의 도구라고 할까
그 총이 내게 지금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총이 세상에 있는 그런 물건이 아닌 용도 미확인의 물체라니...

담배를 이어 물었다.
"딩동!"
벨이 울렸다.
비됴폰을 들었다.
"나야, 이모."
나는 피던 담배를 재털이에 비비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니, 왠일이세요?"
"왠일이긴..조카 생각이 나서 늘 걸렸는데 오늘 큰맘먹고 온거지. 저녁은 먹었어?"
"아, 네 그.."
확실치 못한 내 대답을 눈치채고는
"응, 그럴테지. 무슨 저녁을 먹었겠냐. 좀만 기다려 내가 오늘은 밥좀 먹여야 겠네"
이모를 보니 왜 이리 엄니 생각이 나는지.
어머니만 살아 계셨어도 내가 이꼴로 살지는 않을텐데...
"그냥 놔두세요. 밖에서 늦게 먹었더니 별생각 없거든요..."
"아니야. 그냥 가면 내맘이 편치 않지..."
막내 이모는 삼성동에 사신다. 자식들이 다 훌륭하게 되어서 국내에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으로 남미로 떠나고 혼자 살지만 늘 편안하게 나를 대해주시는 분이시다. 엄마를 보고 싶으면 이모를 보라고 했던가.

"자, 이리와. 다 됐어. 이거 조카 좋아하는거지. 먹어"
이모는 내가 좋아하는 순두부에 담북장을 끓이신거다.
"이모, 같이 드세요"
"그래, 어서 먹어"
이모이긴 하나 내가 나이 찬 조카인데다 홀아비이니 얼마나 조심스럽고 안탑깝겠는가.
"조카, 이리와 술한잔 가져 왔지. 나도 한잔 먹고 싶고 해서 슈퍼에서 한병 샀어."
이모는 술잔을 내민다.
"어이고 불쌍한 사람. 어쩌자고 혼자 이리 사나 그래"
"이모님.."
나는 잔을 받았다. 그리고 목에다 얼른 털어 놓고는 이모에게 잔을 내 밀었다.
"그래, 조카하고 술먹으니까 참 좋으네"
혼자 사는게 늘 고고해 보였던 이모가 오늘따라 외로워 보이는건 내 감정때문일까..
"근데, 어디 취직은 했어?"
"네, 오늘부터 출근 했어요"
"뭐하는데야?"
"아직은 잘 모르겠구요. 뭐 연구하는 회사인것 같더라구요"
"거 잘됐네. 요즘 얘기하는 거 벤처회사인가.."
"네, 그런셈이네요"
"그래, 부지런히 돈좀 벌고 짝 만나야지. 앞길이 구만리인데.."
소주잔이 오고 갔다. 한 병 금새 빈다.
나는 얼른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사다 놓은 소주가 몇병 아직 있다.
"한잔 더 하세요"
"그려, 큰맘먹고 왔으니 먹어도 되지 뭐"
술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가슴을 내놓는 약이라하지
"이모, 외로우시겠네요? 미국으로 들어 가세요 형네따라서.."
"나는 안가. 혼자가 좋아. 혼자사는 사람 심정을 조금은 알것 같아. 조카맘 이해가 돼"
"그래도 이제 좀 야위신것 같으셔요"
"그렇겠지. 그러나 아직 견딜만 해."
또 한병이 비워졌다.
이런얘기 저런얘기 시간이 흐르고 상을 물린 이모와 난 외로운 얘기 그리운 얘기에 시간을 보냈다.
참으로 고웁던 이모. 아직 쉰은 안됐지만 눈가에 잔주름에 인생이 새겨져 있음을 본다.
'이리와봐. 조카. 참 귀여웠지 어릴적에..
우리 니 조카낳고 얼마나 좋아 했는데 오늘은 내가 큰맘먹고 조카한번 안아줘야겠네 이리와"
술이 좀 오르신건지 감정이 격하신지..
외로움을 밥먹듯하는 나야 이모가 너무 좋다.
나를 바라보는 이모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피어 오른다.
"이모! "
이모는 나를 와락 안았다. 그리고 내 등을 토닥거리신다.
이모의 따스한 체온이 귓뿌리를 달군다.
어릴적 맡아본 젖냄새도 나는듯하고
나는 이모의 품으로 오무라졌다.
먼데서 외로움의 둑이 터지는 함성이 들렸다.
밤이 깊어지고 이모와 난 자꾸 서로의 오로움을 터뜨리려는듯 연인처럼 몸을 붙당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