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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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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남의 귀가


BY 김隱秘 2002-11-06

소청빌딩 지하 사무실로 돌아온 시간은 거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퇴근무렵이었다.
"수고들 많으셨지요? 어때요 미팅은 좋았나요?"
난 같은 여자는 우리 일행을 맞이하면서 늘 난같이 웃고 있었다. 조그만 회의실 안내된 우리는 내오는 커피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누구의 동의도 없는데 모두 담배를 물고 불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뭔가 초조해 한다는 생각이 나만의 것은 아니구나.
잠시후 난같은 여자가 다시 들어 왓다. 그리고는 담배피우는 우리를 향해 생긋이 웃는다
"담배맛이 좋으시죠? 오늘은 여기 설문서만 작성해서 우리 미스 박에게 제출하시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두어장 분량의 설문지였다.
설문의 내용은
회사의 이미지/ 첫느낌/ 미팅을 마친 기분/아쉬운 점/의문나는 점/ 앞으로의 기대/ 지금의 솔직한 생각/등 오늘의 겪은일에 대한 소감이라고 할까 그런 내용이었다.
별로 어렵지 않았으므로 우린 그것을 작성하고 곧바로 나와서 미스박에게 그걸 넘겨 줬다.
"이거, 아까 맡기신 봉투.."
미스박이라는 아가씨가 내게 내민 봉투는 아! 윤식이가 주고간 그 봉투 깜박할뻔 했네.
"아, 감사 합니다. 가도 되는거죠?"
"네. 오늘은 가시고 내일은 안나오셔도 되요. 내일은 쉬시고 모래 아침 10시까지 출근해 주세요. 그날 할일은 그 날 알려 드릴거예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는 많은 가게들이 있지만 내가 즐겨 찾는 곳 한군데가 있는데 편의점 옆에 있는 조그만 베이커리다. 밥해먹기도 거북스럽고 하여 늘 식빵이나 간단히 식사할 빵을 사는 가게랄까.
주머니를 뒤지니 빵값은 넉넉하다.
"안녕하세요? 오셨네요.."
들어서는 내게 올리는 빵집 여자의 인사가 찰랑거린다.
목례를 하고 빵을 고른다.
"아직 빵이 안나왔거든요. 1시간쯤 지나면 나와요"
"그래요."
대답대신 나는 빵을 몇종류 골라서 그녀의 앞에 놓았다.
"날씨가 그렇네요.. 좀 쓸쓸해 보이시네요."
언제 봤다고 별소리를 다하네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냥 검연쩍게 웃는 내게 그도 같이 웃어 주었다.
"안녕히 가세요."
귓전을 감도는 음성의 살이 오늘 따라 선하게 들린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주인아줌마도 본래 모임이 많아서 대개 집에 있는 경우가 없고 주인 아저씨 역시 직장에서 늦게 귀가하기가 일쑤다. 캄캄한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리고 소파로 가서 털썩 주저 앉아 본다.
늘 혼자인 집. 옷을 벗어 대충 놓고. 유일한 친구 티비를 켠다. 홀아비 냄새가 온 집에 가득하고...
쓸쓸한 밤이 시작되나보다.
'여보세요. 나야. "
윤식이 전화다.
"너 그거 열어 봤냐?"
"아니 지금 막 들어 왔어"
"그래, 오늘 새직장은 괜찮대?"
"응, 그냥 아직 모르지 뭐"
'허긴.."
"근데 너 요즘 도대체 뭐하냐?"
"응, 그거 풀어보고 나서 물어볼것 있으면 전화해. 그리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잘해봐"
"뭔데. 뭐를 잘해보라는 거야?"
"응, 여하간 아직 안봤으니까 모르겠지 보고나서 전화해라"
전화가 끊어졌다.
무얼까? 나는 각봉투의 주둥이를 뜯었다.
편지 한장 그리고 스카치 테이프 같은 작은 상자 하나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