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리의사와 천선이 부인의 음행을 잘 묘사하는 말꾼이 있었다. 초개댁이라고 불리는 이 여인. 아들도 딸도 없이 남편 일찍죽고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은 저기가서 밥얻어먹는 소위 동가숙 서가식하는 여자였다. 동네에 안가는 집이 없고 아무집이나 다 자기집이고 누운데가 잠자는 제 집이라.
얼굴을 보면 웬만한 남자는 무서우리만치 인상이 원숭이 비슷하여서인지 이제껏 한번도 혼자사는 여자가 격는 풍문한번 없이 사는 여자.
그 여자가 어는날 우리집 안방에서 동네 아짐씨들과 모여서 하는 얘기를 엿들은적이 잇다. 그것도 일부러가 아니고 윗방에서 낮잠 자는데 무슨 웃는 소리가 나서 귀를 대었더니 초개댁이 그 때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변사가 되고 아짐씨들이 관객이 된 얘기다.
어느날인가 초개댁이 귀머거리 천선이네 집에서 점심을 얻어 먹고 할일도 없고해서 비어 잇는 뒤주방으로 돌아가서 낮잠을 청하고 있을 때란다.
"이봐요. 나 지금 몸이 아파 죽겠어. 새뜸 준걸이 아저씨 한테 가서 약좀 가지고 주사 놓으러 오라고 하고 당신은 새청이 밭이가서 고추에 농약좀 하고 있어. 얼른가, 나 배가아파 죽겠네"
귀머거리는 눈을 꾸먹거리고 듣고는 알겠다며 리어커에 농약통을 싣고 사립을 나서는데 이 여자 뒤통수에다 대고 하는 말
"찬찬히 빼놓지 말고 농약하고 있으라고. 내가 주사맞고 몸 풀리면 올라갈테니까 내가 올라갈때까지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었지"
귀머거리가 가고 난뒤 금새 돌파리가 들여 닥치고 초개댁은 긴장했다. 혹시 소문에 듣던대로 썸씽이 잇나해서였다. 초개댁은 급기야 안방이 잘들여다 보이는 뒤주쪽으로 몸을 숨겨서 방안을 살펴 보았것다. 허이 얼쑤!
"어디가 아프셔서 그러시나?"
"어디가 아프긴 의사가 그것도 몰라..ㅎㅎ"
"알지 모를리가 있나. 주사한대 맞으면 똑 떨러질겁니다 햄"
"뭔 주산디유?"
"뭔 주사는 뭔주사 살침주사라고 알랑가 모르것네.."
"하여간 놔봐유"
"귀머거리 어디갔지?"
'고추밭에 농약치라고 했슈 내가 올라갈때까지 거기 있으라고 했으니까.."
"알았소. 치료나 잘 해드려야지 뭐"
초개댁 가슴이 벌렁거려 제가 무슨 죄를 저지르는 것 같이 괜히 아래가 훌쩍거리는데 참말로 과부 그것도 남자가 지나간적이 워낙 오래된 땅이니 목마름이 극한데..
주사를 놓나하고 보니 정말 옷을 내리고 여기저기를 만지는데 아이고 이런 치료가 다 있었네
문고리가 안으로 잠기고 홀랑 다 벗어버린 두사람 꼴좀 보소.
"야, 거시기 거 대단하데. 난생 첨 봤어유. 황소 닮았더라고요. 앉았는데 그게 글씨 땅에 끌리는것 같아. ㅎㅎ"
풍반 입심반 남자의 거시기를 묘사하는데 정말 자기도 아래가 축축히 흘러서 죽을뻔 했다는거여.
"아이고, 그년 복도 많지. 그 거시기로 문질러서 안죽것다는 년 있겄어요. 소리소리 지르고 입벌어지고 기겁하더니 난리 지랄하는거여. 정말 나 소리지를뻔 했다닝께"
변사 초개댁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 여편네도 대단하대. 뿌연한게 한데 어푸러졌는데 정말 볼만하여요. 신나요. 우리 죽은 애아부지 하고 놀던때가 참 좋았는데 ㅎㅎㅎ"
모두들 그래서 그래서 하면서 스토리를 재촉하는데..
난 청소년기인지라 이해하지 못하는 소리도 있고 알것도 같고 해서 다음 얘기를 기대했다.
"한 한시간쯤 쳐부시대. 정말 살만나더구만요. 좋아 죽것나벼요. 부둥켜안고 어쩔줄을 몰라. 아이고 정말 미쳐불것지"
"ㅎㅎ 정말 그렇것?묏?
이때 밖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아버지가 마실 갔다가 돌아오시는 건지 헛기침 소리가 나고.
"아이고. 낭군 오시네. 잘해보셔"
우리 엄니에게 하는 말인것 같았다
"어서들 가요. 저녁좀 잘 해 주시고 물총좀 맞어봐용ㅎㅎ"
아낙들이 함께 깔깔거리며 일어 난다. 참으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성이란 기초앞에는 동물의 범주에 속하나 보았다. 그날밤 난 엄니가 사랑방으로 물을 떠가지고 들어가서는 새벽이 되서야 안방으로 돌아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참으로 감수성이 있던 시절의 잊히지 않는 한토막 작은 이야기가 왜 안대속에서 살아 날까..?
혼자 있으면 사람은 동물이 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