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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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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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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내가슴에뜨는별 2002-09-27

그러면서 투인은 귓말을 껐다. 채팅을 부부가 함께 하는 건 방 사람들 알고 있다. 영섭 또한 모르는 바 아니었다. 채팅 초보 때인 2달 전, 이 방에 첨 들어왔을 때 커피잔 올리는 방법이며 귀말은 어떻게 하고 음악을 어떻게 듣는지 하루방에게서 배웠다. 처음엔 한참을 헤메였고 차츰 하나씩 알게 되었다. 상대 아디를 오른쪽 마우스로 클릭하면 아래에 불이 들어오고 고무풍선 모양의 그림을 누르면 상대와 연결되는 것 등을. 영섭은 그렇게 친절히 해준 하루방을 고맙게 생각했다.
net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바로 님이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바로님의 말:하아잇!
내 가슴에 뜨는 별님이 대화 방을 나갔습니다.
돌하루방님이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영섭은 일주일간 채팅방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방이라고 하기엔 먼 곳은 아니지만 대전에 열흘정도 작업이 있어서 3일 정도는 출퇴근을 했지만, 서울에서 다니기에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현장에서 지내기로 하였다.
영섭은 리 모델링이라는 내부공사에 관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초기 단계인 내부철거. 철거라 해서 마구잡이로 때려부수는 일이 아니라,(그럴 작업도 있지만) 설계 도면에 의해서 살릴 부분은 살리고 철거해야할 부분만 철거해야 되는 작업이 많았다. 회사에 고용되어 있지는 않지만, 3개의 인테리어 회사와 거래를 트고 있다. 영섭과 같이 일하는 5명의 일꾼들도 그의 지시대로 일은 하지만, 그에게 고용 되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때그때 작업주문이 핸드폰으로 들어오면 현장을 답사하고 단가를 매겨서 회사들과 가격절충을 벌이게 된다. 작업량이 많거나 철거 난이도가 높을 경우 간혹 보이콧을 놓기도 한다. 들어가는 품삯과 기계비용, 쓰레기 물량 등을 따져서 영섭의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을 양이면 평소 거래하던 회사의 요청에도 거절하곤 한다. 전엔 더러 손해도 보고했지만, 어느 시기가 지나자 그래선 안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렇다 해서 영섭이 자기 속만 챙기려드는 놈이라는 얘기는 어디에서도 들려 오지 않았다. 그만큼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줬다.
영섭이 작업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고, 일이 연결되지 않자, 시간은 남고해서 채팅방으로 들어갔다.
내 가슴에 뜨는 별님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돌하루방님의 말:어 형 어서와.
돌하루방이 그를 맞아주었다.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반가워 아우님
일반적인 인사가 끝나자 돌하루방은 대화를 나누던 여자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돌하루방님의 말: 민들레님 그러면 남편에게 미움받아요
민들레라는 아디의 여자가 호호 하며 응대를 했다.
민들레님의 말:하루방님은 부인한테 잘하나부다. ㅎㅎ
돌하루방님의 말:물론이죠
민들레님의 말: 거야 본인한테 무러야 알겠죠 머..^^
snw4님의 말 :www.feeling2com.com/asx/p0008.asx Aria Di Festa Milvaxe
돌하루방님의 말: 그런가요?
민들레는 부인이 집에 있다면 잠시 방에 잠시 들어오라고 하루방에게 부탁했다.
돌하루방님의 말: 네 그러죠 머. 형 나중에 봐
돌하루방이 방을 나가서 1분도 안되 투인이 들어왔다.
투인님의 말: 어.어빠 계셨네요?
민들레님의 말: 얼라. 투인니임!
투인님의 말: 미안요 민들레님
민들레님의 말: 님 부른건 난데.에공 섭해라
투인님의 말: 오빠를 하도 오랜만에 봐서요 미안해요
민들레님의 말: 별님 좋컸다여..
투인님의 말: 민들레님 하실 말씀이라도..
영섭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화장실 다녀오고 샤워하느라, 나중에서야 투인의 글을 보았고 두 여자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
민들레님의 말: 아뇨..그냥 남편께서 신랑에게 잘하라고 하도 그러시기에 님은 어떤가 해서요
투인님의 말: 아,네 잘해요 저한테.
민들레님의 말: 넹넹 ㅎㅎ
이렇게 얘기하다 대화가 끊겼고, 투인이 영섭에게 귓말을 청해왔다.
투인님의 말: 오빠 왜 아는 척도 안해요?
아래에 노란 표시가 깜박여서 눌러보니 투인이었다.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잠간 자리 비웠어
투인님의 말: 그런 줄도 모르고..미안해 오빠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괜찮아
투인님의 말: 오빠 구정날 저하고 만나요..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하고픈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만나야 얘기가 되겠니?
투인님의 말: 싫어요 오빠?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구정날이잖아. 빠져 나오기가 쉬울지 모르겠어
투인님의 말: 전 그때 밖에 시간이 없어요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그래 알았어..어디서 만날가?
투인님의 말: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요..고속도로도 가까우니..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몇시에?
투인의 말: 2시면 어때요 오빠?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3시쯤 하자..아무래도 점심식사는 가족과 하고 나와야 될 거 같아. 가는 시간도 있고...
투인님의 말: 그래요. 3시 제 핸폰 적으세요
둘은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다.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근데 아우가 알면 기분 나빠할텐데..
투인님의 말: 오빠 우리 만나는 거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해요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음.....
두 사람은 시간 간격을 두고 대화 방에서 나왔다..그렇지 않아도 말이 많은 곳에서 함께 너무 오랫동안 있으면 눈치가 보일 것 같다고 하며 영섭이 먼저 자리를 떴다.
구정 전날 영섭은 "아름다운 향기가 있는 공간"대화방에서 투인에게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투인님의 말: 오빠 미안한데요..화내지 마세요..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뭔데?
투인이 귓말로 해온 이야기는 투인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었다.
투인님의 말: 정말 화 안낼거죠?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말해봐 무슨 일인지 알아야 화내던지 말던지 하지..
투인님의 말: 오빠..죄송한데요..우리 만나는거 생각해보다가...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
투인님의 말: 쌍둥이 아빠에게 말했어요. 그게 편할거 같아서, 그리고 나중에 알게되면 더 기분 나빠 할가봐서요.
이 무슨 말인가.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말한 사람이 누군데...영섭은 투인이 만나자 했을 때, 돌하루방에게 쌍둥이 엄마가 만나자는데 무슨 일 있는 거야? 이렇게 먼저 물으려 하다가 투인이 무덤까지 가져가자는 말에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으음...그랬구나..잘된 일이지. 남편 승낙 받는게 좋은 일이 지...
투인님의 말: 쌍둥이 아빠가 형님 잘해드리라 하더군요. 맛있는거도 사드리고..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으응...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으나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영섭은 싫고 나쁜 감정을 잘 내비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심기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잘 흥분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몹시 황당한 심경이었다. 자신이 늘 다니던 산에 어느 날 가보니 나무들이 베어져 황량한 느낌 그런 기분이었다. 사이버 상의 만남이고, 아직 목소리조차 듣지 못한 사이지만(투인에게 전화 한다해도 별로 할말도 없고, 처음 목소리를 마주 한다는 것이 어색하였다.) 투인이 경솔한 여자임을 느껴본 경험이 없어서 더욱 껄끄러웠다.
무슨 말못한 사정이 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