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20

[제2회]


BY 내가슴에뜨는별 2002-09-24

나는 너를 클릭한다 1


(1) 환상의 그늘


꿈을 꾼 것일까. 허공에 핀 꽃처럼 그녀는 세상에 없는 것인가. 그럼에도 그녀가 성큼성큼 현실 속으로 걸어나와 배시시 웃을 것만 같았다.

내 가슴에 뜨는 별님이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방안에는 12명이 있었다. 방장인 요정 숲은 커피 잔이었고, 투인, 루나, 기다란남자, 영문 아디 몇 명이 보였다. 투인이 공창에다 "내가슴에 뜨는 별"인 영섭에게 인사를 건네더니 귓말을 걸어왔다.
영섭이 그녀를 만난 것은 컴퓨터 채팅방 안에서 였다. 그보다 돌하루방이란 아이디를 가진 남자와 먼저 접속하였고, 그와 친해지자 그의 아내라는 투인이 다가왔던 것이다.
투인님의 말:별님 쌍둥이 아빠 술좀 그만 마시고 들어오라고 전화 해줄래요?
투인이 영섭에게 처음으로 부탁을 해왔다. 돌하루방에게 전화를 하면 영섭의 말을 잘 들었고 15분 이내로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아마 근처에서 술을 마신 듯 했다. 피자가게를 한다던 돌하루방이 가게를 정리하고 갈비 집을 한다며 개업하기 전에 술이나 한잔하자고 영섭을 불러냈다.
돌하루방님의 말:형 술 한잔하게 용산으로 나와
저녁에 돌하루방을 처음으로 만났다. 키가 크고 날렵하게 생긴 영섭에 비해서 돌하루방은 넓은 얼굴에 뚱뚱한 편이었다. 약간은 슬픈 눈을 가진 사내 였다. 그는 영섭이 잔을 한번 비울 때 연거푸 2잔이나 털어 넣고 3잔째 잔을 채우고 있다.
돌하루방님의 말:형! 아영이 있지. 게가 나 많이 좋아 하나봐.....
내가슴에뜨는 별님의 말:그래?
지난달에 "아름다운 향기가 있는 공간"이란 방에서 모임이 있었다. 두 번째 공식 모임이었다. 그때 영섭은 아영이란 여자를 처음 보았다. 물론, 다들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얼굴이 갸름하고 살살 눈웃음치는 모습이 남자께나 홀리는 스타일이었다. 그 날 모임이 끝나고 시댁인 광주에 간다던 아영을 돌하루방이 데려다 준다며 둘이 가는 걸 보았기에 추측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돌하루방은 그 날 아영과 함께 밤을 보냈다는 얘기도 들었다.
내가슴에뜨는별님의 말:투인이 알면 어쩌려고?
돌하루방은 아무런 응대도 하지 못했다.
며칠 후 영섭이 일을 끝내고 "아름다운 향기가 있는 공간" 채팅 방에 들어왔을 때 투인이 말을 건네왔다.
투인님의 말: 오빠! 저하고 얘기 좀 해요
귀 말로 속삭였다. 귀 말은 둘이서만 나눌 수 있는 대화통로였다. 투인은 얼마 전부터 영섭을 오빠라고 불렀다. 한 열흘 전이나 될까. 삼십대 초반의 그녀는 40대 중반인 영섭에게 오빠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누이 동생이나 누님이 없는 집에서 자라온 영섭으로서는 오빠라는 호칭이 썩 듣기 좋은 것이었다.
투인님의말: 혹시 아영이라는 여자 알아요?"
영섭은 아영이란 이름이 문자로 올라오자 왠지 뜨끔한 기분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안다고 말해야 할까, 모른다고 잡아떼어야 하나 하는 갈등이 스쳤다. 대답이 너무 늦으면 의심받을 것이다.
내가슴에뜨는별님의 말:글세 첨보는 아딘데..
대답이 적절했는지 투인은 잠시 주춤거리는 눈치였다.
투인님의 말:아딘지는 잘 모르겠어요. 본명 같기도 하고..
내가슴에 뜨는별님의 말:왜 그러는데?
투인은 영섭이 계속 묻자 아영이란 이름을 알게된 배경을 털어놓았다. 우연히 아영이 남편에게 보낸 메일을 보게 됐는데, 메일이 안부나 묻는 그런게 아니어서 황당했다는 것이다. 돌하루방에게서 듣지 못한 내용이었다. 사랑한다느니 하는 정도도 넘어서서 아영이란 여자는 겉옷을 훌러덩 벗고는 알몸으로 돌하루방에게 달려드는 그림이 그려질 정도의 메일이었으니 투인이 흥분할 밖에.
메일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으나 투인의 말로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게 되자 아영이란 여
자가 어떤 유형의 여자일가 궁금증이 일었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갸름한 얼굴체형. 얇은 입술. 웃음이 들어있는 가는 눈꼬리. 그리고. 말할 때마다 젖어들던 눈동자가 생각난다.
내가슴에 뜨는별님의 말: 많이 속상하겠다....
투인님의 말:속상해 죽겠어요 오빠
투인은 돌하루방과 만나서 살게 된 얘기를 털어놓았다. 돌하루방은 교통사고로 전처를 잃은 배경(투인 자신이 들은 것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며, 차의 충돌로 앞 유리창을 뚫고 나갔다고 만 말했다)을 간략하게 들려주었다. 2살된 쌍둥이를 데리고 피자가게를 하던 하루방에게 투인이 단골손님이 되었고, 쌍둥이의 귀여운 모습에 반해 가게를 자주 들락거리던 투인은 또한 하루방의 성실함에 더욱 매료된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둘은 동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녀 나이 28살. 적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아이 딸린 남자에게 시집가려 하니 집안의 반대가 심했고, 그녀는 짐을 싸들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예상외로 남편은 술을 심하게 마셔댔고 주사에 바람기도 많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음 그랬구나..
영섭은 돌하루방에서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투인에게서 듣게 되자 돌하루방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와 단 한차례 술자리를 했을 뿐이지만 주사는 없었다. 헤어진 후에 돌하루방이 혼자 술을 더 마신 것은 들어서 알지만....
내가슴에 뜨는 별님의 말: 아이를 낳지 그러니?
투인님의 말:애 아빠가 낳으려고 안해요
투인의 말에 영섭은 투인이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이도 갖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결혼생활, 그 결혼생활 마저도 남편의 바람기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투인님의 말: 오빠 저한테 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
내가슴에뜨는 별님의 말:"..........
투인님의 말: 구정날 저 좀 봐요
투인은 자기 하소연 좀 들어달라며 영섭에게 만날 것을 간청하였다.
투인님의 말 애 아빠 들어와요. 나중에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