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이예요..."
머리를 틀어올려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는데..안나였다..
[벌써 이렇게 기억이 가물거리다니..]
"잘 지냈어요...?"
한번쯤 정식으로 찾아가 인사를 해야한다는것쯤은 루시안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매번 이번 페이지만 끝나면 하고 차일차일 미뤄왔는데..
[얼마나 나를 예의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안나를 한번에 알아본 죠셉이 원망스럽기까지했다.
"네..진작에 갔어야 했는데..제가 너무 무심했죠..?"
어색한 미소...
"여기서라도 만났으니..괜찮아요..식사는 했어요...?"
"지금 막.."
"그럼 잘 ?榮?. 별일 없으면 칵테일이나 한잔 마시러 갈래요..? 좋은곳을 알고 있어요.."
저렇게 반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안나의 청을 누가 과연 거절한단 말인가...
앞서걸어가는 안나의 치마가 나풀거린다.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루시안이 생각한 칵테일바와는 너무 달랐다.
마치 아담한 헛간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군데군데 건초더미가 주인인양 자리잡고 있었고 빛바랜 테이블보나 바람에 흔들리는 전등도 그렇다.
"제가 여기 단골이예요...이렇긴 해도 칵테일맛은 아주 좋아요.. 짐!
제가 저번에 얘기한 루시안이예요"
귀 뒤로 넘긴 단발머리에 아무렇게나 물고있는 담배가 자연스러운 남자가 서글서글한 눈매로 루시안을 향해 인사했다.
"여기 앉아요....죠셉은 무엇이 좋을까...? 우유 괜찮니....?"
"안나..아니요..죠셉은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해요..사과쥬스 있을까요...?"
얼굴을 손으로 받치고 한가롭게 저녁을 즐기는 것도 모처럼 만의 일이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도 괜찮은데..너무 조바심낸건 아닌지 모르겠다.
"스팅거..어때요...?"
"알콜이 높으면 안되는데..차를 가지고 왔거든요..."
"그럼 딱 이네요..소화도 잘될 꺼구요..박하맛 괜찮죠..?"
소박한 재즈음악이 흘러나왔다.
사과쥬스에 함께 나온 파인애플을 먹단만 죠셉이 엎드려 잠이 들었다.
"내일모레..추수감사절을 위한 자선기금모임이 있어요..사실 요즘 제가 그것 때문에 많이 바빠요.."
"아..그래요...?"
스팅거의 오렌지색이 조명에 진한 갈색으로 변했다.
"루시안도 같이 할래요..? 사람들과 친해질수 있는 기회가 될꺼예요"
자신도 예전에는 모임이나 파티를 즐겨하던 사람중 하나였다.
"고마운데요..아직은..정리가 되질 않아서요...."
"그러지 말구요..내일 시간되면 저희 집으로 오세요..쿠키를 만들어야
하는데...빠듯하니까..같이 만들면 어때요...? "
"이건 서비스예요"
그때 짐이 감자튀김을 담아가지고 나왔다.
죠셉을 들쳐 업고 나오는 루시안은 고민아닌 고민에 빠졌다.
[언제까지 사람을 멀리하고 살순 없지 않은가... ...]
어디선가 매미소리가 들렸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