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있은후 루시안과 죠셉에게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서로간의 신뢰와 의지가 돈독해진 것이다.
"엄마!"
죠셉이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루시안에게 다가왔다.
반투명한 린넨커텐 사이로 빛이 들어와 조금은 나른하고 이른저녁 이었다.
"응.."
끄적대는 것들이 오늘은 더욱 산만하다.
"읽기를 다했으니까 나가요..빨리 나가요.."
죠셉은 루시안의 팔짱을 끼며 재촉했다.
루시안은 못내 아쉬운듯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지만 죠셉의 성화에 못이겨 일어서고 말았다.
"알았으니까..모자쓰고 오기...주금깨 더 생기면 싫으니까.."
죠셉은 천성적으로 명랑하고 밝은 아이다.
7살치고는 큰 키와 힘에 루시안은 가끔 놀라던 기억이 났다.
[벌써..저렇게 컸다니..]
씁쓸하면서도 자랑스런 느낌이 마음으로 전해졌다.
한적하다..이곳은 이사왔을때부터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다.
그것이 물론 마음에 들었지만 요 며칠 악몽을 꾸며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밀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이만 아니면 더이상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을까..?
루시안은 랜드로버의 핸들을 꾹 잡으며 생각을 다잡았다.
그러고 보니 머리를 빗지 않은지도 꽤 된것 같다.
바람이 너무 좋아 감은후 가만히 두면 빗는것을 깜빡하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빗으려 해도..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엄마! 나보고 웃는거야..?"
"아니..."
지금보니 죠셉의 볼도 거칠다.
"그냥..여기로 오길 잘한것 같아서...너만 사고치지 않으면..."
죠셉을 출산한후 산 랜드로버는 아직도 건재하게 달리고 있었다.
"오늘은 오랫만에 외식이나 할까...?"
루시안이 눈썹을 찡끗 올렸다.
덩달아 죠셉의 눈썹도 올라갔다.
상가주변에는 꽤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그래도 전에 살던곳과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한산함이 느껴졌다.
마을회관으로 보이는 회색건물 하나..술집..노천카페..패스트푸드점..
있을것만 있고 더이상은 없는 수학책 같은 마을.
화분이 풍성한 음식점에 차를 댔다.
<가든파티> 라는 음식점 이름이 참 이색적이었다.
문앞에 다가서자 고소한 바비큐냄새가 코를 찔렀다.
약간 어두운 조명이지만 죠셉과 함께 식사하기에는 적합했다.
"바비큐 립 정식 하나요.."
코울슬로샐러드와 구운 옥수수가 곁들여져 푸짐한 식사가 나왔다.
"여기는 처음인가 봐요.."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이 루시안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아..네...이사온지 얼마 안되서.."
죠셉이 먹기 편하게 뼈를 바르며 루시안은 옆 사람의 관심에 조금 신경이 곤두섰다.
"그래요..? 사실...얘기는 들었었어요...워낙 작은 마을 이잖아요..
긴가민가 했는데...하지만 모두들 좋은 사람들만 있으니 여기에 온걸 후회하진 않을 꺼예요..."
"네..어쨌든 고마워요.."
사람들과 얽히고 싫지는 않았다.
설사 좋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조금 흐르자 식당은 금새 사람으로 붐볐다.
"자..우리 그만 갈까...?"
계산을 막 끝내고 돌아서는 찰나에 죠셉이 밖으로 황급히 뛰어가는 보습이 보였다.
루시안은 동전을 급히 지갑에 넣고 따라나섰다.
"죠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