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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ren 2002-09-04

PARADISE <0>



"어떻게 할까요?"

"....응? 뭐라고 했지?"

"지금 가보시려구요?"

"...아... 응... 그래봐야지..."

김 형사는 몸을 일으켰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가 타들어 가자 그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후 겉옷을 입었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서를 빠져나왔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이 무능한 형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유능한 형사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에게 있어서 정말 난처한 것이었고, 그는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사건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인지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그 사건'이 한참동안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마나 탈옥수같은 종류의 자들로부터 일어난 사건이었다면 그는 일찍 이 사건에서 손을 놓고 더 유능한 형사에게 일을 넘겨버리거나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그러기도 전에 위쪽에서는 총력을 동원해 버리겠지만)

하지만 이 사건은 그 누구도 아닌 겨우 16살짜리 꼬마애들이 얽혀있는 사건이었고, 그렇지만 풀리지 않는 사건이었다. 어떤 일이든 간에 16살 짜리 아이들의 사건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그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도 않는 일이었고, 위쪽에서도 납득을 못 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도무지 일이 풀리지 않는 것을 느끼자 그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누가? 도대체? 왜?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아이들은 어째서 그렇게 되었을까? 무슨일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이라고는 그 6명의 아이들의 여행동기와 서로간의 관계정도였다. '살아 남은' 3명의 아이들에게서는 아무런 사실도 알아낼 수 없었다. 면담이 가능했던 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실종된 나머지 3명의 시신은 아직 발견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발견이 된다면 어느정도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한창 추운 1월이고, 눈은 무섭게 내린다. 강원도 지방의 설악산 국립공원 부근이라면, 빨라도 며칠은 걸릴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푹 한숨을 쉰 다음 눈앞에 보이는 K정신병원으로 들어갔다.



"뭐라도 좋으니 생각나는 게 있으면 좀 말해보렴."

".........."

"일주일 동안 거기에서 뭘 하고 있었니?"

".......말씀 드렸잖아요."

"그냥 놀았다는 것 뿐이잖니......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렴."

"........기억이 안나요."

"......."

그는 점점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은 정신병원 안이고, 앞에 앉아있는 이 아이는 약간의 자폐증세를 보이는 아이이다. 원래 성격이 그럴지도 모른다. 이 남자아이는 쌀쌀맞게 툭툭 던지듯이 대답을 했고, 그래서 김 형사는 더욱더 짜증이 났다.

살아돌아온 아이들은 '이민우' '서수경' '유민지'.

유민지라는 아이는 거의 정신착란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고 있어 도저히 면담이 불가능했고, 서수경이라는 아이는 구조 당시 쇼크를 받아 기절한 이후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유일하게 면담이 가능한 민우는 보다시피 이모양이었고. 몇번의 면담을 통해 조금의 정보를 얻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들 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도 알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들 뿐이었고, 단지 그 세명이 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것뿐이었다. 그 주변인들에게서는 이미 모든 증언을 들어 더이상 들을 게 없었다.(그 중에 뭔가 중요한 내용이 있는것도 아니었거니와)

"정말....아무말도 해줄 수 없니?"

"저는 저번에 다 말씀드렸어요.. 우릴 제발 좀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

민우는 쌀쌀맞게 말했고, 지쳐버린 김 형사는 의자가 바닥긁는 소리를 날카롭게 내며 신경질적으로 일어났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너희 친구 3명이 실종됐어!! 그 이유를 왜 말할 수 없다는 거지? 너희도 알다시피 사고사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거의 사방이 폐쇄되고 외부와의 소통이 불가능한 산장이었어!! 눈은 미친듯이 오고!! 누가 미쳤다고 그 날씨에 바깥에 나갔다가 사고사를 당하겠니!! 물론.. 죽을 수 있는 장소도 없었지만...."

"그냥... 그냥.. 사고예요... 그건 사고였어요... 사고였다구요!!"

시종일관 무섭게 깔린 목소리로 일관하던 민우가 별안한 소리를 질렀다. 김 형사는 움찔했다. 시계를 봤다.

"그래... 오늘은 시간이 다 됐으니. 이만 가마... ..하지만,"

그는 잠시 흥분한 자신을 가라앉일 듯이 숨을 내쉬다가 말했다.

"다음번에는 사실대로 말해주기를 바란다."

민우는 약간 벌게진 얼굴로 김 형사를 쏘아봤고, 김형사는 아무말 없이 방을 나왔다.

'후우~ 젠장. 내가 왜 내 아들뻘 되는 녀석들한테 시달려야 하지...'

그가 한숨을 쉬며 병원문을 나서려는데 뒤쪽에서 의사가 그를불렀다.

"아! 김형사님.. 그 여자애가 깨어났더군요?"

"네?"

김형사는 몸을 돌려 의사를 바라보았다.

"그... 수경이라는 아이 말씀이십니까?"

"예. 몇시간 전에 깨어났는데... 점점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오신김에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 물론 금방 깨어난 아이를 진정시켜야 하겠지만... 이상할 정도로 평상심을 되찾고 있어서....."

의사는 말꼬리를 흐렸다.

"아 예. 그럼... 어디 한번 만나보도록 하죠."



"...형사님은 어떻게 그 애들이 실종됐는지 알고 싶은거죠?"

"...그래."

"왜 알아야 되죠?"

...이렇게 되묻는 아이의 눈빛이 섬뜩하리만치 차가운 것을 보고 김 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수경이는 방금 깨어난 사람답지 않게 침착했고, 전혀 마음의 동요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의 부모님께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하니..."

"진실은...... 알려져야 되는거겠죠.."

"........"

"그냥.... 묻어버리고 싶은 진실도..... 모두.... 결국은 모두 알아버려야 속이 풀리는 건가요?"

"......."

"......."

김 형사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 도무지 이 아이는 아이같지가 않았다.

"그래.. 어떤 일이든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니.... 민우라는 아이는 사고사였다고 하지만... 산장 주변에서는 그럴만한 증거도, 흔적도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가 아닌걸 어떻게 알죠?"

"알고있니....."

점점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김 형사는 말했다.

"너희들의 그러한 태도가 이것은 단순한 사고로 인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고로 3명이 실종되었다고... 나머지 3명이 이렇게 망가지는 것도 납득이 되질 않는다. 물론 증거도 없지만 말이다!! 너희들은...아니.. 너희들의 몸과 정신은...착하리 만큼 솔직하단말이다.. 애써 너희들끼리 부정하려고 해도 소용없어. 이제 좀 말해 주지 않겠니..?"

여기까지 김 형사는 단숨에 말하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

숨막히는 침묵.

"약속해줘요."

갑자기 수경은 입을 열었다.

"...?"

"약속해줘요..."

"뭐..뭘 말이냐?"

"그냥 우리를 내버려 두기로..."

"일단 들어보자....."

김 형사는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수경은 얼음같이 차가운 눈동자로 말없이 김형사를 바라보다 또다시 한참을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잡은 듯 입을 열었다. 김 형사는 이 아이에게서 뭔가 섬뜩한 비장미 같은 것을 느꼈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정당방위였어요.."

"뭐가?"

"지금부터.......... 이야기할게요....... 모든걸..."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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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모든걸 이야기 한답니다; 그냥, 잘 들어주세요=_=;;
(젠장.. 김 형사는 또 뭐야;<-너무 이야기가 밋밋하게 될 듯 싶어서 넣어버렸다; 예정에도 없었던 급조된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