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아파트 들어온 영호는 괜스리 들어가기 싫어져서 다시 열쇠로 문을 열다말고 발길을 돌린다.
한동안 비워져 있던 옆호에 누군가 이사를 왔는지 분주하다.
호기심이 발동해서일까 괜히 기웃거리면서 주인을 찾아보지만 시끄러운 사람들 속에서 주인 찾기가 쉽지가 않다
결국 그냥 다시 그 텅빈 집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궁금증을 뒤로 한채
며칠이 지났을까?
정신없이 바쁜탓에 옆집을 잊고 있던 영호는 갑자기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엘레베이터에 오르고 버튼을 누르려 하는데 누군가 소리치는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서른을 넘기지 않았을것 같은 여자였다. 유난히 갸냘픈 몸에 어딘가 모르게 그늘진 얼굴을 한채...
"뭘요, 근데 몇층이세여?"
"십이층이여"
순간 영호는 고개르 갸웃한다.
혹시나 하지만 이내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고는 십이라는 숫자를 힘주어 누르면서 여자에게 묻는다.
"몇호 사세여? 이런거 물으면 실례인가여?"
"괜찮아여 여기 이사온지 얼마 안되서여 전 1208호 살아여"
순간 영호는 숨이 멈추는 착각에 빠졌다.
"헉. 그럼 저희 옆호에 이사온 분이네여"
"그러세여? 그럼 1209호 사시나 봐여"
"네 홀아비 냄새 풍기는 노 총각입니다. 저한테서 노총각 냄새 많이 나죠?"
살며시 웃는 여자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해맑기 까지 하다고 영호는 생각했다.
십이층에 도착한 영호와 여자는 조금은 어색하게 나란히 걸어갔다.
질문은 영호가 하고 여자는 간간히 대답대신 살짝 웃기만 할뿐......
영호가 열쇠를 들고 문앞에 설때 여자가 열쇠로 문을 따는 것을 보면서 또다시 그놈의 궁금증이 발생했다.
"혼자 사세여?
"아이랑 둘이 있어여"
여자는 그말만 남기고 목례를 살짝 하고는 문을 닫고말았다.
혼자 남겨진 영호는 여자의 마지막 말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생각하느라 열쇠만 꽃아둔채 옆호를 쳐다보고만 있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