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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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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


BY dudghkchry 2002-07-19

"형...집에 못가본지 몇 년이나 되었지?"
"집....집이라...아마 1년은 넘었을거야..."
"형은 좋겠다~아내와 두 아들이 형을 반겨주어서..."
기현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런 기현을 명보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런 기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명보는 기현에게 다가가 따뜻한 포옹을 하였다.
"형..."
"기현아...저기..형이 뭐좀 말해도 될까?"
"응?"
"할말이 있는데..."
"휴~~그래..."
"따뜻해?"
"할말이 그거였어?"
"응..."
"싱겁긴...이거 풀어...징그러.."
기현이 명보의 팔을 풀으려 하자 명보는 아까보다 더 센 힘으로 기현의 품을 포옹했다.
"형..."
"네 형편 잘알아...그 형편속에서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했던 너를..보면은...너무 부러웠어..."
"뭐가 부러워? 형도 축구를 사랑해서 이렇게 국가대표가 되었던 거잖아..."
"나랑 너는 차원이 다르거든..."
"차원이 다르다고?"
"그래..나는 이미 직업이기 때문에 축구에 목숨을 거는거고...넌...아픔을 잊기위해 축구를 하는거고..."
"그럴까?"
"그럼 안그래?"
기현은 몸을돌려 명보를 마주보았다. 평소에도 아름다웠던 명보의 눈이 더욱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랬던 거구나...
그래서 팬들이 형을
사랑했던 거였구나...
형은 누구보다도
맑고 따뜻한 눈동자를
가진 것 같아...
"응..안그래!"
기현이 명보의 귀에 꽥~하고 소리를 지르자 명보는 흠칫 놀라서 몸을 추스렸다.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기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명보는 뚫어지게 쳐다보다 천천히 그라운드를 훑어보았다.
맑은이슬이 맺힌 풀은 촉촉이 명보의 볼에 입맞춤을 하였다.
"명보야!"
"어? 선홍이 형!"
"어디갔다 온거야? 아까 기현이 혼자 들어오던데?"
"어...잠깐 운동장에...."
"그건 그렇고...기현이 얼굴...네가 팬거야?"
명보는 한동안 가만히 말없이 앉았다. 그 마음을 이해하듯 선홍은 명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알아...너도 애 키우는 남잔데...안그렇습니까? 홍명보 씨?"
"형..."
"기현이...어리잖아...뭐~~두리보다는 형이지만.."
"그렇지..."
"왜 싸운거야?"
"휴~~기현이가 요즘 나만 관찰했나봐..."
"관찰? 그게 무슨말이야?"
"아까 그냥 쓸쓸히 운동장을 쳐다보는데 기현이가 그러드라구...내가 요즘 많이 변했다구..."
조심스럽게 입을여는 명보의 모습이 예전과 다르다는걸 느낀 선홍은 조심스럽게 어깨를 흔들었다.
선홍의 손길덕분에 조금씩 흔들리는 명보의 어깨는 명보의 마음을 한층 풀어주었다.
"그건 기현이가 제대로 찔러준거야..."
"찔러주다니?"
"나도 요즘 너한테서 그런느낌 많이 받았었어...틈만나면 공헌이 하늘만 쳐다보고..그렇다고 네가 생전 없었던 향수병이 요 근래에 들어서 갑자기 생긴것도 아니고...무슨 일이야?"
"아무일도 없었어...그냥 마음이 무거워서...."
"휴~~알았다!"
"뭘?"
"너 그거 향수병이네!"
"향....수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