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은 제법 사회인티를 낸다고 화장도 살짝해보고 머리도 생머리에서 약간의 세팅을 넣어보았다.
며칠째 외국출장중인 사장으로 인해 오랜만에 지연은 여유로움을 가졌다.
내일온다던 사장이 갑자기 오늘 들이닥치자 전무부터 시작해서 직원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웠다.
지연도 느긋해진마음으로 토요일이라 친구들을 만날겸 청바지를 입고 출근을 했었다.
그것이 화근이였다.
들어올때부터 기분이 언짢아 보였는데 결국은 퇴근무렵 지연의 옷차림으로 팽팽하던 분위기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퇴근을 하려고 옷을갈아입고 들어오는 지연에게 버럭소리를 지르며 여기가 놀러다니는곳인줄 아느냐며 그 옷차림이 뭐냐고 ....
그러곤 행하니 나가버린다.
멍하니 당한 지연은 기가막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전무님은 많이 무안하셨던지 토요일은 자유복장인데 왜저러시는지 모르겠다며 지연에게 신경쓰지 말고 재미있게 놀다오라며 등을 도닥거리신다.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 나온 지연은 흘러내리는 눈물로 시야기 흐려져 걸을수가 없었다.
화장실로 들어온 지연은 거울을 보며 지워진 화장을 고치며 마음을 추스렸다.
뒤따라들어온 사무실직원인 나연은 사장님께서 집안일로 그러신다고 마음을 풀란다.
두서없이 나연의 말을 듣던 지연은 사장의 사생활에 대해서 모르는것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3년전 이혼을 하고 딸아이를 데리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전처를 만나고 오는것 같다는 이야기 였다.
그래서 기분이 저런것 같다고 언제나 외국출장중이면 들르곤 하는데 그러고 나면 휴유증이 한달은 간다는 그런 이야기 였다.
저런 성격에 어느 여자가 살까 싶었다.
급하고 성질은 고약한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실컷마시고 떠들었다.
공부하는 친구들은 백조라 돈이없다며 사회생활하는 친구들이 멋지게 쏘기로 했다.
몇차 까지 같을까. 원래 잘못마시는 술이라 조금만 마셔도 기분이 좋아지는 지연은 오늘은 기분이 좋아지지가 않았다.
얼마를 마셨을까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어지럽고 비틀거리기 까지 했다.
지연을 잘아는 영란은 걱정이 되었다.
좀처럼 잘마시지도 않는 술을 입에대는 지연을 보며 지연이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영란은 지연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려가 재웠다.
아침에 눈을뜬 지연은 영란에게 그동안의 어려웠던 일을 재다 풀어놓았다.
듣고만 있던 영란은 지연이 안쓰러워 같이 눈물을 흘렸다.
부유하게 자란 지연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고생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영란의 오빠가 지연을 많이 좋아하기에 영란은 오빠와 결혼하라고 지연을 부추기지만 지연은 왠지 영란의 오빠에겐 이성의 감정을 가질수가 없었다.
능력있고 집안좋고 게다가 영란의 부모님은 지연을 며느리 삼고 싶어하니 그리로 시집가면 행복할텐데 지연은 관심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