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아마 초가을 이었을 것이다.
나를 태우고 온 택시가 사라지고 보니, 긴 신작로길엔 코스모스들이,
누가 일부러 심어놓은듯,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리를 지킨채, 흔들거리고 있었다.
코스모스의 아름다운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먼지에 뒤덥히긴 했지만, 바람이 가는대로 갈듯말듯 하며,나를 유혹했다 " 너 누구냐?"
뒤돌아보니,어느 집앞이었다. 얼굴이 까무잡잡한 할머니가 한숨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이미 내가 누군지 안다는 표정으로..
할머니 손에 이끌려,집으로 들어가서야, 친할머니댁이라는 걸 알았지만, 난 그리 환영받는 아이가 아니었다.
"아 고아원에나 보내유..어무이가 키울거야?"
"이눔아..그래두 고아원엔 못보내..이눔아..아무리 얘 어멈이 미워도 니 형자식이야"
삼촌은 정말 무서웠다. 키도 작고,얼굴도 잘생겼는데, 왜 나를 미워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날 저녁, 할머니는 양배추 볶은 것과 된장찌개를 맛나게 해주셔서 밥을 많이 먹었다. "어이구..처먹기는...그 년이 밀가루만 먹였나, 허연해갖구..쯧쯧.."
삼촌은 정말 나를 미워하고 있었다.
난 그렇게 미운 오리새끼로 8년을 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