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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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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직해뒀던 상자.


BY 허브향 2002-05-03

"죄송합니다. 경솔한 행동 사과 드립니다."
영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백을 챙겼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부끄럽고, 낯이 뜨거운적은 처음이니 당황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영서의 행동을 바라보는 명준 또한 당황했다. 영욱의 이야기다.
어떤 이야기인지 줄거리도 결말도 나는 모른다.
하지만 영서는 알것이다. 꼭 해야 할 말이기 때문에 어려운 발걸음으로 나를 찾아 온것이 틀림없었다.
"김영서씨! 듣고 싶습니다."
"!"
"부탁합니다"
진실이었다. 이 남자가 내 동생 영욱이를 죽음과 삶을 갈라 놓는 지점까지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서는 더이상 자존심이니 체면이니 지킬 자신이 없어졌다.
다리에 힘이 빠졌다.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더 이상 더 이상 영욱이의 이야기를 속일수 없었다. 명준이의 기억속엔 분명히 영욱은 과거가 아닌 현재 미래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제 행동이 바르지 못하다는거 알고 있습니다."
"..."
"명준씨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 주셔야 합니다.
우리 영욱이 오해할 생각 하지 마시구요."
"물론입니다."
"영욱이가 많이 아파요."
" ! "
"명준씨라면 살릴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영욱이 그냥 그렇게 떠나지 않도록 명준씨가 잡아 주면 안될까요? ... 영욱이가 죽어가고 있어요"
"무슨말씀이신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위암이예요. 위암 말기."
"... "
이럴수 있는가. 운명이여.
어찌 이렇게 비참하고 참혹 할수 있는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채 빈 카페에 홀로 외로워 하는 영욱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 기분. 누가 이해 할수 있을까? 하지만 영서에게 감사했다.
영욱이 보고 싶을때 얼마든지 찾아 갈수 있으니깐...
함께 있고 싶을때 함께 있을수 있으니깐...
그저 그 시간이 다른 사람들 보다 적을뿐이다.
"영욱이 1년전에 귀국했었습니다.
그때 ... 교통 사고를 당했어요"
영서는 그동안 영욱의 소식을 담아 놓았던 고이 간직했던 상자를 열고 있었다. 마음이 아프고, 멍이 든...
그래서 눈물이 존재 하는 그런 삶이다.
영욱이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다니 그래서 내 앞에 나타 날수 없었다니. 내 사랑을 그 정도 밖에 보지 않았다니...
안타까웠다. 지금 나와 같은 하늘에 있을 그녀가 참지 못할 만큼 보고 싶어졌다.
커피 향의 묻혀 버린 과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