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도 높은 그리고 깊고도 깊은 하늘을 바라보며 울어본적이 있는가 사랑이라는 비수의 화살을 날려 보내며 울음을 삼켜 보낸적이 있는가 명준이었다.
사랑을 함께 했고, 함께 나누었던 여자 영욱이 저 하늘속에 그리움만 남겨 두고 떠난 것이다.
돌아오겠다고, 믿어 달라고 했던 그녀의 미소와 가녀린 손가락까지도 뿌옇게 흐려지고 있었다.
사랑의 가장 기본정신은 믿음이다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비행기속의 밤하늘은 심란한 영욱의 마음을 더욱더 심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불안 초조에 못 이겨, 기내식 까지 먹지 못했으니 지금은 그저 누워 있을수 밖에 없었다.
이 곳 저 곳 영욱의 몸 구석구석에는 명준의 향기로 덮인듯 온몸이 갸녀리게 떨려 오곤 했다.
영욱은 직접적으로는 부모님께 명준과의 결혼을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말한적이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어릴적 부터 알고 같이 자라온 MIT공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성훈 오빠의 이야기를 꺼내시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그래서 그 다음 부터는 결혼에 대해 언급한 일이 없었다.
사랑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줄 알았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터인데
눈을 감은 영욱의 눈가는 촉촉한 이슬이 떨어지고 있었다.
돌아올수 있다. 돌아올수... 사랑이 기다리고 믿음이 함께 하는 내 사랑의 품안으로 들어갈수 있다.
영욱아! 사랑해! 사랑해 너만을...!
명준씨! 사랑해! ....
하늘을 뛰어 넘어 태평양을 건넜을때 둘의 마음은 합치점이 되고 있었다. 어제의 화려한 밤의 축복탄이 떨어지는 것처럼...
"최PD님"
짧게 컷트친 머리에 단정한 캐주얼 의상의 명준은 몇년전 그때 보다더욱 준수한 모습이다.
작가의 말에 잠깐 이메일을 체크하던 명준은 놀란듯이 작가를 바라봤다.
"윤선혜씨 전화 왔는데요!"
"고마워요"
인천공항으로 향하면서 몇년전 믿음과 사랑을 운운하며, 떠난 지금까지 연락 한번 안고 있는 여자 영욱의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믿음과 사랑은 언젠가는 이루어 질수 있다.
이혼녀라는 꼬리로, 괴로워 하며 딸아이를 키우던 선혜는 교사 출신의 선국이와 결혼을 해서 둘째 아이를 낳아 한국에 귀국 했다고 연락이 온것이다.
일본에서 한식집을 크게 운영하는 선국이와 선혜의 모습에 흥분되어 있엇다.
"명준아!"
밝은 목소리의 덩치 큰 모습의 선국이었다.
언제 보아도 든든해 보이는 저 모습이 선혜의 아픔을 감싸 준것일까.
선혜의 모습도 대학 시절 그때로 돌아간듯 했다.
명준과의 우정을 과시하며 어깨를 격하게 누른채 껴안았다.
"잘있었냐?"
"물론이다! 애 아빠 된 소감이 어때?"
"좋다! 너는 장가 안가냐?"
"나는 총각 귀신으로 늙어 죽을란다."
"잘나가는 간판 프로그램 PD에 학벌 좋고, 성격 좋고, 인물 좋은데 여자가 안붙을 일은 없고... 도대체 뭐냐?"
"비밀이다!"
선국과 선혜와 함께 공항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며 그동안의 일을 듣기로 했다.
선혜가 영욱이 떠난후 일주일 뒤 나에게 찾아 왔다.
"명준씨,"
"응?"
"우리 결혼해"
"..."
"나 염치 없는거 아는데... 당신 사랑하니깐...
결혼 못하면 죽어 버릴것 같단 말이야.
결혼이 부담스러우면 우리 동거라도..."
선혜의 그 부탁을 나는 대학때 그때처럼 잘라 버렸다.
그뒤 선혜는 선국과의 결혼을 추진했고, 나는 언제나 한결 같이 해바라기처럼 영욱을 기다렸다.
그뒤 선혜와 선국의 행복한 결혼 생활이 이어지는 동안 명준은 결혼도 못한채 이러고 있는 것이다.
오기가 생겼다. 결혼이야 안하면 되지. 뭐... 이런!
"명준씨! 결혼 빨리해"
"그래 이 자식아. 우리 마누라 니 걱정 때문에 속 끊기 전에 빨리 헤치워라잉"
"알았어! 다들... 걱정들 붙들어 매라구
나 독신 주의자잖아"
"명준씨 그건 좀 거짓말 같다.
사랑 운운하며 그동안 영욱씨 기다린거 아냐?"
불쾌했다.
내 마음을 들켜 버린...
그래서 마음이 아픈...
영욱이 원망스러워 졌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