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를 입구 한 쪽에 조그 맣게 만들어 놓은 아이들 놀이 방으로
보내고,둘은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그게...미안해...어쩔 수 없었어"
"아니예요...제 잘못 이예요"
"아냐! 지금 자 잘못을 말하려는 게 아니구"
"저...유학 이라도 갈까봐요"
인영의 말에 준수는 짐짓 놀란 표정으로
"인영아! ....동호와 같이 살자..응...그래 같이 살아야해"
".....어떻게해? 할머니는?"
"음!~~ 좀 놀라시겠지...하지만, 이해 하시도록 말씀을 드려 야지
어쩌면 반기 실지두..."
인영은 말을 막는다.
"아니예요...절대 반대 하 실 거예요"
모든 걸 자기에게 맡기라며 준수는 자리에서 일어 난다.
준수는 인영을 영미의 집에 내려주고 동호와 집으로 향했다.
무언가 어머니에게 말을 해야 겠다, 다짐하며...
집에 도착해 현관을 들어 서자 마자
"아니! 뭘하느라 이리 늦게 아이를 데리구 다니니? 그 아인 왜
멀쩡 하게 생겨 시집두 안간다니?"
"할머니! 이모가 앞으로 나랑 살기로 했어요.손가락 걸었어요."
"이놈! 쓸대 없는 소린...누가 누구랑 살어...다시는 동호랑 이모
만나게 하지 말어라...이제 인연을 끊어.."
무언가 말을 하려던 준수는 어머니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어떤, 막연함을 느끼며....
다음 날 준수는 놈의 모자를 쓰고 약수터로 향했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일찌 감치 나와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준수는 평행봉 근처로가 등산로가 잘 보이는 곳에서 중국집 주인이
오기 만을 바라며 기 웃 거린다.
"안녕 하슈!"
위에 배드맨턴 코트 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니
중국 집 주인이 내려 오며
"아! 엊 그젠가 녀석이 다녀 갔는데,내가 깜박 잊고 모자 이야기를
못했어요.몇 대 두둘겨 패 주었지, 옛 날 같으면 반 쯤 죽여 버렸 을 텐데, 이젠 때리는 것도 힘에 부칩디다."
옛날에 한 주먹 했을 법한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주먹 자랑이다.
"어디...압구정동 현대 백화점 앞에 있는 중국 집에 있다던데
그냥 쓰구 다니슈 그 모자 몇 푼 한다구....자 ...먼저 갑니다"
집으로 돌아온 준수는 출근을 서둘렀다, 출근후 압구정동에 거래처에 점심 약속을 해 놓고는....
거래처 최 부장과 중국 집에 마주 앉은 준수는 벽에 "시원한 중국
서탑 냉면" 이란 메뉴를 보고는 최 부장에게 한 번 먹어 보자며
시켰다.
이런 저런 사업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있는 데,
"야! 김 군아 이 냉면 9 번에 올리구...옆 미용실 그릇 찾어와"
주인의 말에 준수는 고개를 돌려 주방 쪽을 본다.
그 녀석이다. 구룡사 쪽 중국 집 주인이 말한 인상 착의와 똑 같다
짧은 깍두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녀석이 냉면 두 그릇을 들고
준수의 테이블로 다가와
"맛있게 드세요. 식초를 조금 넣으셔야 맛 있어요"
녀석이 뒤 돌아 가는데, 준수는 피가 꺼꾸로 서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으나 모른 체 냉면 그 릇을 들어 육수를 벌컥 벌컥 들이 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