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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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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서연 2002-03-14

나의 남자

핸드폰에서 마법의성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재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짐짓 모르는체 전화를 받는다.
"네에......."
"서연이니? 나야..어디야? 모해? 모임끝났어?"
선재는 단숨에 모든질문을 하나로 엮어버린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불을 끌어당기며 자고있는 지민을 본다.
"네..다 끝나가요.이제 갈라구 그래요"
"모했는데 이시간까지 밖에 있어? 어디야? 데릴러갈께"
"아니에요..택시타면 되요."
"무슨소리야? 이시간에는 택시두 잘 안잡히는데..."
나는 시계를 찾으려고 두리번 거린다.
허름한 여관방.
벽지가 너덜해져있는 벽한구석에 둥근 원목시계가 열심히 째깍소리를 내며 제몸이 버거운듯 흔들거리고있다.
벌써 새벽 2시다.
선재를 만류할 이유를 찾지못한채 나는 핸드폰 장식고리만을 만지작거린다.
"서연아..어디야? 아까 종로에서 약속있다그랬지? 그쪽으로 가고있으니까 거의 도착하면 전화할께"
선재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난 마음이 급해졌다.
지민을 돌아다보았다.
깨우지않으면 아침까지 잘 것같다.
지민은 벌거벗은 온 몸을 드러낸채 곤한 잠을 자고있다.
살그머니 이불을 덮어주려는데, 지민이 덥썩 내손을 잡는다.
"깼어? 나..가야해..."
지민은 아무말없이 내손을 자기의 가슴으로 갖다대고,
내 허리를 감싸 당긴다.
지민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무말 하지않고 있다.
"가자...진짜 너무 많이 늦었어"
"보내기싫다........"
"..........."


욕실에서 물줄기에 몸을 내맡기고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제 저 애를 어떻게해야하나.
왜 난 끝까지 뿌리치지 못했을까?
선재에게 뭐라고 변명을 하지?
그냥 선재를 정리할까?
아냐.....이번 한번으로 끝내고 지민을 만나지 말아야해.

"무슨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요?"
지민이 뒤에서 나를 안으며 물었다.
어느새 지민의 손에 비누거품이 가득 들어있었다.
내게 비누칠을 해주며 지민은 말한다.
"이제 다 내꺼할거야, 내가 비누칠해주는 구석구석 다...내꺼야..
누나..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
"그냥 이번 한번으로 끝내...나..애인있어"
지민의 눈가에 물이 맺히는것이 보인다.
모른척하며 또 한번 말한다.
"나..애인있다고했잖아..지금 데릴러온대..."
"나..누나 애인이랑 결투할까? 이따 만나서 같이 잤으니까
이제 내꺼라구....앞으로 절대 넘보지말라구..."
"지민아..아줌마가 뭐가 좋아? 난 애두 있어....근데 넌 총각이잖아.
아가씨랑 결혼해서 정말 새로운게 이런거구나 그러고살아야지"
"난 누나가 좋은걸..."

도로로 나오니 선재가 비상등을 켜놓고 차밖에 서있었다.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피우던 담배를 뒤로 던진다.
"어? 호위병까지? 우리 서연이 걱정안해도 되겠는걸?"
선재는 내허리를 안으며 이마에 뽀뽀를 한다.
나는 지민을 의식하며 약간 선재의 가슴을 민다.
선재는 오히려 더 끌어안으며 목에다 뽀뽀를 한번 더 한다.
"안녕하세요?"
지민이 약간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다.
"아.네에..서연이랑 놀아주느라 애쓰는 친구들중 한사람?
힘들죠? 하하하....근데...한참 노는데 내가 와서..미안한걸?"
"아..아닙니다. 오히려 늦게까지 붙들고있어 죄송합니다."
"하하하"
선재는 호탕하게 웃어제낀다.
나는 또다시 복잡한 심정이 된다.
나는 지민을 돌아보았다.
지민은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있다.
나는 지민에게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랐다.
선재의 옆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이 굳어있었다.
"아무래도 저녀석이 널 좋아하는거같은데? 너한테 손안댔지?"
선재는 항상 직선적이고 노골적이다.
"으이그..사람들이 다 선재씨같은줄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