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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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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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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서연 2002-03-11

첫만남

음악방 모임에 처음 나갔을때, 회원들은 모두 불참한 지민에 대해
말했다.
"아이참..지민이 형이 있어야 분위기 살리는데...."
"강지민이라구 무지 멋있는 녀석이 있거든요"
"신입회원두 왔는데...지민이 형이 나왔어야 하는데..."
도대체 지민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길래...
이리도 강지민이라는 이름에 환호하는것일까.
회원들의 왁자지껄함속에서 나는 출렁이는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외톨박이 섬이 된 기분이었다.
강지민이라는 이름을 생각하며
보지도 않은 사람에 대한 상상과 함께
처음 한 자리에 대한 어색한 기분에 담배를 피워물었다.
보통 인터넷을 매개로 해서 만나는 모임들이
별로 건전하지 못하다고 들었기에
약간의 긴장과 함께 찬찬히 회원들 하나하나를 눈여겨보았다.

30대 이상이라는 싱글치고는 적지않은 나이에
결혼을 하지않았다는 것을 빼고는 다들 정상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였다.
사람들이 들키지않게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 모임에 나온것을 후회하지는 않겠구나 생각한다.

세번째 정모에 갔을때
지민이 나왔다.
훤칠한 키에 다부진 어깨...여자들이 돌아다볼만한 몸매였다.
"이 친구들이 하두 누나얘기를 해서요...
궁금했습니다...하하하
강지민입니다. 아참..경우형하고는 어떤사이에요?"
그는 나를 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아.강지민? 나보다 어리지? 내가 말놓아두 불만없겠네...
한경우? 그냥 친구지....."
"정말요? 진짜죠?"
"당근이지....."
"나중에 아니면 가만 안둬요....."
"가만안두면 어쩔건데...어린것이..건방지구만"
내가 이 모임에 나오도록 주선한 한경우는 그냥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소주를 연거퍼 2잔을 먹더니 내게도 한잔을 권한다.
나는 받아서 마신다.
오랫만에 마시는 술이라서 그런지 살짝 취기가 돌았다.
경우는 나를 쳐다보더니 발그레한 얼굴이 이쁘다고 웃었다.
나는 그냥 웃는다.
"그렇게 아무한테나 잘 웃어요?"
지민이 퉁명스레 한마디 던진다.
"어...나 원래 잘 웃어"
"아무한테나 그렇게 웃지마세요. 그러다가 정들어요"
"걱정마..난 나를 알아...잘 웃지만 무지 냉정하거든...후후"
경우가 나와 지민의 대화를 끼어든다.
"이 녀석이랑 말 오래하지마세요. 벌써부터 작업시작하네..
이쁜건 알아가지구..내가 찍었단말야..짜아식...
눈치가 없어...."
"흠...다들 건방지군..니들은 그냥 동생이구 친구일뿐이야.
내 앤은 따로 있다구...철옹성이니 넘보지마"
지민이 놀라며 나를 돌아본다.
"정말요?"
"그러엄..너네 애인이랑 자봤어? 난 자봤어.매일 자"
"어...누나...그런말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다들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뽀뽀두 얼마나 진하게 하구...사랑표현두 자주해"
다들 괴성을 지르며 탁자를 마구 친다.
"어? 왜들 놀래? 당연한거지..아들하구 뽀뽀두 하구
잠두 같이 자구 당연한거 아냐? 하하하"
여자들은 뒤로 넘어갈듯이 까르르 웃어댄다.
남자들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한방먹었다는듯이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날 모임이 끝난 후
경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민이 자식..조심하세요.
보자마자 매력있다느니 이상한 느낌이라느니..."
나는 속으로 웃었다.
둘이서 신경전 꽤나 하겠군.
오랜만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