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지 말라고 했던가? "
k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나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J가 말하지 말라고 했었던가....
짓이겨진 그녀의 발등만 자꾸 떠올랐을 뿐, 발등을 내려찍던 그녀의 반복적인 몸짓만 자꾸 생각났을 뿐 그녀가 그 때 뭐라고 말을 했었는지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그녀가 뭐라고 말을 하기는 했었던가...
K는 잠시 멈짓 하더니 태준에게 다가갔다....
한참동안이나 뭔가를 말하는 것 같았으나 응급상황이 발생이라도 했는지 처치실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통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 괜찮은 거죠? "
태준이 내게 물어왔다....
" 마음의 병이죠...다친 발이야 치료하면 곧 나을 테지만..."
" 제가 어떻하면 됩니까?"
" 제가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텐데요"
솔직히 지금 그와 얘기하고 있는 것 자체도 별로 탐탁치 않은 나였다.
어떻게 하면 되냐니 아직도 그걸 모르고 있다는 얘기인가....
바보같은 J.. 그녀는 저토록 이기적인 태준을 왜 사랑하는지...
도무지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태준을 뒤로 하고 나는 병실문을 열었다....
봄인가...젖혀진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하다....
J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좀 어떠니? "
" 괜찮아...봄이 오고 있긴 있나봐...햇볕이 따뜻하네...
밖에 나가고 싶어..."
" 아직 무리야...
태준씨 왔어..."
J는 잠시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떨었다....
" 말 했어? "
그녀도 K처럼 내게 같은 질문을 한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이 나질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실대로 지금 그녀에게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 고마워... 맨날 네게 이런 모습만 보여서 정말 미안하다..."
" 네가 나 아니면 이런 모습 보여줄 사람이라도 있니?
빨리 낫기나 해...
그 사람 들어오라고 그래? "
J는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모르게 길게 한숨이 새어져 나왔다.
병실문을 열자 바로 앞에 태준이 서 있다...
나는 그와 얼굴이 마주치는 것 자체도 불쾌해 병원 밋밋한 바닥을 내려다 보며 얘기했다.
" 들어가보세요."
그가 잠시 고개를 떨구는 것 같았으나 이내 병실로 들어갔다.
" 괜찮아? "
" ......
바쁠텐데 뭐하러 여기까지 왔어요? "
j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준에게 얘기하려고 했지만
이내 목소리가 떨려왔다.
태준은 다가가 가만히 J를 안아주었다.
"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돼.
말하지 않아도 내가 다 알아...
아무도 내게 얘기해 주지 않아도 나는 다 알아...
네가 굳이 얘기하려 들지 않아도 나는 다 알아... "
J는 숨죽여 흐느꼈다....
'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우리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어느새 다 알고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