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바닷가는 정민의 마음을 다스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되었다.
영화와 오빠는 뭐가 저리도 좋은 지 멜랑 꼴랑한 눈길을 주고 받으며 정민은 안중에도 없는듯하다.
(준영아 나 너 잊기로 했다, 너와의 약속을 못지킨 나는 너의 친구 자격이 없는듯 하다, 미안하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지워버리고 착잡한 심정으로 향하지만 아무것도 정리된것이 없는듯 초점없는 눈으로 두사람의 속보이는 사랑놀음을 지켜본다.
늦은밤 쌀쌀한 날씨로 집으로의 걸음을 재촉하며 여행으로 다소 들뜬마음으로 육교를 뛰어간다.
"정민아 천천히 가 같이가자." 뒤에서 오빠와 영화의 부르는 소리를 뒤로 하고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정민아!"
마주오던 사람을 피하려고 비껴서는데 그사람이다.
열심히 정리하고 돌아섰는데.....
반갑게 마주하는 그에게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그사람 눈만을 처다보며 멍하니 섰다.
서울대 합격해서 서울 올라가는 길이라고 다시 연락을 한단다.
점점 더 멀어지는 것같은 그사람.
더욱더 잊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기에 잊기로 했다.
이젠 정말 잊기로 하고 얼렁 뚱땅 잘가란 인사와 함께 이상히 여기는 오빠를 앞세워 발걸음을 옮긴다.
영화의 무언가 묻는듯한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흐르는 눈물을 들킬세라 바람탓을 하며 바쁜걸음으로 뛰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