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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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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어설픈이 2001-11-20

"자기야~~ 나한테 다 말해 줘요..당신 나한테 왜이러는 지..그러지마요 그러지마 제발.. 자기야~~"자신의 소리에 놀라 잠이 깨어버린 주리는 옆에서 자고 있을 민이를 떠올렸다. 몸을 돌려 보니 거기엔 민이가 없었다. 거실에 나가도 그의 방문을 열어봐도 집에는 민이의 모습이 보이질 안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2시 10분을 막 넘어가고 있었다. 또 다시 불길해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쭈뼛서고..심장이 마구뛰고 꿈에 놀라 깨어버린 주리에겐 너무나 참기 힘든 고통과도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민이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다. 신호는 가고 있지만 민이의 음성은 들리지 않고 메세지를 남기라는 여자의 음성만 주리의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다시 해보고 또 해보고 여러번을 해봐도 민이는 대답이 없었다. 그제서야 주리는 잠이 들어버린 자신이 너무 미워졌다. 전화했을 지도 모르는 데 잠에 취해 전화벨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화가 나고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 계속 시간은 흘러가고 통화가 되질 않는 전화를 여러번 울려줘도 민이의 음성은 들리지 않는 것이 반복되면서 주리는 화를 내고 있었다. 민이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12시를 잘넘기지 않던 민이... 12시가 넘더라도 주리가 전화받을 때까지 전활하던 민이였다고 생각이 드니 너무도 화가 난 것이다.
얼마가 흘렀을 까 화를 삭히고.. 졸음을 쫓아가면서 민이를 기다린 주리는 초인종소리에 더욱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40분.. 문을 열어주지 말까도 생각했지만.. 이웃이 있기에 얼른 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민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주리와 얼굴도 마주치지 않은 채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민이를 따라 들어간 주리는 어떻게 된거냐고 따져 묻기 시작했다. "어 직원들이랑 술마셨는 데 옆테이블에서 시비를 걸어서 싸움이 벌어졌어. 그래서 누가 경찰서에 신고해가지고 다같이 경찰서에 가서 밤새고 나오는 중이야. 전화못해서 미안해. 나 출근하는 거 신경쓰지 말고 얼른 자" 주리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이 남자의 말을 믿어야 하는 가도 싶고, 이쯤해서 더 따져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요즘들어 짜증을 내는 민이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더이상 따져 묻기가 싫어졌다.
어떻게 잠이 들었을 까? "엄마, 엄마"하고 은서가 깨우는 소리에 주리는 또 한번 놀라며 잠에서 깼다. 깨고 보니 창밖이 환했다. "은서야, 왜? 지금 몇시니?" "은서, 유치원가야하는 데 엄마가 너무 늦잠을 자버렸네? 아빤?" "몰라, 아빠 없었는 데" 주리는 유치원에 전화부터 하고는 은서를 위해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는 은서와 놀아줘야 한다. 매일을 똑같이 반복되는 자신의 생활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주리 자신조차 삶에 의미를 잃어버렸으므로 민이에게 아무말도 할수 없었을 지 모른다. 무기력한 자신을 생각하니 따가운 봄햇살에도 주리볼에는 차가운 눈물만이 흐르고 있다. 이러다 우울증에라도 걸리는 것은 아닌 가 싶어 은서와 함께 댄스음악을 틀어놓고 신이 날때까지 춤을 추었다. 새삼스럽게 자신과 놀아주는 주리의 모습을 보는 은서는 너무도 재미있기만 했다. 신나게 춤도 추고 둘이서 자장면을 시켜 나눠먹으면서 재잘거리고 까르르 웃어도 보고 한 주리는 매일 지금만 같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민이의 행동도 아무것도 아니었으면, 이상하게 불길하게만 느껴지는 가슴져미는 모든 생각들이 다 없어져 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또 민이의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이젠 겁이 나기까지 하는 퇴근시간이다. 너무도 갑작스런 민이의 행동에 주리는 몸서리쳐지기까지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혹시 회사일로 고민이 있는 데 눈치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러가지 생각들로 복잡함을 느끼는 주리는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은서앞에서는 술 마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주리로서는 너무도 이상한 감정이었다. 차가운 맥주라도 한모금 마신다면 자신의 이 답답함은 모두 거품처럼 사라질것만 같았다. 9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주리도 민이에게 오늘은 한통화의 전활하지 않았다. 잘 출근했는 지, 오늘 야근을 하느냐고도 묻는 전활 하지 않았다. 그냥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계만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집에서 놀아서인가 10시가 되어가도 은서는 졸려하지 않는 다. 무릎에 뉘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는 주리는 너무나도 차분하고 조용하기만 했다.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 은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은서에게 어떤 슬픔도 주지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주리와 민이에게만큼은 너무도 소중한 은서다. 민이에게는 몰라도 주리는 자신에겐 너무나도 소중하고 가슴이 아플만큼 이쁜 은서인것이다. 그런 아기에게 행복한 가정을 꼭 지켜주리라고 다짐한다. 어떤 역경이 있어도 모두 헤쳐나가리라 마음을 다잡고 나니 어느새 설움이 복받치기 시작했다.
주리에겐 너무도 소중한 결혼생활이다. 고등학교졸업하자마자 어려운 살림에 직장생활을 해야만 했던 주리. 주리에게는 '아버지는 너무도 이기적인 사람'로 생각되어졌다. 매일 술을 마셨고, 가족들에게만 성실히 살것을 강조하셨다. 그러다 화가나신 날에는 아내를 마구 때리고 욕을 하며 집안을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는 했다. 그래서 주리는 착하고 성실한 사람, 그리고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결혼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러던 주리가 26살이던 해에 친구경선이가 고등학교모임을 데리고 나가면서 조금씩 말도 늘고 친구들도 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민이는 너무도 착하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다. 경선이도 경아도 그리고 여러 여자아이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주리는 민이에게 친구이상의 어떤 말은 할수가 없었다. 그런 만남이 이어지면서 어느덫 민이가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어느 날 민이는 주리에게 졸업식에 와 주겠냐고 전화를 했다. 주리는 선뜻 그러마하고 약속을 하고 졸업식장에 갔다. 그곳에서 민이의 가족들과 자연스러운 인사가 있었다. 민이는 그날 저녁 주리에게 "나, 너를 그냥 친구가 아니라, 매일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는 사람으로 니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내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말을 들은 주리는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 지 몰라 민이의 눈만 쳐다보았었다. 떨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이를 어찌할수 없었다. 민이는 주리에게 자연스럽게 키스하며 "우리 영원히 함께 하는 거다" ...이렇게 시작된 만남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주리는 민이가 너무나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었는 데..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들어오면 그것부터 물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뭐든 자신이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다시 당신의 모습으로, 따스한 미소로 농담도 잘하고 아이와 잘 놀아주던 당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달라고 하고 싶어졌다.

-계속-

한동안 몸이 아픈 관계로 글을 잇지 못했습니다.
제글에 많은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제법 겨울이 되어버린 요즘 건강하시길 함께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