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인가... 
 난 내나이에 대해 괜한 무기력감을 가지고 있었다. 
 스물하고도 여덟이란 숫자가 괜히 슬펐다. 
 7년동안 한 남자만 바라보던 나.
 기다림에 지친 모습으로 거울을 봤을때, 문득 내자신이 너무나 불쌍했다.
 스무살, 사랑에 눈을 크게 뜰 무렵에 난 한 남자를 알게됐다.
 그리고 무려 일곱해동안이나 그 사랑을 기다렸다. 기다리면 올줄알고, 바보같이 기다렸었다...
 난 너무 슬펐다.아니 외로웠다고 표현해야하나?
 TV 나 영화에서는 너무도 사랑을 쉽게하고 쉽게얻는데..
 7년이나 기다린 내게는 돌아온것도, 남은것도 없었다.
 나에게 새로운 놀이거리가 생긴건 그 무렵이었다.
 " 누나 나 PC방 갔다올께.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
 " 왜? 컴퓨터로 뭐해야하는데? "
 " 아~ 내일까지 보고서 작성해야하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말썽이야 "
 " 으응..그래, 알았어. 호민아, 근데 엄마랑 아빤 언제오신데? "
 " 글쎄, 연락없는데?  왜? "
 " 아니.. 너 나가면 집에 아무도 없쟎아.. 그래서.."
 " 하하하 무서워서? "
 " 야! 무섭긴~~ 그냥 텅비면..좀 그래서.."
 ' 호민이 네가 뭘알겠니...마음이 비면 혼자 있는게 싫다는걸..'
 " 알았어 누나 TV봐.. 금방올께.."
 " 그래 빨리와 "
 " 참! 누나 그러면 PC방 같이갈래? 누나 한번도 PC방 안가봤지? "
 " 응. 안가..아니 못가봤어. 정말로 같이갈까? "
 " 그래 누나 가자..내가 재미있는거 알려줄께 "
 " 기다려~ 금방 옷갈아입고 올께 "
 " 응~~ "
 난 혼자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이미 들떠있었다.
 " 가자 호민아~ "
 동생과 PC방으로 가는길 내내 동네를 살폈다.
 우리 동네에 편의점이 있고, PC방이 있고, 약국도 있다는게 그날은
 왜 그렇게 낯설은지, 꼭 이사온지 얼마안된 사람같았다.
 ' 편의점 옆에 파라솔 테이블이 세개, 약국문에 붙은 적십자 마크 두개, 비디오가게 간판은 촌스런 빨강.., 과일파는 리어카에는 사과하고 배하고 하우스감귤만 있고...'
 " 저기야 누나 "
 ' 문방구 앞에 돼지저금통 한묶음, 훌라후프 한묶음..'
 " 누나 다왔다니까? 누나~~ "
 " 으응? "  " 무슨생각을 하길래 옆에있는 내 얘기가 안들려? "
 " 아, 아니, 우리동네에 뭐가 있나 봤어."
 난 우리동네가 뭐가 있는지 관심조차 없이 살았었던것같다. 
 내 관심은 오로지........
 그런 생각을 하자 또 슬퍼졌다.
 " 누나 들어가자. 이 PC방이거든.. "
 " 응 "
 " 아저씨~ 두명이요~~ "
 " 아 네~ 거기 앉으세요."
 " 누나가 창가쪽에 앉아. 여긴 금연이 아니라 담배냄새 많이 나거든 "
 " 알았어.. 누나라고 챙겨주긴~  고마워~ "
 " 호민아~ 근데 난 뭐해? 재미있는거 뭐 알려준다는거야? "
 " 아~ 누나 내가 재미있는거 알려줄께. 혹시 채팅알아? "
 " 들어는 봤는데 그거 문제 많은거 아냐? "
 " 아냐. 누나만 건전하게 하면돼. "
 " 내가 아는 사이트가 있으니까 거기서 하면 괜챦을거야. 나 보고서
  끝날동안만 해. 알았지? "
 " 그럼 한번 해볼까? 정말 괜챦은거지? "
 " 응. 자 www. talk. com 으로 들어가 "
 난 호기심반 두려움반으로 자판을 눌렀고, 여기저기 방제목을 살피고 있었다.
 그루터기? 편안한 제목의 방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난 마음의 편안함을 한껏 누리리라 마음먹고, 대화명을 나이테7개로 정하고, '그루터기'를 클릭했다. 
  아이디역시 '그루터기'라는 명찰을 달고, 한 남자가 있었다..
 [ 그루터기  :  안녕하세요? ]
 [ 나이테7개 :  네.. 안녕하세요? ]
 [ 그루터기  :  비..좋아하시나요? ]
 ' 오늘같이 해가 쨍쨍한날...왠 비타령? '
 [ 나이테7개 :  아뇨.. 전 눈을 좋아해요.]
 [ 그루터기  :  그러시군요. 혹시 비가 몇도인줄 아세요? ]
 ' 비가 몇도냐구? 글쎄..비가 온도가 있었나? 학교다닐때 그런것도 배웠나? 무슨과목이였지? 궁금하기는 궁금하네'
 [ 나이테7개 :  전..잘 모르겠는데요? ]
 [ 그루터기  :  ㅎㅎㅎ ]
 'ㅎㅎㅎ.. 라니 무슨뜻이지? '
 [ 나이테7개 :  저기요. ㅎㅎㅎ 가 무슨뜻이예요? ]
 [ 그루터기  :  채팅 처음하세요? ]
 [ 나이테7개 :  아뇨, 전 다른 사이트에서 했는데..여기는 처음이라요 ]
 [ 그루터기  :  거짓말도 하시나봐요. ㅎㅎㅎ 는 웃는거예요. 그리고 채팅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알죠. 사이트에 상관없는겁니다 ]
 [ 나이테7개 :  그게 아니라.. 어쨌든 난 채팅 많이 해봤으니까.. 함부로 대하지 말아요 ]
 [ 그루터기  :  ㅎㅎㅎㅎ 알았습니다 ]
 [ 나이테7개 :  어쨌거나 비가 몇도인데요? ]
 [ 그루터기  :  비는 5도입니다 ]
 [ 나이테7개 :  그래요? 그거 근거 있는건가요? ]
 [ 그루터기  :  그럼요~~~ ]
 [ 그루터기  :  '비가 오도다' 모르시나보죠? ]
 [ 나이테7개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 그루터기  :  ㅎㅎ 금방배우시네요 ]
 [ 나이테7개 :  재이있네요 ]
 난 나도 모르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있었다.
 [ 그루터기  :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 나이테7개 :  이름이요?...... ]
 [ 그루터기  :  네. 알려주시기 불편하세요? ]
 [ 나이테7개 :  아니..불편할것까지는 없는데...
                설일이예요. '백설일' ]
 [ 그루터기  :  이름이 특이하시네요. 전 '김정원' 이라고 합니다.]
 
 '김정원' 이라는 사람..이렇게해서 난 오빠를 알게 되었다.
 7년 동안의 사랑을 가슴에 묻어논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