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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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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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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BY 매미 2001-09-21



-14-


한참 그러고 있는데, 사랑방 문이 열리며 아빠가 나왔습니다. 부스스한 머리와 빨갛게 핏발선 눈으로 힘겹게 서있는 아빠의 모습에 할머니도 삼촌도 나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그거 다 됐지요?"

"그래... 가져오마..."

"영미야... 이리와..."

못된 삼촌들한테 풀려난 나는 쪼르르 달려서 아빠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아빠, 삼촌들이 날 막 때리려고 그랬다! 아빠가 혼내 줘! 알았지? 근데, 엄마는? 엄마는?

"엄마가... 너무 많이 피곤해서... 더... 자고싶데..."

"그래두, 영미만 잠깐 보고자도 되잖아?"

"우리 영미... 엄마 아픈 거 싫지? 엄마... 더 쉬게 해주자... 착하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멀미 때문에 버스 타는걸 무서워하는 엄마가 여기까지 왔으니 피곤한 게 당연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영미 왔구나!] 한마디만 해주지...

오늘은... 아빠도 이상합니다. 나를 꼭 안으시더니 볼에다 까끌까끌한 수염을 마구 부벼 댑니다. 따갑다고 그만 하라고 그래도 계속 그럽니다. 못들은 척 딴청을 부리는 건지, 이제는 볼이 얼얼해져 옵니다.

"아이, 따거워. 아빠, 따거워 죽겠어~"

"영미야... 영미야..."

따끔따끔한 볼이 축축해 지더니 쓰라려옵니다. 어... 아빠가 웁니다. 우리아빠는 잘 울지 않는데... 지금까지 아빠가 우는 모습을 딱 두 번 봤습니다. 한번은 손가락 잘렸을 때고, 또 한번은 공장 그만두고 나오던 날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부엌에서 할머니가 세수대아를 들고 나왔습니다. 세수대아 안에는 약쑥물이 담겨있나 봅니다.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약쑥냄새가 금방 마당 가득히 퍼집니다.

매년 단오가 되면 엄마는 시장에서 창포를 한 다발씩 사왔습니다. 창포가 없으면 쑥이라도 뜯어왔답니다. 창포나 쑥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예뻐진다고 해서, 단옷날마다 엄마랑 나는 한번도 거르지 않고 머리감고 목욕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내가 창포냄새랑 쑥냄새를 좋아하나 봅니다.

엄마냄새랑 똑같으니까!

"영미야, 할미랑 잠깐 나갈련?"

"왜, 싫어. 엄마랑 아빠랑 여기 있을 거야"

"그래, 영미야! 할머니랑 밖에서 놀다가... 아빠가 부르면 들어와... 알았지?"

억지로 끌려나온 나는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이제나저제나 아빠가 들어와라 부르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쪼그리고 앉은 다리가 찌릿해져옵니다. 그런데도 아빠는 아무런 소리가 없습니다.

도대체 아빠랑 엄마는 뭘 하는 걸까? 왜 아무런 소리가 없지?

나는 원래 호기심도 많고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랍니다. 할머니는 어른들 일에 약방의 감초처럼 톡톡 껴드는 못된 성격까지 꼭 지애미를 닮았다며 싫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옆집 숟가락이 몇 개고 젓가락이 몇 갠지 까지 알아야 속시원해 하는 할머니가 더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사랑방 문까지 까치발로 소리 죽여 다가가선, 손가락에 침 발라 창호지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문구녕 뚫었다고 할머니한테 혼날 거란 걸 잘 알고 있답니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기가 지루한걸!

오른쪽 눈만으로 문구멍 안을 보았습니다. 저게 뭐지? 뭔가 허연 게 보입니다. 돼지 같기도 사람 같기도 한데... 에잇, 한쪽 눈으로만 보려니까 뿌여니 잘 보이질 않아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떻게 하지? 옳지! 꾀주머니에서 또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구멍을 하나 더 뚫으면 되겠다.

난 역시 똑똑하다니까!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