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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마친 우리들은 더욱 친해졌습니다. 숨바꼭질이며 술래잡기를 하면서 재미나게 놀다보니 해 넘어가는 줄도 몰랐답니다.
"이놈들, 아직까지 놀고 있누? 이제 집에 가야지. 걱정하시겠구먼."
"쪼꼼만 더 놀면 안돼유?"
"안돼! 얼릉 가거라."
"에이~"
"그럼 내일 또 놀러와도 돼요?"
"그래, 오늘을 돌아 가구 내일 다시 놀러오너라. 알겄지?"
"네~에~"
남은 물고기를 깜장비닐봉지에 싸들고는 씩씩하게 방앗간을 나왔습니다. 성만이와 헤어지고 현아와 단둘이 집으로 향할 때,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빨갛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늘도 나무도 집도 모두 불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늘이 빨간 날은 목잘려 죽은 귀신들이 이승을 헤매고 다닌다고 할머니가 말했는데...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빨리빨리 현아를 재촉하여 정자나무까지 왔습니다.
현아가 뭘 봤는지 호들갑을 떱니다.
"우와, 이쁘다. 영미야! 저기 봐, 너무 이쁘지?"
"어디? 어디?"
"저기, 저어~ 집!"
"와아, 진짜!"
현아가 가리키는 집은 유난히 환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연등행사를 하는 것처럼 노란색과 하얀색 등이 집 밖까지 쭉 걸려있었습니다. 마치 금색별 은색별이 내려와서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추고있는 것 같습니다.
"영미 너네집 같은데? 오늘 너네집 잔치라며!"
"아, 맞다. 우리집이네!"
"좋겠다. 맛난 거 많이 먹구..."
"내일 놀러와. 나 먼저 갈게"
현아의 작별인사도 듣지 않고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없는 동안 못된 막내삼촌이 좋아하는 음식을 다 먹었을까봐 조바심이 났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가 나눠먹으라며 과자를 사주면 막내삼촌은 자기 몫을 한 입에 날름 털어먹고는 내걸 빼앗아 먹는데 선수입니다.
다 먹기만 했어봐라. 가만 안둘꺼야!
활짝 열려진 대문 밖까지 고소한 음식냄새와 웅성거리는 사람들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흥이 난 나는 대문계단을 두 개씩 단숨에 넘어 올랐습니다. 시끄러운 분위기 때문에 혼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는 [다녀왔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인사를 했습니다.
마당에 모여있던 동네 어른들의 눈총이 꽂힐 때, 아차 했지만 늦었습니다. 마루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득달같이 내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할머니의 화난 얼굴을 똑바로 볼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이제 곧 할머니가 등판이나 엉덩짝을 때릴 겁니다.
하나~ 둘~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