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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만이는 계속해서 도끼를 휘둘렸습니다. '깡' 소리가 한번씩 날 때마다 너 댓 마리의 물고기들이 까무러치며 물위로 떠오릅니다. 다른 돌도 몇 번씩 더 두들기던 성만이는 얼굴이 빨개져서야 팔을 멈추고서, 털모자를 벗고 땀난 이마를 손으로 문질렀습니다.
"휴, 몇 마리여?"
"붕어는 일곱 마린데 두 마리는 손바닥만 해."
"중태기 세 마리, 꾸구리 네 마리, 그리고 모래무지 한 마리"
"우리, 많이 잡았다. 그지?"
"그려, 그려!"
담을 그릇도 없어서 손안 가득 잡은 물고기를 나눠 쥐었습니다. 얼음물을 헤집어서 손끝이 시릿하고 빨갛습니다. 언제 그랬는지 옷도 신발도 전부 젖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차가운 바람과 얼음물에 꽁꽁 언 얼굴들을 바라보며 헤헤거렸습니다. 우리끼리 그것도 추운 겨울에 물고기를 잡았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
"이거 갖구 방앗간 가자"
"방앗간엔 왜?"
"이 바보야! 그것도 몰러? 방앗간에서는 불때잖어. 물괴기 구어 먹으려면 불이 있어야지"
"방앗간 할아버진 무서운데..."
현아는 선뜻 내키지가 않나 봅니다. 나는 방앗간 할아버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가끔 할머니가 떡 하러 갈 때 따라가서 언뜻 봤을 뿐입니다. 사실 나는 진짜 이 마을 사람은 아니랍니다.
우리아빠는 자동차 공장에 다녔습니다. 무슨 자동차에 들어가는 나사를 만드는 공장인데, 아빠는 그 공장에서 십 년이 넘게 일하고 있습니다. 내가 세 살이던가 네 정도 됐을 때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던 아빠는 깜빡 졸았답니다. 그 순간, 기계는 아빠의 소맷자락과 함께 아빠의 손가락도 씹어먹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아빠는 밥 먹는 오른손 손가락이 없습니다. 아빠는 그 담부터 술만 먹으면 [가난이 왠수다. 재수 없는 놈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가난이 왠수야!] 그럽니다. 그래도 아빠는 지금까지 그 공장에서 계속 일했습니다. 공장사장님이 좋은 분이라 아빠한테 계속 일하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아빠는 착한 공장사장님을 '나쁜 놈'이라고 부릅니다.
손가락이 다섯 개나 없어진 아빠는 공장 일이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달달이 받아오던 월급이 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엄마는 공장으로 식당으로 일나가거나, 아니면 집에서 부업을 했습니다. 방마다 구슬이랑 눈깔 없는 인형들이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나도 구슬 끼우기와 눈깔 부치기는 선수수준이라고 엄마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공장에 다니던 아빠가 쫓겨났습니다. 아니, 공장사장님이 아빠더러 느림보 굼뱅이 같다고 놀려서 아빠가 그만뒀답니다. 엄마는 계속 일하러 다니고, 아빠는 계속 일자리 알아보려 나가서, 나도 계속 혼자서 놀았습니다.
내년에는 학교도 가야 하는데, 아이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는 엄마는 시골 할머니한테 나를 맡겼습니다. 엄마한테 돈 많이 벌면 데리러 오라고 새끼손가락 걸고 엄지도장까지 찍고 약속을 받고서 엄마랑 헤어졌습니다.
여기 시골에는 가끔씩 놀러와서 현아랑 성만이랑은 전부터 친구하고 있었지만, 다른 마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특히 방앗간은 마을 밖을 좀 벗어나서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얼마나 무서운 할아버지 길래 현아가 저리 겁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