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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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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매미 2001-09-15

-6-

현아네 집 철대문 앞에 도착해서야 간신히 '훅'하고 코끝이 후끈하도록 숨을 뱉을 수 있었습니다. 막 잡혀온 참새새끼처럼 가슴이 팔딱팔딱 거립니다. 휴~ 살았다. 한번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현아를 불렀습니다.

"현아야! 노올자~!"

"누구여? 아, 영미야!"

현관문을 열고 쪼르르 달려오는 현아가 보입니다. 대문을 열어주는 현아 눈이 휘둥그래집니다. 아무리 부잣집 현아라고 해도 촌년은 촌년입니다.

"우와! 너 이쁘다. 못 보던 옷이네? 새 옷이여? 오늘 무슨 날이여?"

"응, 우리엄마가 서울 백화점에서 사 준거다! 학교 가는 날 입으라고 사 준건데, 오늘 우리집 잔치거든. 그래서 먼저 입어봤어. 예쁘지?"

"진짜 이쁘다. 딴 사람 같어. 너무 부럽다"

부러움에 안절부절못하는 현아의 눈을 보니까 기분 너무너무 좋습니다. 그동안 '너희집에 이거 없지?' 하며 은근히 나를 무시했는데 복수한 것 같아섭니다.

"그 접시는 뭐여?"

"고기 갖고 왔어. 너랑 같이 먹을라구. 자"

"어? 아무것도 없구만?"

내 손에 들러져 있는 건 하얀색 플라스틱 접시뿐이었습니다. 아마 급하게 뛰어오다가 다 흘렸나 봅니다. 아이, 아까운 고긴데 제대로 먹지도 못했습니다.

"씨, 다 할머니 때문이야!"

괜히 할머니가 미워집니다. 접시를 냅다 바닥에 집어던졌습니다. 죄 없는 접시에게 화풀이를 하고서도 성이 차지 않아서 꾹꾹 밟기까지 합니다.

이때 현아 엄마가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란 듯이 말합니다.

"영미야,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어? 여기 있으면 어떡하누? 옷은 또 그게 뭐여? 얼른 집으로 돌아가거라. 얼른!"

정말 어른들은 이상합니다. 나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다 알고 있는데, 따지듯이 가르치려 드는 현아 엄마가 보기 싫어집니다. 현아가 내 옷을 보고 사달라고 조를지 몰라서 그러는 줄은 알지만, 소리만 지르면 다 통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유치해 보입니다.

현아네 엄마의 계속되는 잔소리를 들으면서 현아에게 살며시 귓속말을 전했습니다.

"현아야! 우리 도망갈까? 저기 성만이한테 놀러가자.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뛰는 거다. 후욱~ 하나, 둘, 셋! 현아야, 뛰어!"

성만이네 집은 한참 멀리 있습니다. 우리 둘은 손을 잡고 힘차게 뛰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뛰기만 하는 이상한 날입니다. 성만이네 집에 도착하자 우리는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어른들 골려주기는 언제나 재밌단 말입니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