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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우리 강아지 이쁘구나! 할미가 해줄까?"
"할머니는 짝짝이로 만들잖아. 엄마는?"
"아니야, 할미도 잘 할 수 있단다. 볼려?"
나를 잡아 앉히곤 할머니는 빗을 가져온다며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참이 지났는데 나오질 않습니다. 마루바닥에 앉아있자니 엉덩이가 시려워 죽겠습니다.
"우잉, 할머니 뭐해? 빗이 없어?"
"그래, 그래.. 나, 나간다."
한참만에 나오는 할머니 손에는 참빗이 들려있습니다. 참빗은 이 잡을 때나 쓰는데, 할머니는 바보 같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눈가가 발가소름 합니다. 혹시 바보 같다고 한걸 알았을까나? 우리 할머니는 바보가 아닙니다. 빗을 찾다찾다 못 찾았을 뿐입니다. 헤헤헤...
"촘촘하니 곱게 빗는데는 참빗이 최고란다. 어디 돌아앉아 봐!"
마루끄트머리에 걸터앉아 한 다리를 마루 아래로 내리고 흔들어봅니다. 할머니는 정성스레 빗질을 해줍니다. 빗질하는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머리뿌리가 아픕니다. 눈물이 찔끔 나오는데도 꾹 참았습니다.
할머니는 이마에서 정수리를 지나 목덜미 아래까지 참빗으로 쪽옥 금을 긋더니, 오른쪽 머리를 손에 쥐고 빗으로 몇 번 훑고는 귀랑 높이를 맞춰서 고무줄로 묶습니다. 왼쪽도 똑같이 묶고는 빨간 리본핀을 꽃아 주었습니다.
"자, 다 됐다. 어디 만져봐라 짝짝인가"
"어디! 방에 가서 거울보고 올게!"
안방에는 몸까지 다 비치는 커다란 거울이 있어서, 예쁜지 어떤지 다 볼 수 있답니다. 막 엉덩이를 들고 일어서려는 순간, 등뒤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나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할머니가 나를 골려주려고 그러는가! 빨리 가서 내 모습을 보고싶은데...
"할머니! 장난해?"
"아니, 아니! 우리 강아지가 너무 이뻐서... 너무... 이뻐서.. 너무... 흑~"
"어, 할머니 울어?"
"아, 아니. 울긴"
"또 거짓말하지? 왜 울어?"
"우리 강아지가 너무너무 이뻐서 눈물이 나는구나! 영미야, 조금만 더 안아보자. 조금만..."
어른들은 참 이상합니다. 우리는 슬플 때만 눈물이 나는데, 할머니는 내가 너무너무 이뻐서 운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또 거짓말을 하는 걸까? 참말인지도 모릅니다만, 정말이지 어른들 생각은 알 수가 없습니다.
좀 지나자 등이 따뜻해져 옵니다.
"아이, 등어리가 축축하잖아. 새 옷인데 젖었다. 씨!"
"이런, 미안하구나"
할머니가 손을 풀자 재빨리 안방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오늘 처음 입은 새 옷인데 할머니 때문에 다 젖어 버렸습니다. 에잇, 신경질 나.
거울 앞에 서서 씩씩거리다가 거울 속의 내 얼굴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입이 한발은 나온 아이가 나에게 씩씩거리며 심통을 부립니다. 이게 나야? 옷만 예쁘게 입은 아이가 나야? 이렇게 예쁜 옷을 입은 아이에게 찡그린 얼굴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거울을 마주보고 활짝 웃어봤습니다. 심통부리던 그 아이도 방긋이 웃어줍니다. 그래, 그렇게 웃으니까 꼭 공주 같다. 학교 갈 때 이렇게 입으면 모두들 날보고 공주 같다고 부러워 할껍니다.
그죠?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