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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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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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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BY 하늘 2001-10-19

몇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폭풍전야처럼 집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
아는지 모르는지 아가씨는 출장에서 돌아왔다
건강한 아이들을 보자 꽉 껴안는다
"잘있었니~" 그다음 다음에게 인살 건넨다
"언니 잘있었어여?" "아뇨 잘 있지 못했어여"
"왜요?" "아가씨 여자는..결혼한 여자는 일해선 안되나요
묻고 싶어요 어느누구보다 지금 일하는 아가씨에게"
시누이는 분명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런 말을 올케가 하다니...
처음있는일이라 분명 당황스러울 것이다
"오빠는요 나한테 그러더라구요 여잔말야
집에서 살림하고 남편 뒷바라지하고 애잘키우면 되는거라고
또 그것이 돈버는 거라구요 어때요 아가씨 아가씨 생각은?"
"나는..."신중하게 그녀가 생각을 한다
다른사람도 아닌 오빠의 아내다 그러기에 말을 잘해야 한다는것을
그녀도 이미 알고 있으리라

"왜요 언니 편하쟎아요 집에 있으면요
딱히 누구 눈치도 안봐도 되고 피곤하믄 잘수도 있고
그리고 원하믄 언제든지 평생 펑크나지 않는 은행으로부터
돈도 얻을수 있죠"
물론 펑크나지 않는 은행이란것은 오빨두고 한말일게다
"아가씬요 아가씬 그런데 왜 일을 하는거에요?"
순간 그녀가 말이 막힌듯하다
"난요 아가씨처럼 일하고 싶어요 좋쟎아여
내일이 있다는거 누구눈치좀 보면 어때요
그래도 내가 할일이 있다는거 설겆이 빨래 청소말고요
그리고 또 내가 돌아갈 책상이 있는 회사 난 부럽기만해요"
"그래요 언니...나도 그랬었어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울신랑이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면
난 아마 포기했을거에요 지금은 좋아요
다만 출장가야할때 좀 걸려요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럴때 맡겨도 잘 봐줄 언니가 있어 난 무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아가씬 행복했는지 몰라도 난 안그랬어요"
놀란 시누이의 표정이 보인다

"아가씬 시누이가 없죠 그러니 내맘 모를거에요
아무때나 맡겨서 아가씨가 편하고 일을 잘할수 있을지 몰겠지만
나는..나는 또 뭔가요 아이넷을 시중들고 달래고 해먹이고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힘들어요
아이를 돌봐준다는것은 아무리 잘해도 티끌이 보이죠
애봐준 공은 없다고들 하고요 늘 나는 내가 왜이래야 하나
이래야 하는 이유를 몰랐어요 그냥 아가씨가 맡기니까? 그랬는지도 모르죠" "미안해요~" "사과를 받자는게 아니에요
집에만 있다고 노는 사람은 아니죠
아가씨도 시댁가면 또 며느리고 아내고 엄마니
내말 알아줄줄 믿어요"
왜이런말이 줄줄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걸까
한번도 이런날을 다음인 상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멈출수 없다 아니 멈춰지지 않는다

"언니 미안해요 내가 모잘랐어요 생각이 깊지 못했죠
이왕 맡기는거 나이든 엄마보다야 그래도 젊은언니가
덜 힘들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내아이들에게도
아이있는집이 놀기도 좋고 더 낫을거라는 생각만 했죠"
"미안해요 오늘은 내가...잘 조정이 안돼요
아가씨가 많이 섭섭할거에요 하지만 그래요
솔직히 어머님도 있고 그리고 이애들 할머님도 있쟎아요
그런데 왜늘 나여야 할까 그게좀 힘드네요
나쁜뜻은 아니고 그래요 좀..."
"다음부턴 좀 조심할게요"

착잡하다 시누이를 돌려보내고 아파트창 아래로
그녀의 차가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다음의 맘이 안좋다
왜그런말을 했을까
왜 내입에서 그렇게 말이 술술 쏟아져 나왔을까
마치 준비되기나 했던 거처럼
알수없다 내안의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가
누가 이거다라고 속시원히 콕 찝어주었음 좋겠다
하지만 대체 누가???
지금 이런 내모습을 과연 누구한테 털어놓을수 있겠는가

아가씨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
정말 정말로...
같은 여자인데 일하는 아가씨 내가도와줄수도 있는건데
그걸 알면서도 내가 왜...
왜그런걸까요
문득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맥주생각이 난다
쪼르르...거품이 이는 잔을 바라보며
다음은 씁쓰레한 웃음을 흘린다
"다음아...너...이상하다 가을을 타는거니
왜그랬어 도대체 왜?..."

뒤죽박죽 몇일이 엉망진창이다
그냥 신랑말처럼 주저앉아 버릴까
어자피 이대로도 살아왔었는데
새삼스레 못살것도 없다 못살건 또 뭔가
사는게 다 그렇지 누군들 별다르게 산단말인가
하지만 왜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질까
마음한켠에서 자꾸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의 목소리일까
오늘밤은 암 생각없이 취하고 싶다
그래서 잠들고 싶다

적당한 알콜이 몸에 들어가면
피로가 풀린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차가운 맥주가 꿀꺽꿀꺽
목을 따라 흐른다
오늘따라 취하고 싶은데 왠지 취해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한잔 두잔 더 따르게 되고
마침내 병을 비웠다
거 참 이상타...그래도 취하지 않으니

남편이 남겨두었던 양주에 눈이간다
얼음을 조금넣고 잔에 따랐다
캬아...불덩이를 삼키면 이럴까
몸이 뜨거워진다
이젠 잘수 있을거 같다 암 생각없이...
아침까지 푹 깨지않고 잠들수 있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