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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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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안개 2001-08-31

새 소리에 눈을 떴다.
어디서 이렇게 끊임없이 새가 우는 것일까.
꿈을 꾸는 것 같아 눈을 몇번 깜박거렸다. 분명 꿈은 아닌데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캄캄하다.
눈을 감고 뜰때마다 눈이 서걱거려 몇 번 눈을 비볐다. 또 새 소리가 들린다.
몸을 움직이니 작은 빛이 들어왔다. 왜 이렇게 캄캄한가 했더니 이불이 덮여있다. 이불을 들치자 갑자기 환해져 현기증이 났다.
새 소리는 초인종 소리였다. 초인종 소리는 집요했다.
누군지 내가 안에 있는걸 알고 있다. 누굴까? 이 시간에 찾아 올 사람이 없는데...
안전쇠를 둔 채로 문을 열어보니 어떤 여자가 서있다. 그녀는 마치 면접 보는 사람처럼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두 손을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서 있다.
일요일인데 방문판매를 다니는 사람일까. 문을 열어준 것이 순간 후회가 된다. 내가 아는한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집요한 사람들이다. 문을 여는 순간 그들은 최면술사 처럼 내 의식을 가두고 끊임없이 말을 하면서 대답을 요구한다. 주춤거리는 사이에 나에게서 주문을 따내고 그날 그렇게 하지 못했어도 다음 계약 순위에 내가 우선 고객이 될거라는 걸 잘 안다.
오늘은 그럴 수가 없다.
"301혼데요" 그녀는 내 맘을 읽은 듯 나직하게 그러나 또박또박 말했다.
301호? 301호면 디귿자로 된 3층 네 개의 원룸중에 바로 우리 304호와 마주한 곳이다. 안전쇠를 풀고 신발을 찾아 신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마주친 것도 같다.
"지금까지 그 댁하고 전기요금 청구서가 바뀌었더군요."그녀는 들고 있던 종이를 내밀었다. 네 귀가 딱 맞게 맞추어져 스테플러에 찍힌 영수증은 언뜻봐도 몇 달치는 돼 보였다.
청구서에는 붉은색으로 고객번호에 동그라미를 쳐 놓았고 계량기 번호가 적혀 있었다.
"너무 많이 나와서 한전에 알아보니까...."말하면서 그녀는 재빠르게 방안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이 주춤 놀란다.
청구서를 들여다 보지만 뭐가 잘못된 건지 알수가 없다. 고객 이름은 건물주 이름이다. 가끔 연체료를 물고 영수증을 따로 보관하지 않는 난 그녀가 놀랍다. 영수증을 몇 달치나 묶어 두는 것도, 한전에 가서 알아봤다는 것도.
"죄송해요. 전 잘 모르거든요. 남편이 오면 얘길 할께요" 내 말에 그녀는 눈살을 찌뿌리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건물주가 잘못한 거에요. 내일이면 제가 집을 비우거든요. 이 주쯤 있다가 오는데요."그녀는 잠깐 기다리라고 해 놓고 301호로 들어가선 계산기와 메모지를 들고 나왔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서 얘길 하자며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성큼 집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