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 저에요.. 동석이.. 밥좀 주세요... 저 아직 점심 전이거든요."
시동생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동생은 내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얼른 상을 차렸다...
부엌은 심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어머니는 산후조리가 버거우신 모양이었다..
어머니의 연세에 그럴법도 하였다..
남편이 맏이이긴 하였지만.. 어머니는 결혼이 늦으셨다..
서른이 훌쩍 넘어 결혼을 하셨고...
남편도 늦은 나이에 보셨다...
일흔에 가까운 연세였다...
어머니는 요즘 들어 부쩍 신경질이 심해지셨다...
어머니가 힘에 부치셔서 그런것이니.. 탓할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어머니가.. 주위에서 걸려오는 전화마다...
"그래.. 내가 산후조리 하게됐어... 우리집애 친정엄마는 몸이 안좋다고 사정사정하는데.. 내가 어쩌겠어? 아들 낳아서 며느리 산후조리까지 해대고.. 내가 복없는 팔잔걸... 덕분에 저는 호강하지.. 지 엄마한테 갔으면 국 한그릇 못 얻어먹었을텐데..."
하고 말씀하시는 건 듣기 싫었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아이의 기저귀와 수건들...
장마철이라 비가 들숙날숙했다..
걷어온 빨랫감들을 어머니는 내 얼굴로 내팽개쳤다...
"넌 시에미가 죽어도 상관없다 이거지?"
밤에 두시간 간격으로 깨는 아이를 돌보느라.. 지쳐 낮에 잠시라도 누워있을라치면...
기저귀를 가져와야 했고...
목욕하는 아이를 위해.. 목욕통에 물을 받아 방으로 날라야했다..
시아버지와 남편.. 시동생의 상을 수시로 봐야했고...
설거지도 산더미였다...
집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
상을 차려내고.. 설거지를 하는데.. 시동생이 식탁에 앉았다..
"형수님.. 미역국 말고 없어요?"
"네.. 도련님...어머니가... 미역국만 끓여놓으셨네요..'
"그래요..."
시동생은 숟가락으로 미역국을 몇 번 헤집더니.. 수저를 놓고 나가버렸다..
현관문이 쾅 하고 닫기는 소리가 난다..
냉장고를 열었다...
아무것도 없다...
계란찜을 만들었다...
그 때.. 시동생이 들어온다...
"도련님.. 제가 계란찜 해드릴테니.. 식사하세요..네?"
"됐어요... 저 빵 먹으면 돼요. 빵 사왔어요.."
시동생은 내 코앞에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렸다...
현관문이 열리고..
시어머니가 들어섰다.
"너 뭐하냐? 동석이 방문앞에서...그리고.. 동석이 왔지? 앞에 차 서 있더라.. 밥은 줬냐?"
"그게요.. 어머니..."
시동생의 방문이 열리고...빵을 먹고 있는 그의 모습이 시어머니의 시야에 들어왔다..
"왠 빵이냐?"
"그냥요.. 빵이 먹고 싶어서요..."
시동생이 대답한다...
"그래? 그래도 밥을 먹을것이지..."
어머니가 장봐온것을 부엌으로 들고 오시며.. 식탁에 차려진 상과 가스렌지 위에 끓고 있는 계란찜을 보셨다..
"이게 뭐냐?"
"그게....저.. 도련님...."
어머니께서는 마땅찮은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셨다...
"따라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