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얼마 뒤.. 친정에 제사가 있었다..
엄마는 도와줄 동서 하나 없었지만.. 다섯명의 시누가 있는 집의 맏며느리였다..
항상.. 제사 때마다 내가 엄마를 도왔다...
더운 여름에 엄마 혼자 땀을 내고 있을 생각을 하니...
엄마의 목소리가 참 듣고 싶어졌다..
"오늘 저희 집에 제사가 있어요.. 어머니.."
어머니께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래서?"
"네? 아.. 아니에요.. 어머니..."
말꼬리가 흐려졌다...
전화 한통만 하면 안될까요.. 그 소리가 입안에서 맴돌았다...
나의 눈가가 붉어지자 또 어머니의 표정에 어두움이 실렸다...
나는 급하게 방으로 들어서려 하였다...
어머니에게 눈물을 들켜서는 안되었다...
"거기 섰거라.."
어머니의 노한 음성이 등뒤에서 들려왔다..
"네.. 어머니..."
다시 와서 어머니 앞에 앉았다..
어머니가 보고 계시던 신문을 조용히 덮어 정리하셨다...
"너.. 아까.. 너희집이라고 했냐? 어디가 너희집이냐? 응? 거기가 어디 너희집이야? 내가 너희집이 어디라고 몇번이나 말했냐? 너 바보냐? 아님 내 속을 뒤집을려고 환장이라도 했어? 빨리 다시 말해봐... 응? 말해봐... 응?"
어머니의 노한 음성은 자꾸만 높아졌다...
잘못했어요.. 어머니.. 용서해주세요.. 소리가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소심한 성격탓이었다...
어머니의 노기 띤 목소리를 듣고 방에서 책을 보시던 아버지께서 나오셨다...
"무슨일이냐?"
아버지가 나를 보셨다...
"얘가.. 글쎄... 친정을 두고 저희집이라고 하잖아요..."
어머니가 독기띤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말을 던지셨다...
"그건 수정이 니 잘못이다.. 어서 잘못했다고 빌어라.."
"잘.. 못.. 했...습.. 니...다..."
용서를 비는 말이 너무나도 어색하게 흘러나왔다...
"저것봐.. 저것봐.. 지가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으면서.. 빌지도 않아.. 저게 잘못한 인간의 태도야? 어디...어휴.. 내가 속이 상해서.. 원...아들도 못낳은 주제에.. 지 엄마는 아프다고 지랄이라 내가 산후조리까지 떠맡아서 안 그래도 이 여름에 더워죽겠는데... 어휴.. 속상해... 내가 아들 둘 다.. 저런년한테 장가보내면 내가 내 명에 못죽지.. 못죽어...그러면서 지가 울고지랄이야... 울어야 될사람이 누군데..죽 쒀서 개를 주지.. 아들 잘 키워서 저런 되먹지않은 년한테 주다니..."
어머니의 음성이 커지자.. 방에서 울던 아이가 울었다...
아버지께서...말씀하셨다..
"방에 들어가보거라.."
눈물이 범벅이 된 채.. 일어섰다...
눈 앞이 핑 돌아 휘청했다...
하혈이 심한탓이었다...
출산후.. 줄어야 할 오로의 양은 왠일인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무엇이..
무엇이..
나와 어머니의 사이를 저렇게 갈라놓았는지.. 나는 알수가 없었다..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었다...
주변머리가 없어서.. 애교한장 떨 줄 모르는 내 성격을 어머니가 모르시는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그런 내 성격이 꾸밈이 없다고 좋다하셨다...
그런데...
그런데.. 왜.. 갑자기..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나는 도무지 종잡을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