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년 8월 10일
저녁 9시 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술주정은 새벽 2시가 되어 아버지가 잠이 들면서 종료되었다.
아버지가 술한잔 드신다는 정보가 집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우리집에는 불안한 기운이 감돌면서 나는 한쪽 가슴이 메어지듯이 아파온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예 아버지가 술드신다는 정보없이 아버지의 술주정을 받아야 한다면 술주정 하는 그 시간만 괴로우면 될텐데 정보라도 들을라치면 그때부터 엄마와 나는 말이 없어지고 서로의 눈길을 피하게 된다.
아버지의 술주정은 나이가 드시면 좋아질줄 알았는데...
했던말 또하고 했던말 또하고.. 말대꾸라도 할라치면 그때부터 그릇깨지는 소리 들어야 한다. 아니 심한날은 죽겠다고 으름장 놓는 아버지를 말리느라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사실 귀신은 다 뭐하나 생각한적이 한두번도 아니지만 본인이 죽겠다고 난리치면 더러워도 말린다.
정말 내가 죽고싶다. 이런날은 잠도안오고 온집안에 가득찬 술냄새때문에 역겹다 못해 괴롭다. 정말 수면제라도 모을까?
엄마의 일기를 들추기 시작한것은 우연한 일이었지만 엄마의 일기를 읽으며 나는 많은놀라움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외할아버지가 술주정뱅이었던가? 난 기억에 없는데 내 기억에 없는 외할아버지의 술주정이 어떠했는지 엄마의 처녀시절은 외할아버지의 술주정때문에 군데군데 얼룩이 져있었다. 아마도 조금은 병적이리만큼 아버지가 술드시는데 민감한 엄마이던 기억은 그때의 외할아버지 영향이었을 수도 있구나 싶다. 근데 웃긴다. 엄마일기장 군데군데 난 술못마시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라고 적혀져 있는데 내가 알기로 우리 아버지 술을 정말 즐기시니까 사람살이가 그리 뜻대로 되는것은 아닌가 보다.
오프라 하노이의 곡이 끝났다. 나도 타다남은 담배를 껐다.
계속